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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대한항공 유증, 한진칼 지배구조 큰 폭 변화 이어지나실탄 부족·추가 차입 어려워, 이사회결의로 자본확충 가능…경영권 분쟁에 영향 불가피

김경태 기자공개 2020-04-20 19:50:5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9: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데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다만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시각에서 바라보면 사업뿐 아니라 지배구조 차원에서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이번 유증을 홀로 책임지기에는 실탄이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진칼 역시 유증을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의 우호세력이 주주로 진입한다면 지배구조에 변화가 발생한다. 만약 한진그룹이 우호세력을 유증에 끌어들인다면, 대한항공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는 묘수가 될 수도 있다.

◇한진칼 실탄 부족, 유증 위한 차입 여의치 않아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유증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대한 지원 전제 조건으로 최대주주의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유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진칼의 곳간 사정이 넉넉치 않다는 점이다. 한진칼의 작년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22억원이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1369억원이 있다. 단기금융상품은 정기예금 316억원, MMT 등 1053억원으로 구성돼있다. 이를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더한 금액은 1892억원으로 2018년말보다 35% 줄었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유증을 책임지기에는 버겁다.

출처: 사업보고서, 기준: 별도, 단위: 백만원

한진칼이 차입으로 대한항공 유증에 참여하기도 여의치 않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금리차)가 확대하고 기업어음(CP) 금리도 올라가고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신용평가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악영향을 받는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등록했는데, 한진칼 역시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또 이미 상당한 규모의 차입금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진칼의 작년 말 기준 만기가 1년 이하인 채무는 총 6034억원이다. 이 중 3706억원이 차입금과 사채다. 원화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2941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9.9% 늘었다. 작년 이자비용은 164억원으로 전년보다 30억원가량 증가했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발행주식총수 30% '제3자 배정' 유증 가능

결국 한진칼이 대한항공이 진행할 대규모 유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진칼 역시 유증을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진칼이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이 대한항공으로 흘러가는 방식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최근 격화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유증 규모를 고려하면 지분율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만약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측이 한진칼 유증에 자금을 대는 쪽을 우군으로 확보하게 되면 KCGI·반도건설·조현아 3자연합의 지분율은 낮추면서 동시에 확고한 우위를 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원을 위한 유증을 하는 경우 주주총회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있다. 반대세력의 방해를 최소화하면서 빠른 추진이 가능하다. 3자 연합으로서는 눈뜨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진칼의 정관 '제8조 신주발행 및 신주인수권'의 2항에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신주를 배정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해 놨다.

이 중에는 발행주식총수의 3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다. 특히 3호에는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국내외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발행할 주식의 총수 중 보통주는 2억5000만주다. 현재 발행한 보통주 주식은 5917만458주로, 30%는 1775만1137주다. 현재 KCGI를 비롯한 3자연합의 지분율은 42.7% 수준인데 발행주식총수의 30% 규모의 유증이 이뤄지고 주식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지분율은 32%까지 하락한다.

이 경우 조 회장과 우군 역시 지분율이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신주를 인수하는 곳이 조 회장을 지원하는 세력이라면 3자연합을 압도하게 된다. 신주 30% 전량을 인수한다면 발행 후 보통주 7692만1595주 중 지분율 23.1%를 확보하게 된다.

출처: 한진칼 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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