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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정유사, '국제유가 폭락' 신용도 비상 [Rating Watch]1Q 재고평가손실 우려, 정제마진도 뚝…커버리지지표 악화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12 14:25:5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 유가가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 폭으로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사의 신용도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 폭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손실과 크게 축소된 정제마진 탓에 실적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유업계가 투자 규모를 대폭 키운 시기여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기엔 타이밍이 좋지 않다.

SK이노베이션(AA+)과 GS칼텍스(AA+), 현대오일뱅크(AA-), S-OIL(AA+) 등 정유 4사는 그간 초우량 신용도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탓에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기존 평정을 재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아직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올해 실적까지 저조할 경우 시각 전환이 불가피하다.

◇걸프전 이래 유가 최대 폭락…국내 정유사, 1Q 손실 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유가 전쟁 조짐은 9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를 20% 이상 끌어내렸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 폭락이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26.8% 하락했고, 두바이유는 20.7%는 급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합의가 불발됐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은 추가 감산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반대를 표한 러시아와 증산으로 맞선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에 국제 유가는 대폭락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급락 기조에 속앓이를 하는 건 국내 정유사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업계는 미리 사둔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한다. 제조원가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약 90%)이 절대적인 만큼 유가 폭락시 수천억원 대의 손실을 보기도 한다. 2014년 4분기엔 정유 4사의 재고평가손실이 1조5000억원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정제마진이다. 재고평가손실은 환입의 여지라도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각종 비용(운송비, 운영비 등)을 뺀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수익성과 유동성을 좌우한다.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4달러 안팎인데 이달 첫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4달러(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기준)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석유제품의 수급, 재고 추이, 투기적 거래, 세계 경기 변동 등 복합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최악의 상황은 현재 시장 여건처럼 수요가 곤두박질쳐 추락할 때다. 공급 과잉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면 정제마진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추는 동시에 국제 이동이 줄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정유사에 따라 많게는 4000억원 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 여기에 레깅효과(원유도입가격과 제품판매가 차이)까지 더하면 정유업계의 대규모 적자 실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최악의 타이밍, 공격적 투자 시점…재무구조 악화, 글로벌 신평사 선제 조정

정유업계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기엔 최악의 시점이다. 무엇보다 정유 4사가 사업다각화와 신성장동력을 얻고자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해온 타이밍이다. 본래 대규모 신규 투자를 충분히 감내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예상치 못한 악재로 현금창출력이 크게 후퇴할 전망이다. 더구나 이미 지난해 실적이 큰 폭으로 꺾인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신사업에 '올인'했고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은 올레핀 설비 등 제각기 조 단위 투자를 진행해 왔다. 정유 4사의 커버리지지표(순차입금/EBITDA)는 2015년을 기점으로 모두 악화 추세가 뚜렷하다. 2014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난 뒤 실적은 점차 개선돼 왔다. 그럼에도 커버리지지표가 악화된 건 실적 회복보다 차입 확대가 더 빨랐다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15년 말 3조5152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7190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차입금/EBITDA 지표도 1.2배에서 3.1배로 높아졌다. 신용평가업계의 주요 등급하향 트리거(순차입금/EBITDA 3배 초과)를 충족하는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도 지난해 3분기 말 4조2152억원(2015년 1조7039억원)으로 늘어 커버리지지표가 3.9배로 껑충 뛰었다. S-OIL의 경우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5.8배에 달한다. 주요 등급하향 요건(순차입금/EBITDA 3배 초과)을 넘어선 지 오래다.

GS칼텍스만 오히려 순차입금 규모가 감축 추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조1909억원을 기록해 오히려 2015년 말(4조2397억원)보다 줄어들었다. 다만 현금창출력의 감퇴로 커버리지지표는 다시 상승 추세(2017년 1배→지난해 3분기 말 1.8배)다. 그나마 재무건전성을 보수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 정유사에 대한 신용도를 재조정하고 있다. S&P가 SK이노베이션의 국제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0'로 낮췄고 GS칼텍스(BBB+)의 등급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바꿔달았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Baa1) 전망을 '부정적'으로 교체했다.

아직 국내 신용평가사는 국내 정유 4사에 초우량 지위를 그대로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어닝 쇼크가 현실화되면 그간 고수해온 입장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유업계는 여전히 사업다각화와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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