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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율 제로 초우량 AA급, 시장은 왜 외면했나 [코로나19 파장]양적완화·조기종식 변수, 투자판단 '시계제로'

이경주 기자공개 2020-03-19 13:10:2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8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1년 평균 부도율 0%, 국내 회사채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최상위인 AAA와 두 번째인 AA급만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파장이 이 같은 우량 자산에 대한 투심까지 식게 만들었다. 최근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포스파워(AA-)가 미달을 기록하면서 업계는 '굉장히 이례적'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당혹감에 빠졌다.

업계에선 투자판단을 내릴 수 없는 '시계제로' 국면이 낳은 결과라 해석했다. 파격적인 기준금리인하가 크레딧물로까지 전이되지 않고 있다. 투자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양적완화 등 정책변수와 코로나19가 조기종식이 될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무보증 회사채 등급별 부도율(사진:한국기업평가)

◇파격적 기준금리 인하, 스프레드 확대 시 투자손해

포스파워는 지난 17일 진행한 5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기관참여액이 400억원에 그쳤다. 비우량채인 BBB급에서나 나왔던 미달 사례가 투자적격 등급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AA급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는 충격을 받았다.

전문가는 파격적인 기준금리인하 여파가 우선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요예측일 한국은행은 연 1.25%에서 0.75%로 0.5%(50bp)포인트 기준금리를 낮췄다. 일반적인 시국이라면 크레딧 시장은 투심이 살아나는 강세장을 보여야 한다. 우선 최상위 안전자산인 국고채 금리가 낮아지고, 그 다음 회사채 등 크레딧물도 우량등급 중심으로 함께 하락한다.

크레딧물 금리 하향세가 이어지면 투심이 살아난다. 핵심 기관투자자인 자산운용사들이 채권매매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채권가격과 반비례한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은 발행시점보다 높아진다. 또 다른 투자축인 보험사들의 투심도 강해진다. 대부분 만기보유(캐리)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에 매입해야 수익을 보전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형)과 같은 비상시국엔 정반대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국고채에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크레딧물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금리가 국고채보다 덜 빠지거나 오히려 오를 수 있다. 국고채와 크레딧물간 스프레드(금리차이)가 커진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스프레드가 크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가 진행된 17일 AA-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1.740%,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030%로 마감했다. 스프레드(금리차이)가 71bp로 2012년 4월 25일(72bp)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국고채는 전일보다 6.36% 하락한 반면 AA-는 1.42% 낮아지는데 그친 결과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크레딧물 투자로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기 힘들어졌다. 스프레드 확대가 지속될 것인지 더 지켜봐야 한다.

국고채 3년물 금리(사진:네이버 금융)

◇더 무서운 금리 변동성…코로나19로 '시계제로'

더 무서운 건 금리 변동성이다. 각국은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1조 달러(약 1242조원), 영국은 3300억 파운드(약 493조6800억원) 규모다. 우리나라도 18일 11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국고채 발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떨어졌던 국고채 금리(채권가격 하락)가 다시 오를 수 있다. 공급이 많아지면 희소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크레딧 금리가 기준금리와 국고채 하락을 따라갈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가장 큰 변동성은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종식이 되면 크레딧물은 강세장으로 순식간에 바뀌고 금리도 치솟을 수 있다. 크레딧물 금리하락에 베팅해 투자를 한 기관투자자들은 채권가격 하락으로 대형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가령 기존 임상을 마친 약물 중에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있는 사례가 나오면 최장 1년 반으로 예상했던 파장이 순식간에 종식된다”며 “이 경우 크레딧 금리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에겐 재앙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고채 확대 규모와 코로나19 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확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를 섣불리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포스파워, 매출 없어 예측불가…외면 첫 사례

자산운용사들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포스파워는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특히 일반적인 AA급과 달리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특이한 상황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앞날을 예상하기가 그만큼 힘들다. 기관투자자들이 AA-라 해도 굳이 무리해 베팅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포스파워는 2011년 11월 설립된 민자 석탄화력발전사다. 정부사업(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참여해 강원도 삼척에 국내 마지막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2023년 10월 1호기(1050MW), 2024년 4월 2호기(1050MW)를 준공해 상업운전을 개시할 계획이라 이 때까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포스파워는 특이 케이스로 봐야하기 때문에 AA급 전체로 투심 위축이 진행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포스파워는 시장지배력과 규모,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다른 AA급과는 달리 SPC(특수목적회사)에 가까운 회사”라며 “그만큼 접해보지 못했던 투자처라 기관투자자들이 무리하게 베팅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운용사들 고심이 깊긴 하지만 수익을 내려면 국고채 뿐 아니라 크레딧물에 투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AA급은 코로나19 국면에 투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택지라 다른 동급 발행사까지 충격을 받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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