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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 열전]베스타스, 철저한 독립성 추구…오직 '투자자 이익'독립 운용사 유일 '종업원지주제' 정착...안정적 성장 핵심은 '맨파워'

김수정 기자공개 2020-04-01 13:06:37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3: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업계에서 흔히 보기 힘든 종업원지주제를 정착시켰다. 수년간의 작업 끝에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한진수 대표를 중심으로 임직원과 회사가 모든 주식을 보유한 소유구조가 완성됐다. 외부 입김에 영향 받지 않고 오로지 투자자 이익을 위해 모든 판단을 내린다는 취지다. 자산운용사로서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회사 철학이 녹아 있다.

설립 이후 10년 간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수탁고를 늘려 왔다. 초창기 국내 부동산 위주로 투자하면서 차근히 외형을 키우다가 2016년 해외 투자 물꼬를 트면서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진입했다. 이같은 안정적인 성장 스토리의 배경엔 국내외 유수의 투자기관에서 역량을 쌓은 임직원들의 '맨파워'가 있다.

◇'화로의 여신', 최고가오피스 '더케이트윈타워' 딜 주역

베스타스자산운용은 맥쿼리와 오라이언 등 국내외 투자회사를 두루 거친 한진수 대표가 2010년 7월 설립한 부동산 전문 운용사다. 한진수 대표는 회계법인 딜로이트&투쉬에서 시작해 굿모닝신한증권, IMM투자자문을 거쳐 맥쿼리인터내셔널 서울지점과 맥쿼리리얼에스테이트코리아, 오라이언파트너스 등에서 근무했다.

창립자인 한진수 대표와 더불어 정연창 대표가 공동대표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정연창 대표는 2016년 5월 경영총괄 지원 부대표로서 베스타스자산운용에 영입돼 지난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씨티은행 서울지점 자금부를 시작으로 페레그린픽스트인컴 서울, 파리국립은행 서울지점, 플릿내셔널뱅크 싱가포르지점, 에이비엔암로은행 서울지점, 베어스턴즈 싱가포르지점, 호주뉴질랜드은행 서울지점 등을 거치면서 총 26년간 외국계 은행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진수 대표는 오라이언파트너스를 떠난 이듬해 베스타스자산운용을 창립했다. 사명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화로의 여신' 베스타에서 따온 것이다. 불씨가 귀했던 고대 로마에서 불씨를 간직해 두는 화로는 중요한 존재였고 화로를 수호하는 베스타 여신도 특히 숭배 받았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이라는 사명엔 베스타 여신이 화로를 수호하듯 투자자의 자산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운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자본금 20억원 규모로 출발했다. 설립 당시 한진수 대표는 본인이 지분 30.3%를 갖고 메리츠화재와 비티엠써비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회사를 세웠다. 이후 2013년과 2015년 2차례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자본금은 29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 써스테라파트너스,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베스타스자산운용에 투자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설립 이후 꾸준히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수탁고를 늘려 왔다. 초창기엔 국내 부동산 위주로 투자하면서 차근차근 외형을 키웠다. 첫 투자는 설립 1년여 만인 2011년 말 성사됐다.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금융투자(PFV)에 대한 부동산 담보대출 220억원을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낸 계기는 더케이트윈타워 투자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2012년 7월 서울 광화문에서 막 준공된 오피스 빌딩 더케이트윈타워를 5800억원에 인수했다. 더케이트윈타워는 6년여 만인 2018년 4월 삼성SRA자산운용에 7000억원 초반에 매각되면서 국내 오피스 3.3㎡당 거래 가격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면적 8만3981㎡의 더케이트윈타워의 3.3㎡당 가격은 28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2013년 3월 미국계 투자자 안젤로고든을 투자자로 확보해 서울역 앞 옛 GS역전타워(현 메트로타워)를 20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분당스퀘어를 1100억원에 인수했다. 2014년에는 한진중공업이 갖고 있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본사 사옥과 부산 중구 R&D센터를 1800억원에 인수해 한 펀드에 담았다. 서울 중구 소재 YG타워(현 센터플레이스)를 20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같은 해 말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 빌딩인 영시티 개발 프로젝트에 2300억원을 투자하면서 개발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서울 여의도 NH농협캐피탈 빌딩과 마포구 동교동 소재 오피스 빌딩을 각각 110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설립 이듬해 1609억원이던 펀드 설정액은 이듬해 4000억원에 육박했다. 2014년 6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15년 7000억원을 돌파했다.

