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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도 몰랐던 롯데물산 유상감자, 日롯데 지원책 3344억 규모, 현금성 자산 전부 소진…호텔롯데 상장지연 차선책 해석도 제기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10 14:29:2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8일 15:3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물산은 한국 롯데그룹 내 속해 있는 계열사지만 실질적으로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권 하에 있다. 최근 단행한 유상감자 역시 일본 롯데그룹 혹은 오너일가의 이해관계 하에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지주의 관련 부서는 이사회 결의 전까지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유상감자는 롯데물산의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그룹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감자는 표면적으로는 주식수를 줄이기 위해 단행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나 자금 지원 성격이 짙다. 일본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슈 등으로 호텔롯데의 상장 등이 미뤄지면서 차선책으로 롯데물산을 활용한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롯데물산은 공정거래법상 한국 롯데그룹의 계열사로 편입 돼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56.99% 지분율로 최대주주이고 2대주주 역시 일본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로 31.1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 기타주주가 11.88%로 뒤를 잇는다. 롯데그룹 계열사이지만 일본 롯데그룹의 입김 하에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최근 롯데물산이 공시한 유상감자 역시 롯데지주의 입김이 아닌 일본 롯데홀딩스의 결단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내 관련부서 실무진들은 롯데물산의 유상감자 사안을 이사회 결의 전까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각 계열사들이 독립경영을 한다고 하더라도 유상감자나 증자 등 자본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선 지주 측과 협의 하에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 유상감자건은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롯데물산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594만4888주를 감자하기로 결의했다. 총 발행주식수는 5944만8880주에서 5350만3992주로 10% 줄어든다. 자본금은 2972억4440만원에서 2675억1996만원으로 축소된다. 주당 유상소각 대금은 5만6249원으로 결정됐다.


주당금액 등의 산정을 위해 필요한 외부평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2주~한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물산의 유상감자는 2월 하순 혹은 지난달 초부터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물산의 신임 대표이사인 김현수 대표가 2월 취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임하자마자 진행한 건이 유상감자였던 셈이다.

특히 유상감자를 결의한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기타비상무이사 박인구 롯데지주 경영전략3팀장, 감사 박상윤 전무, 이성한 사외이사의 정식 이사 등기날이 유상감자 이사회 당일이었던 지난달 31일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이사회가 유상감자 건을 충분히 인지하고 결정했다기 보다는 특정인 및 주주의 영향력 하에 진행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롯데물산과 관련된 사안은 일본 롯데그룹의 이해관계 하에 결정된다. 물론 일본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회장의 완전한 영향력 하에 움직인다. 따라서 이번 유상감자건도 롯데물산 자체적인 결단이었다기 보다는 신 회장이나 일본 롯데그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 것이란 시각이 많다.

롯데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주 실무선에서도 해당건이 진행되는지 나중에 알게 됐기 때문에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그룹 측의 결단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일본 롯데그룹을 지원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물산은 상장사가 아닌데다 주주 구성 역시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굳이 주식수를 줄일 이유가 없다. 공식적인 입장은 주당 이익의 극대화라고 하지만 이 역시도 큰 효익이 없다. 결과적으로 주요주주에 대한 자금지원 및 투자금 회수의 수단으로 유상감자가 활용된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번 유상감자를 단행하면서 롯데물산은 보유 현금전액을 지출하게 된다. 유상감자에 필요한 재원은 총 3344억원, 지난해 말 기준 롯데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670억원이다. 다만 장기금융상품으로 약 40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자금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금은 고스란히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권 내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제가 아닌 임의형태이기 때문에 주주별로 원하는 비율대로 참여할 수 있어 누가 얼마나 참여할 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만일 지분율대로 참여한다면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1906억원, 2대주주인 호텔롯데는 1041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해당 자금이 어디에 얼마가 쓰일 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연관짓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 롯데그룹이 한국 롯데그룹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과정에서 필요할 수 있는 실탄을 마련하거나 그 과정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재원과 연관된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내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던 호텔롯데의 상장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데 따라 일본 롯데그룹 입장에선 자금을 확보할 다른 창구가 필요했고, 대안이 롯데물산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호텔롯데 역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롯데물산측은 일본 롯데그룹과 유상감자를 연결짓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내부적인 경영판단 하에 진행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주식수를 줄이고 경영을 합리화 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감자를 진행했다"며 "주당가격을 올리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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