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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 현대차 [thebell desk]

문병선 산업1부장공개 2020-05-18 08:29:3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튜브에서 '테슬라 모델3'를 검색해 영상을 보면 깜짝 놀랄만한 시스템을 마주한다.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고 제한속도를 맞추며 스스로 차선을 바꾸고 앞차와의 간격을 제어하는 광경이다. 본격적인 자율주행 단계로 쳐주는 레벨4의 단계가 아닌 운전보조시스템의 단계로 치부하는 레벨2의 단계에 불과하지만 입이 떡벌어질만큼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부족하긴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벌써 이만큼 발전했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또 어느정도 운전보조시스템 기능을 제공하는 경쟁 메이커의 기술보다 한 수 위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테슬라 전기차의 하드웨어(차체)는 그리 호감가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일부 내부 마감재의 단차 문제, 풍절음 문제, 사이드미러의 좁은 시야, 뒷좌석의 높이 등 내연기관 자동차였다면 소비자가 절대 구매하지 않을 결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갖고 싶거나 이미 소유하고 있는 차주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갖고 싶다, 놀랍다"로 모아진다.

테슬라 전기차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이런 반응은 판매량에서 나타난다. 지난 1분기 테슬라코리아는 국내에서 4070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한국 진출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이다. 벤츠 E클래스를 제치고 수입차 1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2015년 르노닛산에 이어 세계에서 4만8160대의 전기차를 팔아 점유율 2위에 오른 테슬라는 매년 판매대수를 늘리더니 2018년 24만9600대를 팔아 세계 1위에 올랐고 2019년 36만7953대를 팔아 2위와 격차를 더 벌렸다. 세계적 현상이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투영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글로벌 전기차 수요의 확대라고 생각하기 쉽다. 틀리지 않는 분석이기는 하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32만4761대(2015년)에서 160만3071대(2019년)로 394%(127만8310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성장률은 4만8160대(2015년)에서 36만7953대(2019년)로 664%에 달한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테슬라의 잠식 강도는 더 세지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전기차 수요 확대 현상이라기 보다 '테슬라'라는 테크 기업이 기존 메이커의 시장을 잠식해 가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하드웨어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타고 싶은 차, 갖고 싶은 차'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테슬라 현상은 현대차를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현대차를 포함한 대부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테슬라만큼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아르고AI에, 혼다가 크루즈에, 도요타가 우버 자율주행사업부에, 현대기아차가 오로라에 투자를 하긴 했지만 테슬라를 쫒는 형국이지 이 시장을 리드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소프트웨어보다 얼마나 멀리갈 수 있느냐를 따지는 배터리 전쟁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듯 보인다. 배터리도 중요한 경쟁력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기술 수준을 확보하는 장치 또한 배터리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더 심해지고 한번 고객을 잃으면 되찾기 쉽지 않다는 속성을 갖고 있는 경쟁 분야다.

아이폰이 첫 출시됐을때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현대차와 글로벌 메이커들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닥뜨리는 전환기의 시대다. 삼성전자가 당시 재빨리 패스트팔로워 전략을 채택했으니 망정이지 잘못하다간 노키아 꼴이 되기 십상이다. 삼성전자의 팔로우 전략 방향은 하드웨어에만 있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 현대차라는 점이다. 현대차는 오로라 뿐 아니라 메타웨이브, 퍼셉티브오토마타, 앱티브 등에 3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다. 자체연구도 활발하다. 10위 바깥에 있던 현대차의 전기차 점유율이 2019년 독일 업체들을 제치고 5위로 점프한 것은 '미래차=현대차'의 기대를 품게하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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