◇대대적 인력교체후 해외투자 개화...성장가도 '진입'

외형 성장에 가속이 붙은 건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2016년 4월 영국 아마존 물류센터를 개발 단계에서 2100억원에 선매입하면서 해외 투자의 포문을 열었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시애틀 소재 멀티 임차인 건물인 세이프코플라자를 4200억원에 사들였다. 이듬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로레알의 프랑스 본사 건물인 소웨스트플라자(5700억원)와 독일 베를린 알리안츠 본사 건물(4100억원)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후에도 유럽 물류센터 포트폴리오(5400억원)와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소재 멀티 임차인 오피스인 CBX(6000억원), 스페인 세비야 아마존 물류센터(2400억원), 덴마크 코펜하겐 DSV 물류센터(2500억원), 폴란드 리로이메를린 물류센터(950억원) 등에 에쿼티 투자를 완료했다.

작년 말 기준 베스타스자산운용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2조9621억원이다. 시장 점유율은 2.9%를 기록하고 있다. 총 41개 펀드를 운용 중이며 관리자산(AUM)은 총 7조3476억원이다. 전체 AUM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6조2270억원이 해외 펀드다. 미국과 유럽, 일본, 호주 등 13개국 자산을 담은 24개 해외 부동산 펀드를 운용 중이다. 국내 펀드는 총 16개를 1조1206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2016년 베스타스자산운용 해외 투자 규모가 크게 증가한 배경엔 한 차례 대규모 조직 재정비가 있었다. 당시 초창기 임원급 멤버들이 한꺼번에 에머슨자산운용으로 이동했다. 외부에서 볼 땐 조직에 균열이 있는 듯했다. 시장에선 베스타스자산운용이 핵심 인력 이탈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한바탕 물갈이는 베스타스자산운용이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진입하도록 돕는 발판이 됐다. 인력 이탈 이후 업계 최고의 외국계 기업과 국내 유수 자산운용사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 인력들이 대거 유입했다. 이 무렵 합류한 인원들을 중심으로 베스타스자산운용의 해외 투자가 비로소 개화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중국사무소장과 삼성SRA자산운용 아시아·유럽 투자팀장을 거친 박병준 부사장이 2016년 중순 베스타스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긴 게 시초다. 이듬해부터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출신인 김도철 상무와 최현수 이사, 삼성SRA자산운용에서 활약했던 이상엽 상무, 장지훈 이사 등이 속속 합류하면서 지금의 투자 진영이 완성됐다.

국내외 투자활동은 투자부문장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박병준 부사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의 총괄 아래 김도철 상무와 이상엽 상무가 각각 해외투자본부 1~2본부장을, 장지훈 이사가 운용팀장을 각각 맡아 핵심 실무를 진행한다. 국내투자본부장은 코람코자산신탁과 KT에스테이트에서 근무했던 권혁진 이사다.

앞서 박병준 부사장과 같은 시기에 베스타스로 이동한 김지혜 상무는 자산운용본부장으로서 투자자산 관리 업무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핵심 인력 한 명 한 명의 역량은 지금의 베스타스자산운용을 만든 원동력이자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스스로 꼽는 최대 강점이다.


◇독립 운용사 유일 종업원지주제...모든 판단을 투자자 관점에서

현재 베스타스자산운용 주식은 모두 임직원과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독립 자산운용사로서 임직원과 자사주로만 지분 구조를 이룬 사례는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최초다. 최근 수년 간 외부 기관들이 보유했던 주식을 임직원과 회사 명의로 사들이는 작업을 진행한 결과 이같은 소유 구조가 완성됐다.

지난달 말 기준 최대주주인 한진수 대표가 45.2% 지분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정연창 대표 20.1%, 박병준 부사장 5.3%, 기타 임직원 5.3%, 자기주식 24.0% 등으로 지분 구조가 형성돼 있다.


정연창 대표와 박병준 부사장은 2017년 3분기부터 회사 주식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정연창 대표는 6만9600주(12.1%)를, 박병준 부사장은 1만5000주(2.6%)를 취득하면서 주주명부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해 2분기 각각 45,950주와 15,500주를 추가 취득하면서 현재 수준으로 지분율을 높였다. 기타 임직원 10여명도 이 때 3만600주를 사들이면서 주주가 됐다.

자기주식은 2014년 3만9800주(당시 지분율 8.2%)를 확보한 게 시작이다. 2017년 5000주를 처분하면서 자기주식 수와 지분율은 각각 3만4800주, 6.1%로 변동했다. 지난해 외부기관이 보유했던 보통주 10만3150주를 매입하면서 현재 수준의 자기주식 지분율이 갖춰졌다.

임직원과 회사가 온전히 회사 주인인 이같은 소유 구조가 완성되면서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투자자 이익만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임직원과 회사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향후 성장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자신감이 무르익고 있다. 앞으로도 성과와 연동해 임직원들에게 자사주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등 방식으로 소유와 경영의 일치를 추구하고 임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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