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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운용사 탐방]"도시재생·공유경제도 돈이 된다"⑤아크임팩트자산운용, 임팩트투자 첫 시도

허인혜 기자공개 2020-03-26 13:21:13

[편집자주]

'선택과 집중'의 길을 택한 특화 자산운용사가 등장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해외·대체투자 등 투자지형도 넓히기에 몰두하고 있는 기존 자산운용사들과는 정반대다. 가장 잘 아는 하나의 투자대상에 집중, 남들과 다른 '2.0' 투자 시장을 열겠다는 목표다. 더벨이 태동기에 접어든 특화 자산운용사 현황을 살펴보고 해외사례와 국내 투자환경을 분석해 특화 자산운용사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13: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기업만 살아남으리라고 봅니다. 글로벌 사회는 점차 사회 책임과 환경을 기업의 주요 평가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석유·석탄 공급사 등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회사가 관리 방법을 개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수익률이 점점 훼손돼 투자자와 협력사로부터 외면당하고, 자연스럽게 도태되리라고 전망합니다."

'착한 투자'라는 말은 금융투자업계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로 보인다. 취지에 공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수익률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만을 골라 투자한다는 포부를 내보였을 때 긍정적인 수익률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SRI(사회책임투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한 차례 금융투자업계를 휩쓸었지만 결국 기업 사이에서 SRI·ESG지수를 높게 받는 방법만 유행했던 전례를 비춰보면 펀드와 사회적 가치는 짝을 이루지 못하는 단어였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의 배턴을 이어 받은 한성근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대표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는다. 단순히 착한 투자가 아니라 착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지론이다. 그리고 착한 투자가 수익률을 쫓는 투자보다 더 잘 벌 수 있다는 믿음도 굳건하다. 국내에서는 '임팩트 투자'만을 투자 지론으로 삼는 최초이자 유일한 자산운용사다.

◇'혁신 놓친' 바슈롬에서 임팩트 투자 착안

임팩트 투자는 국내 금융시장에 여전히 생소한 영역이다. SRI·ESG투자와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구분점은 '테마'다. SRI·ESG투자가 각각의 지표가 높은 기업들을 선별하고 그중 수익성이 낮은 기업을 배제하는 전략을 쓴다면 임팩트 투자는 지표가 아닌 기업 자체의 테마를 본다. 예컨대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에어비앤비나 개발도상국의 마이크로파이낸싱 등이 임팩트 투자의 대표적인 투자처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은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표하며 '꽃노래' 자산운용사로 보이지 않도록 채비를 단단히 했다. 이철영 초대 대표(회장)은 국내 최초로 SRI투자를 표방한 투자자문사 아크투자자문(전 리앤킴투자자문)을 세웠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긴 시간 아크투자자문을 이끌며 연평균 13.09%라는 유의미한 성적표를 냈다.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8.76%에 그쳤다.

2000년대 후반 한단정보통신(우전앤한단)과 중국원양자원, 케이피에프 등에 투자하면서 출범부터 2010년까지 누적수익률 295.94%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평가된 중소주를 사 수익를 얻는 가치투자에 가까웠지만 각 기업의 성장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여부를 꼼꼼히 따졌다.

이철영 회장이 임팩트 투자에 천착한 배경은 '일회용 렌즈'다. 이철영 회장은 서울대학교 졸업 후 미국 콜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에서 주식투자를 공부한 뒤 삼보증권(현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저서를 탐독하며 1세대 가치투자 증권맨으로 분하던 그는 회사에 소속된 펀드 매니저로서 가치투자 전략의 한계를 느꼈다. 1983년 영한상사(현 바슈롬코리아)를 설립한 그는 세계 콘텍트렌즈 시장의 70%를 점유했던 바슈롬의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했다.

승승가도를 달리던 바슈롬은 일회용 렌즈의 인기와 맞물려 도태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용기에 보관하며 단백질을 세척해 사용하는 '병 렌즈'가 보편화됐던 시기다. 일회용 렌즈의 교체 비용이 일반 렌즈의 3배에 달하는 만큼 일회용 렌즈가 시장을 석권할 지에 회의적인 분석이 나왔다. '고객의 건강한 눈'을 슬로건으로 삼았던 바슈롬은 그 핵심가치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회용 렌즈 기술을 외면했다. 존슨앤존슨의 성공을 보고 부리나케 일회용 렌즈에 뛰어든 바슈롬의 점유율은 10%아래로 떨어졌다. 그때 '혁신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지론이 섰다.

