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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 승자' KB, 무엇이 두려운가 [thebell desk]

김일문 M&A 부장공개 2020-04-20 10:01:1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7일 07: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마무리됐다. 예상대로 KB금융지주가 새로운 주인으로 낙점됐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쟁쟁한 사모투자펀드들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이 점쳐졌지만 인수의지가 가장 높았던 KB금융지주가 결국 차지했다.

보통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추가 상세 실사와 가격 조정의 과정을 거치지만 이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만 봐도 KB금융지주가 얼마나 공격적인 자세로 딜에 임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인수전에서 승리한 KB금융지주는 아직도 불안한 기색이 엿보인다. 유독 푸르덴셜생명을 싸게 인수했다는데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경쟁 원매자보다 낮은 가격을 적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승기를 잡았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이른바 '위닝 프라이스'를 적어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절대 아니라며 입찰 정보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물론 가격은 M&A 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특히나 푸르덴셜생명 M&A처럼 옥션 방식으로 치러진 딜에서는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작정 입찰가를 높여 부르자니 무책임하게 베팅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패배하면 프로그레시브까지 갔음에도 단돈 몇 푼이 무서워 딜을 놓쳤다는 힐난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2등보다 최대한 근소하게 이겨야 하고 혹여 떨어진다면 1등과의 가격 차이가 가급적 많이 벌어져야 한다.

사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임하는 KB금융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질 법 했다. 어윤대 전 회장 시절 그토록 눈독을 들였던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실패했던 과거 전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푸르덴셜생명은 반드시 가져와야 하는 일종의 사명감이 발동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인수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적정 벨류에이션을 벗어나는 수준의 가격을 베팅 하기에는 부담됐을 게 뻔하다. 결국 딜에서는 승리했지만 혹시라도 비난을 받을까 불안한 심리가 "싸게 잘샀다"라는 논리로 포장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자. KB금융지주와 같은 전략적투자자(SI)는 기본적으로 자본 이득을 추구하는 사모투자펀드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사모펀드들이야 기업을 낮은 벨류에이션에 인수해 높은 가격에 팔아 투자 성과를 내는게 목표지만 KB금융지주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이를 위해 인수한 것이 푸르덴셜생명이다. 대의 명분이 확실한 M&A에서 이긴 KB금융지주가 단순히 인수 가격 때문에 두려워 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KB금융지주가 진짜로 신경써야 할 것은 푸르덴셜생명을 온전히 품는 일이다. 저렴한 인수 '완료'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기민한 PMI(인수후 통합) 전략으로 생명보험업 포트폴리오를 잘 성장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좀 비싸게 샀더라도 그 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회사로 키워낼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동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통해 금융업 영토 확장에 성공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KB금융지주의 진짜 숙제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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