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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에 울고 웃는 무림, 성장동력 찾기 '과제' [페이퍼리스 시대 제지업체]펄프 생산 '강점' 불구 높은 인쇄용지 사업 의존도…3세 이도균 사장 역할 '주목'

박기수 기자공개 2020-04-29 09:30:05

[편집자주]

종이 없는 생활이라는 뜻인 '페이퍼리스(Paperless) 라이프'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로봇 자동화(RPA) 등 각종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언론사는 신문 매수를 줄인다. 이번 코로나19 파장으로 주목 받은 재택근무가 점점 일반화하면 종이를 찾는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종이로 먹고 사는 제지업체들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페이퍼리스 시대, 제지업체의 경영 현주소와 돌파구를 더벨이 알아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13: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지업체들에 '페이퍼리스(Paperless)'라는 단어는 생존 전략을 고민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무림그룹에는 시대의 변화가 더욱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룹의 사업 비중이 제지업 중에서도 인쇄용지에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한솔그룹과 국내 제지업체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무림이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할 시기가 임박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매출이다. 내실도 중요하지만 외형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가 역시 중요한 요소다. 무림그룹에서 제지업을 영위하는 업체들(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의 매출은 '답보' 상태다. 2019년 매출을 기준으로 5년 전 매출과 비교하면 3사 모두 매출이 줄었다. 5년 동안 등락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매출 규모가 커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는 인쇄용지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기업의 경영 방향과 무관하게 시장 자체의 성장이 멈췄다는 평이 이어진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최근 택배와 배달 음식 시장의 급성장으로 골판지 등 산업용지 시장은 유망해진 반면 기존 인쇄용지 시장은 항상 사양 산업이라는 시선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은 어떨까. 무림그룹은 국내 제지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펄프(종이의 원료)를 생산하는 무림P&P를 보유하고 있다. 통상 인쇄용지 제지업체들의 수익성은 펄프 가격에 크게 휘둘린다. 펄프 시장 가격이 높으면 원가율이 올라 수익성이 낮아지고, 반대의 경우 수익성이 높아진다. 다만 무림그룹은 무림P&P의 존재 덕에 다른 인쇄용지 업체 대비 일관적인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었다.

실제 무림그룹 3사의 별도 영업이익률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펄프 가격이 급등했던 2018년의 경우 무림P&P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15.9%까지 상승했다. 반면 펄프를 받아 제지를 생산하는 무림SP와 무림페이퍼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 0.5%에 그쳤다. 반대로 무림P&P가 영업이익률 2.4%를 기록했던 2016년의 경우 무림SP와 무림페이퍼의 영업이익률이 6.2%, 6.5%를 기록하는 등 평균 이상의 실적을 냈다.

무림P&P가 무림그룹만의 무기인 것은 맞다. 다만 무림P&P 역시 주 활동 무대가 인쇄용지 시장에만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일관적인 수익률 창출은 가능하나 여전히 인쇄용지 시장에 그룹의 수익성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제지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골판지 원지나 골판지 상자 사업에도 무림그룹은 진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 할 미래 먹거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제지업 외 사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도 상 무림그룹은 무림캐피탈과 무림파워텍, 무림로지텍 등의 비(非) 제지업 업체들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제지업과 비교했을 때 사업 규모가 현저히 작다. 작년 말 제지업 3사의 별도 자산총계를 합하면 2조2000억원이 넘는다. 반면 비 제지업 계열사 중 자산규모가 큰 축에 속하는 무림캐피탈과 무림파워텍의 자산총계는 3133억원, 1024억원에 그친다.

업계는 최근 제지 3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3세 이도균 사장에 주목한다. 무림그룹은 이도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의 막을 열었다. 이도균 사장은 올해 나이 43세로 젊은 CEO다. 인쇄용지 사업에만 치중돼있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개혁해나갈지가 이 사장의 과제이자 업계의 관심사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무림그룹은 동해펄프(현 무림P&P) 인수 이후 M&A 등에도 굉장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라면서 "3세 경영이 시작된 만큼 향후 행보에도 이전과는 다른 기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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