◇도시·슬럼 재생 프로젝트로 첫 발, 공유경제 투자 '드라이브'

하지만 혁신과 사회적 가치는 또렷한 개념이 아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나 기술력처럼 눈에 보이는 지표가 없는데 투자를 감행하는 일은 재무적 수익률을 분명하게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았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은 2017년 4월 사명을 교체하고 자산운용업 인가를 취득했다. 그해 12월 설정한 글로벌 임팩트 펀드는 이철영 회장이 MBA 과정을 지낸 미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진, 글로벌 임팩트 투자 그룹인 '진(GIIN)'과 '토닉(Toniic)'의 추천을 받아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UN의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아래 구축된 17개의 테마도 염두에 뒀다.

이때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이 투자한 대상 중 하나가 미국 필라델피아 노스켄싱턴이다. 600만 달러의 자금을 펀드를 통해 사회적 부동산 개발업자 '시프트 캐피털'에 투입했다. 방치된 공장을 매입해 예술 구역과 바이오 구역 등으로 개발시킨다는 목표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은 이 프로젝트에 연 15%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하는 중이다. 펀드 설정 8년 이후부터 수익률 상환이 가능하리라고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은 예견했다. 같은 펀드를 통해 아프리카 태양광 에너지 사업에 300만 달러가 편입됐다. 마이크로파이낸스와 에코시스템, 미국의 멀티패밀리 아파트에도 남은 자금이 분산투자됐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은 최근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 '그랩'과 인도판 배달의 민족 '스윅', 인도판 우버 '올라' 등에 투자했거나 투자를 목전에 뒀다.

싱가포르의 그랩은 동남아의 최대 차량호출 기업으로 최근 차량 이동과 동시에 음식을 픽업해 배달하는 서비스 등을 탑재해 규모를 점차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싱가포르 이동통신사 싱텔과 맞손을 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출사표를 던졌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은 2018년 12월 '아크 Grab Pre-IPO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을 설정해 그랩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 시리즈H에 편입했다.

인도판 우버 '올라'에는 지난해 말 '아크OlaPre-IPO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을 통해 투자했다. 인도판 배달의 민족 '스윅'에도 투자를 앞뒀다. 임창규 전무는 "우리나라처럼 이미 인프라가 조성돼 있는 국가에서는 공유 경제로 넘어가더라도 수익률이 높지 않지만 인프라 자체가 구축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퀀텀점프를 기대할 만 하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이동수단 사업이라고 한다면, 일부 사용자가 자동차를 소유한 시기에서 거의 모든 소비자가 자동차를 갖추는 때로 넘어간 뒤 공유 이동수단 경제로 이어지는 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에서는 '거의 모든 소비자가 자동차를 갖추는 때'를 건너뛰고 바로 폭발적인 성장 단계로 진입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성장금융 ESG 위탁운용사 선정 "임팩트 투자, 주류로"

국내외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의 특성상 하이일드 펀드의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2월을 기준으로 '아크임팩트 하이일드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아크임팩트 코넥스 하이일드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가 각각 19.67%와 22.71%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KB금융그룹의 KB사회투자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5월 250억원 규모의 임팩트 펀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펀드 최소 결성금액은 250억원으로 KB금융그룹이 150억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50억원,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이 50억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다. 목표수익률은 12%다. 펀드는 약 8년간 운용되며 3~4년간 투자를 진행한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2022년까지 세 번의 소셜임팩트 부문 출자사업을 기획했다. 2017년 첫 번째 사회투자펀드 소셜임팩트 부문 위탁운용사 선정 당시에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130억원을 투입했다. KB금융그룹이 협업한 뒤 2018년 1차 산업에는 더웰스인베스트먼트와 에이치지이니셔티브·시몬느자산운용(Co-GP), 신한대체투자운용이 선정된 바 있다. 한성근 대표는 "KB자산운용이 한국성장금융에 투자하며 임팩트 투자에 대형 유한책임출자자(LP)가 합류한 만큼 활성화가 예상된다"며 사회투자기금 조성이 소셜임팩트 벤처 투자 생태계조성에 기여하리라고 기대했다.
(좌부터) 한성근 아크임팩트자산운용 대표, 이철영 회장, 임창규 전무.
이철영 회장은 2019년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의 자산운용 업무에서 손을 떼고 경영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철영 회장의 금융투자판 '노아의 방주(Ark)' 꿈은 한성근 대표와 임창규 전무가 이어간다.

한성근 대표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 출신으로 2019년 4월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의 배를 탔다. 한성근 대표는 이철영 회장과 사위·장인 사이다. 2009년 러셀 스팍스의 '사회책임투자:세계적 혁명(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 a global revolution)'을 함께 번역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생명, 삼성자산운용을 거쳐 한국사회투자 사무국장을 역임한 임창규 전무는 가나난포럼(Gananan Forum)에 이철영 회장을 발표자로 초대하며 인연을 맺고 2017년부터 아크임팩트자산운용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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