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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반도건설, 승부 아직 안끝났다한진칼 지분에 4000억가량 투입, 추가 여력 충분…임시주총 대비 매집 나서나

고진영 기자공개 2020-03-30 11:08:51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자 연합군(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첫 라운드에서 완패했다. 연합 측 추천 이사들은 1석도 얻지 못한 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위시한 한진칼 측 이사들은 전원 선임이 가결됐다. 결과를 예감했던 반도건설 측은 힘이 빠진 분위기다. 하지만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애초부터 각오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임시주총을 통한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참석주주 대비 56.67%(2757만표)의 찬성을 얻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반대는 43.27%(2105만표), 기권은 0.06%(3만표)였다. 10%포인트를 넘는 압도적 차이가 났다. 반도건설 측이 지분 일부(3.2%, 190만주가량)에 대한 의결권을 잃지 않았더라도 극복할 수 없는 격차다. 연합은 현재 이 지분의 의결권을 다투기 위해 법원에 항고한 상태다. 그러나 안건마다 표 차이가 워낙 커 결과를 왜곡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주총 효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법원이 반도건설의 보유지분 3.2%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린 24일부터 패배는 이미 결론난 것과 다름없었다. 사기를 추스릴 시간을 가진 만큼 반도 측에선 마냥 낙담하기 보다는 6개월여 뒤 열릴 임시주총을 위한 준비작업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3자 연합은 주주간 계약서를 통해 5년간 서로 묶인 상태다. 처음부터 장기전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었다는 뜻이다. 주총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장담했던 초반과 비교하면 기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역전의 기회는 남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전투에서 사용할 실탄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다. 현재 연합 측이 쥐고 있는 지분은 KCGI 18.74%, 반도건설 16.9%, 조현아 부사장 6.49% 등 모두 42.13%다. 2라운드가 될 임시주총을 대비해 주주명부 폐쇄 뒤로도 지분을 늘려왔다.

이날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에 찬성한 2756만9022표를 한진칼 지분율로 따지면 46.59% 수준, 연임을 반대한 2104만7801표는 35.57% 정도다.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3자 연합이 확보했던 지분인 28.78%를 제외하고 6.8%가량에 해당하는 지분이 조 회장에게서 돌아섰다.

이대로 누구도 팀을 바꾸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다음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은 3자 연합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해당 6.8%를 쥐었던 주주들이 주주명부 폐쇄일 이후 이미 3자 연합에 지분을 팔았을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변심 등을 감안하면 연합 측이 최소 5% 정도는 추가로 손에 넣어야 확실히 승리를 도모할 수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분을 더 사들일 만한 여유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매입에는 KCGI와 반도건설이 앞장서야 한다. 실제 이 두 세력은 그간 전세를 살피며 지분을 여러 차례에 걸쳐 매집해왔다. 이 중 KCGI가 주식담보 대출에 따라 이자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반도건설의 여유자금을 기대볼 만하다.

지금까지 반도 측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들인 돈은 4000억원 정도로 여겨진다. 우선 올해 2월 말까지 확보했던 지분 13.3%의 매입 평균단가는 3만7825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총 2969억원이다. 8.28%를 확보했을 때까지는 주로 보유예금을 쓰다가 2월 20일 5.02%를 추가하면서 관계사인 한길개발에서 일부 자금(대호개발 1100억원, 한영개발 200억원)을 빌렸다.

이후 3월 13~17일 대호개발이 0.47%, 한영개발이 1.17%를 더 사들이면서 588억원을 더 투입했고 3월 19~24일 대호개발이 0.54%, 한영개발이 1.41%을 확보하는 데 또 474억원을 썼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모두 차입금을 통해 조달했다. 반도건설, 한길개발을 비롯한 관계사 여러 곳으로부터 대호개발이 300억원, 한영개발이 800억씩을 각각 빌렸다. 차입기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경영권 분쟁 기간을 3년 이상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으로도 외부 자금을 끌어쓰기 보다는 반도 계열 관계사로부터의 차입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주머니 사정을 살펴보면 우선 순이익이 가장 많은 곳은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반도홀딩스다. 2018년 기준 순이익 3490억원을 냈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719억원이었다.


그 다음으로 높은 순이익을 내는 계열사는 물론 반도건설이다. 2018년 기준 순이익 2309억원, 현금성자산 323억원을 기록했다. 주택건설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반도씨앤에스(2018년 순이익 28억원, 현금성자산 385억원)도 유동성이 우수한 편이다. 이밖에 총 16개 계열사들의 순이익과 분양미수금, 공사미수금 등을 감안하면 반도 측이 동원 가능한 자금은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금껏 한진칼 지분 매입에 4000억원을 썼으니 추가 매입 여력은 꽤 남아 있는 셈이다. 다만 유통 주식의 씨가 말라가고 있는 데다 한진칼 주가 변동이 워낙 심해 자금이 얼마나 소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경기에 민감한 주택개발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현금을 어느정도 쌓아둘 필요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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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 계열사들의 재무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투입된 자금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일테고 향후 추가 투자는 본업에 타격에 가지 않는 규모에서 마지노선을 정해두지 않았겠느냐”며 “연합 주주간 계약도 계약이지만 지금은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과 다름없어서 반도건설이 쉽게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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