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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운용사 탐방]"지속가능성에 매료…첫타자는 태양광발전소"③'대체투자 1세대' 최훈 H1자산운용 대표 "신재생에너지는 '트렌드'"

허인혜 기자공개 2020-03-24 13:09:38

[편집자주]

'선택과 집중'의 길을 택한 특화 자산운용사가 등장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해외·대체투자 등 투자지형도 넓히기에 몰두하고 있는 기존 자산운용사들과는 정반대다. 가장 잘 아는 하나의 투자대상에 집중, 남들과 다른 '2.0' 투자 시장을 열겠다는 목표다. 더벨이 태동기에 접어든 특화 자산운용사 현황을 살펴보고 해외사례와 국내 투자환경을 분석해 특화 자산운용사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1자산운용은 태양광 에너지를 필두로 신·재생에너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신예 인프라 전문 자산운용사다. 에너지의 세대교체를 전망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차세대 에너지로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에 주목했다.

H1자산운용의 최훈 대표(사진)는 2000년대 초 대체투자의 태동기와 2000년대 중반 유가 급등을 두루 겪으며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에너지 공학을 새로 배울 만큼 신재생에너지에 빠져 들었던 그는 15년간의 기관투자 실무 업력과 에너지 공학 전문성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방점을 찍었다.

◇지속가능성에 매료…'태양광 발전소 펀드' 출시

H1자산운용은 내달 태양광 발전소 1호 펀드를 출시한다. 목표수익률은 4.5%다. 금융기관의 자금을 태양광 발전소에 선순위대출 방식으로 투자하는 일종의 브릿지론 펀드다. 태양광 모듈 전문생산업체인 한솔테크닉스가 책임준공과 책임운영을 담당한다.


최훈 대표는 세 가지 지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찾았다. 지속가능성과 전력 생산과정의 안정성, 위험대비 수익률이다. 예컨대 태양광·풍력 발전은 태양 에너지를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하다.

태양광 발전소의 전력 생산 방식은 단순하다. 핵분열을 인공적으로 유도해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빛 에너지는 전기 에너지로 바로 치환된다. 태양광 발전이라면 흔히 떠올리는 태양광 셀이 태양광 발전의 거의 모든 단계다. 태양광이 태양광 셀에 닿아 직류 전류를 발생시키기만 하면 에너지가 축적된다. 때문에 임야와 건물 등 일반적인 곳뿐 아니라 댐과 저수지 등 물 위에서도 부유식 구조물로 태양광 셀을 조성할 수 있다.

반면 원자력이나 석탄·석유는 원료에서 에너지를 추출하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 과정의 속도를 안정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막대한 설비를 사용한다. 석탄과 석유 역시 에너지 전환 과정이 길다. 에너지 전환 과정의 비효율성과 더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류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최훈 대표는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가 화석 에너지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클린 에너지'에 속한다"며 "원자력이나 화석 에너지에 비해 전력 생산과정이 단순하고 시공과 운영과정에서의 위험도 낮다"고 짚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태양광펀드 수익성 높인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태양광 발전소의 수익률 해법은 국가 주도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사업이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가 태양광 발전소 투자의 수익성을 담보한다.

RPS는 한국전력공사 등 대형 발전사업소에 전체 발전량의 일정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 비율은 2012년 이후 매년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2년 2%에 그쳤던 의무 비율은 2020년 7%로 늘었다. 2023년 이후부터는 1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9년 6월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30년 20%, 2040년에는 30~35%까지 확대된다.

발전사업소는 내부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외부 사업체 위탁을 통해 해결한다. 에너지 공기업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계약을 맺으면 국가 지원의 안전망 안에 들어가는 셈이다. 공급인증서 장기공급계약이 체결된 태양광 발전소에 자산을 편입한 펀드는 투자 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흐름도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2020년부터 적용된 파리협정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전세계로 확대했다. 독일은 석탄화력발전소 자체를 2038년까지 폐쇄하고 그 자리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기로 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투자 제한을 급진적으로 풀었다.

최훈 대표는 H1투자자문(H1advisor) 시절부터 태양광 투자에 발을 맞춰왔다. 신재생에너지 기업 코센은 2015년 6월 자본금 30억4000만원으로 태양광 발전소 설립 목적의 '코센케이에이치'를 설립해 전남 고흥에 태양광 발전소를 완공했다. 코센은 SK증권에서 576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받아 사업을 키운 뒤 2017년 KDB인프라자산운용의 'KIAMCO고흥태양광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에 679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때 금융자문을 수행한 곳이 H1자산운용의 전신인 H1투자자문이다.

◇'대체투자 1세대' 경력·에너지자원 전문성 '시너지'

H1자산운용이 신재생에너지에 천착한 배경으로는 새마을금고와 신한생명에서 쌓은 대체투자 경험이 주효했다. 최훈 대표는 2000년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 국제투자팀과 신한생명 투자금융부 등을 거치며 기관투자 실무진으로서 15년 이상의 경력을 누적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여전히 전통자산에 주목할 당시 대체투자 1세대로서 업력을 쌓은 셈이다.

최훈 대표는 과거의 투자 지형도와 현재의 투자 지형도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자산운용사의 입장에서 과거 에셋 알로케이션(Asset Allocation)이 대체투자에 10%의 비중만 줬다면 최근에는 20%까지 그 비중을 높였다"며 "주식과 채권은 경기 변동에 따라 등락하지만 대체투자는 시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동시에 절대적인 수익을 향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사범대학을 복수전공한 최훈 대표는 신한생명 재직 시절 다시 한 번 캠퍼스를 밟았다. 2007년 글로벌 경제 성장으로 유가가 뛰며 에너지 영역의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보다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는 목마름으로 한양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 대학원에 입성했다. 최훈 대표는 "새마을금고와 신한생명을 거치며 대체투자의 한 종목만 깊게 투자하기보다 대체투자 전반을 다루게 됐다"고 회고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읽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발전 산업, 에너지 섹터에 집중해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다"고 전했다.

에너지자원공학 전공 과정에서 최훈 대표는 인적 네트워크라는 수확을 얻는다. 에너지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다보니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과 폐광산을 관리·재개발하는 광해관리공단 등에서 기금을 출연하고 직원들을 교육생으로 보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KDB산업은행 등 에너지 섹터에 관심이 큰 금융사와 신용평가사들도 함께 했다. 여기서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딜 소싱의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최훈 대표는 설명했다.

H1자산운용은 신재생에너지 전문 자산운용사의 색채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전문성을 인정 받은 뒤에 또 다른 길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해서다. 최훈 대표는 "앞으로 신재생에너지만 하는 자산운용사가 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발굴하고, 안정적인 투자구조를 만드는 한편 인프라나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대체투자 자산으로도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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