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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4세 승계 없다' 선언…새 지배구조 고심 이재용 부회장 "아이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을 것"

윤필호 기자공개 2020-05-07 08:18:28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6일 17: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로부터 내려온 총수 경영 체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사실상 총수로 역할을 수행했지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위법 논란과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으로 고민을 거듭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이 부회장의 선언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3대인 이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끝날 전망이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될 지는 미지수다. 아직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총수 없이 전문 경영인이 중심이 된 집단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다. 총수 역할을 할 새로운 컨트롤타워 구성도 고민꺼리다.

이 부회장은 6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과문 발표란 계기가 있었지만 이 부회장이 차기 경영 승계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며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은 데다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과문은 노사 이슈, 시민 사회와 소통 등의 내용을 담았다. 경영 승계 관련 답변은 짧지만 메시지는 확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은 과거부터 승계 이슈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1996년 에버랜드가 발행한 전환사채(CB)가 헐값 발행이란 지적을 받았다. 1999년에도 삼성SDS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당시 주가보다 낮은 행사가로 인수해 지적을 받았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역시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부회장은 4세 승계에 대해 '없다'고 못 박으면서 향후 승계 관련 잡음을 없앨 것이란 점을 대내외에 공식화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고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며 "최근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한데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리겠다"며 "이제는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고민은 향후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경영 시스템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있다.

지금도 삼성의 지배구조는 불완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보유지분은 0.7%에 불과하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지분은 4.18%수준이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다. 삼성물산의 지분 5.01%, 삼성생명의 지분 8.51% 등을 포함하면 특수관계인 전체 지배력은 20% 남짓한 수준이다.

시간이 갈수록 지배력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각종 규제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약화될 수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상속 과정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지분도 상속세 이슈로 점차 줄어든다.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분을 모두 상속받는다고 하면 10% 대로 지배력이 떨어지고 자녀들에게 해당 지분을 다시 상속할 경우 지배력은 한자릿수까지 떨어질 수 있다. 총수 체제를 유지하는 형식으로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부회장이 자녀들에게 승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한 것은 지분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전문 경영인 체제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계열사간 의견 조율이나 중장기적 투자 계획 등은 오너의 최종 재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 의사 결정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이 부회장이 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이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지분 뿐 아니라 최고 경영자 자리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대체할 수단은 미래전략실이나 구조조정본부 등 중앙 집권식 컨트롤타워다.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포기 선언은 역설적이게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구심점 논의로 이어진다.

삼성은 현재 사업지원TF란 이름으로 계열사간 업무 조율의 기능을 하고 있다. 총수 역할이 사라진다면 TF의 기능을 더 키우거나 영속적인 조직으로 계열사간 업무 조율 역할이 필요하다.

컨트롤타워 없이 새로운 집단 경영 체제를 만든다면 이는 그동안 삼성이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의 도입이 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해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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