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전세계 덮친 코로나19, 동남아 충격은
고영경 박사공개 2020-03-30 15:06:36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0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11일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WHO는 그동안 팬데믹 선언에 소극적이었으나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유럽, 미국, 남미 등 전세계로 질병이 확산,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자 더는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빗장을 걸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이는 사이 세계 경제는 꽁꽁 얼어 붙었다. 이 경제 한파가 신흥국 시장을 비껴갈 리 없다.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분야는 관광업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큰 손님’이던 중국과 한국인 관광객의 급감에 이어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자 항공, 호텔 등 업종은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관광업에 이어 제조업도 큰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중국의 공장들이 멈춰서고 글로벌 공급망이 휘청거리면서 중국 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생산시설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도 예외는 아니다.주가는 폭락하고 화폐가치는 급락했다.무엇보다 신흥국 경제에 밀접한 연관을 갖는 원유,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변동성이 극대화되면서 자본시장의 달러부족이 신흥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역시 이같은 충격과 피해를 보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월 한달 동안 신흥국 달러대비 환율 상승폭을 보면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 루피아가 가장 크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의 환율은 5% 아래 상승폭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더 적다.
이유는 각국 방역 상황과 이들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 영향으로 분석된다. 먼저 동남아 각국이 이동제한이나 금지, 봉쇄조치 등 강력한 방역대책을 택하고있다. 아세안 10개국의 확진자 수는 3월30일 기준 약 7800명 수준을 기록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겠지만, 동남아 10개국 인구가 약 6억50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바닥을 잘 다져놓은 디지털 경제의 언컨택트 소비 증가도 주목할 만하다. 이동금지령 덕택에 동남아 각지에서 앱을 통한 음식 주문과 배달 이커머스 이용이 폭증했다.
동시에 디지털 결제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에 의한 일시적인 이용 증가라 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첨단방식의 소비를 경험한 이들이 늘었다는 데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소비방식의 변화를 앞당겼고, 이는 결국 이 지역의 디지털경제 발전의 큰 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이 모든 게 별도의 마케팅 비용 없이 이뤄졌다.
앞다퉈 내고 있는 각국의 경기 부양책도 주목할 만 하다. 싱가포르의 337억 달러를 비롯, 태국 127억 달러, 말레이시아 580억 달러, 인도네시아 80억 달러 규모의 자금 방출 계획이 발표됐다. 당장 소득감소와 고용불안에 놓인 개인들과 유동성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에게 혜택이 기대된다.
또 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의 태도 변화다. 중국에 의존도가 높던 기업들이 중국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원자재 수입 다변화,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인터뷰와 보고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의 공장' 중국을 가까이 둔 덕분에 성장했지만, 동시에 중국에 너무 의지했던 탓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기업들이 이들에게 다가갈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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