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그룹 비상장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이사회가 최근 창사 20년 만에 처음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지배구조에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해 김재철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퇴임한 후 김남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2세 경영이 시작됐는데 그 첫 해 이뤄진 전향적인 변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엔터프라이즈 이사회는 이달 제 1호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으로 2018년 3월 퇴임한 윤종록 전 차관이 그 주인공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지낸 후 작년 말께는 KT 회장 후보군까지 오른 '거물'이다.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 정관에는 사내이사를 3인에서 7인까지 둘 수 있으며 이중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정관상 사외이사 제도는 마련돼 있었지만 2001년 창사 이래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사외이사를 둔 적이 없었다.

상법에 따르면 국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총 이사수의 과반수를, 2조원 미만 상장법인은 총 이사수의 4분의 1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작년 말 연결 기준 자산총액이 5조7000억원이지만 비상장사라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이사회는 작년 말 현재 사내이사 3인과 감사 1인 등 총 4인으로 구성돼 있다. 박문서 대표이사 사장과 오너 2세 김남정 부회장, 박인구 부회장이 이사회를 이끄는 경영진 주축이다. 창업주 김재철 명예 회장은 작년 4월 퇴임하면서 이사진 명단에서도 이름을 내렸다.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김남정 부회장을 필두로 2세 경영 시대를 연 첫 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최대주주로부터 독립해 회사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로, 이사회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간 내부 경영진들의 목소리가 절대적이었던 동원엔터프라이즈 이사회도 이번 외부 인사 선임으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사외이사 도입이 일회성으로 그칠 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사외이사를 도입했음에도 윤 전 차관 1인에 그쳐 소수 의견에 그친다는 우려도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측은 사외이사 비중은 아직 낮지만 이사회 구성 변화의 포문을 열었다는 면에서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동원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1호 사외이사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사업에 기술 전문가로서 자문을 제공하게 된다"며 "향후 사외이사 제도가 확대될 지 유지될 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