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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3자연합 '모호한' 정체성, '자충수' 됐다의결권 자문사, 조원태 손 들어줘…조현아 합류로 명분 퇴색

박상희 기자공개 2020-03-17 09:19:42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6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자연합(주주연합, KCGI·조현아·반도건설)이 한진칼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로부터 찬성 권고안을 끌어내는데 실패했다. '반(反) 조원태' 이외에 별다른 명분과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던 3자연합의 정체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결권 자문사는 3자연합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불투명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특히 3자연합 한 축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 회항' 사건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가 됐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최근 회원사에 보낸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보고서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앞서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도 고객사에 발송한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보고서에서 한진칼 이사회 안에 찬성 투표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3자연합 측이 추천한 이사후보에 대해 '불행사'를 권고했다. ISS는 3자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 7명 중에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한 명에 대해서만 찬성 의견을 냈다. 의결권 자문사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3자연합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의결권 권고 근거로 제시했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자 연합의 이해관계가 불투명하고, 제안한 후보의 전문성이 이사회 측 후보보다 더 높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KCGI는 지난해부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플레이어다. 지난해 말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문제 삼으며 '반(反) 조원태' 선봉에 서면서 '남매 간 분쟁'으로 비화됐다.

KCGI는 그간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전횡과 비리 등을 지적해왔다. KCGI가 오너일가인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정상화하겠다는 명분과 취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경영권 분쟁 와중에 급작스럽게 등장한 반도건설의 3자연합 합류 목적도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3자연합의 이같은 불투명한 이해관계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영 정상화 및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ISS의 경우 노조가 '땅콩 상속녀(nut-rage heiress)' 반대 운동을 펼쳤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 바 '땅콩회항'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대법원은 조 전 부사장에 2017년 12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다. 노조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줄기차게 반대해왔다.

결국 이해관계가 모호한 3자연합의 정체성이 의결권 자문사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몇 개월 사이 급작스럽게 형성된 3자 연합은 한진칼을 경영할 능력 있는 이사진을 차출하는데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한진칼 이사회 안이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보다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진칼은 사내이사 후보로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 등을, 사외이사 후보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추천했다.

업계 관계자는 "KCGI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것 자체가 명분 싸움에서 진 것 같다"면서 "추천한 이사진 면면을 봐도 한진칼 쪽에 더 무게중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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