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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호 부회장의 승계 묘수 '고의 실권·저가 매수' [진격의 중견그룹]②화승인더스트리 유증 수혜, '0.2%→16.2%' 지배력 구축

박창현 기자공개 2020-03-16 08:57:34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승인더스트리 후계 승계 구도는 2009년 6월 유상증자 전후로 나뉜다. 그 이전까지 화승인더스트리는 화승R&A의 자회사였다. 보유 지분율도 36%에 달했다.

현승훈 회장 등 화승그룹 오너일가는 유증을 3세 승계 카드로 꺼내 들었다. 당시 화승인더스트리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총128억원 규모의 유증 결정을 내렸다.

통상 상장사 주주배정 유증의 경우, 실권주가 발생하면 다시 일반 공모로 돌려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화승인더스트리는 실권주를 별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처리한다고 못 박았다. 이 결정이 바로 후계 승계의 묘수가 됐다.

유증 당시 모집가액 산정 절차를 통해 확정된 신주 발행가액은 5060원이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8000원이 넘었지만, 증자 비율과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발행가액이 크게 낮아졌다.


가격 매력도가 높았음에도 반전이 일어났다. 구주주에게 배정된 물량 202만주 가운데 71.7%에 해당하는 145만여주만 청약이 이뤄졌다. 우리사주조합 미청약 물량까지 더해 전체 발행주식의 37.4%에 달하는 88만여주가 실권주로 나왔다. 심지어 기존 최대주주였던 화승R&A는 단 한 주도 청약 신청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 지분율 희석에 따른 지배력 약화를 감내한 셈이다.

이때 이사회를 통해 실권주를 받아 간 투자자가 바로 현승훈 회장의 차남이자 화승인더스트리 후계자로 낙점된 '현석호 부사장'이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실권주를 전량 현 부사장에게 배정했다. 배정 금액만 45억원에 육박했다.

이 거래로 현 부사장은 0.25%에 불과했던 지분율을 16.15%까지 올라가면서 2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반면 최대주주 화승R&A의 보유 지분은 청약 포기에 따른 지분율 희석 여파로 19.38%로 떨어졌다. 이후 화승R&A가 장내에서 지분을 더 팔면서 현재는 현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실권주를 활용한 화승인더스트리 승계는 탁월한 묘수였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당장 시장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오너 3세가 지분을 취득했다. 시가 대비 30%의 할인율이 적용된 덕분에 가격 이점이 컸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커녕 오히려 가격 할인을 받으면서 화승인더스트리 승계 왕관을 쓴 모양새다.

저가 매수 덕분에 현 부사장은 자산 증식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 부사장이 실권주 취득과 추가 장내 매수 등 지분 확보를 위해 쓴 비용은 총 45억원 정도다. 하지만 신발 ODM 사업 확장으로 화승인더스트리가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하면서 현재 그 지분 가치는 85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20배에 달하는 평가이익이 기대된다.

여기에 기존 최대주주가 유증 물량을 포기한 덕분에 단숨에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실제 유증 후 기존 최대주주와 지분율 격차가 단 3%포인트에 불과했다. 실권주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처리한다는 조건을 내세웠을 때부터 그룹 차원의 승계 밑그림을 그렸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룹 지배구조와 직결된 중차대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처리했을 만무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포기한 실권주를 오너 3세에게 배정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며 "유증 절차에 따라 진행된 거래인 만큼 화승그룹은 승계와 관련해 여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화승그룹 관계자는 "현석호 부회장에게 신발 사업을 보다 집중시키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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