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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 한국판 '카길' 꿈 시동 7년만에 미국 곡물터미널 지분 되찾아…"곡물 트레이딩 사업 역량 강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15 08:49:4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4일 1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벌크선사 팬오션이 미국 곡물터미널을 운영하는 EGT 지분 인수에 나서며 '한국판 카길(Cargill)'이라는 꿈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5년 '세계 제2의 곡물 메이저'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1조원을 들여 팬오션을 품에 안았다.

◇EGT 지분 36.25% 인수…2013년 매각 이래 7년만

팬오션은 14일 곡물트레이딩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미국법인을 통해 일본 이토추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EGT 지분 전량(36.25%)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GT는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 소재 수출터미널과 몬태나주 소재 4개의 공급시설을 보유,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지분 인수 가격과 시기, 방법 등은 아직 논의 중인 단계로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아직 인수가격과 대금납입 일자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금융 등에 대한 검토를 거친 후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EGT의 지분 구조는 번기(63.75%)와 이토추(36.25%) 등이다. 이번 계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팬오션이 이토추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EGT 지분 인수는 팬오션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3년 이래 7년 만에 지분을 되찾아오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팬오션은 STX그룹 계열사 시절이던 2009년 곡물사업 진출을 위해 번기(51%), 이토추(29%)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이게 바로 EGT다. 팬오션은 전체 출자금 2억달러 중 20%를 투자했다. 설립멤버 중 하나인 셈이다.

EGT는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연간 800만톤 이상의 곡물을 처리할 수 있는 저장설비와 육상 레일, 부두 및 하역설비를 갖춘 터미널을 지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해외 곡물터미널 사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 첫 사례였다. 당시 팬오션은 세계 곡물시장의 진입장벽을 뚫고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에 일조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3년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가 시작되며 불가피하게 지분 전량을 매각하게 됐다. 팬오션은 보유지분을 번기와 이토추에 각각 넘기고 곡물터미널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후 다시 곡물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2015년 하림그룹에 편입되고 난 뒤다. 팬오션 인수를 발판 삼아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꾼 김홍국 회장의 영향이다.

◇김홍국 회장 "한국판 카길 꿈꾸며 팬오션 인수"

김 회장은 2014년 법정관리 중이던 팬오션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마자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부터 해운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터라 곧바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매각 측이 제시한 가격 하한선(8500억원)이 지나치게 높아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김 회장은 1조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적어내 이 같은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바로 다음해인 2015년 6월 인수대금 1조80억원을 납입하고 팬오션을 품에 안은 김 회장은 "한국판 카길을 꿈꾸며 인수했다"며 "10년 내 카길과 같은 아시아 최대 곡물 메이저가 되겠다"고 밝혔다. 세계 1위 곡물업체로 농업과 식품업, 제조업까지 발을 넓힌 카길을 롤모델 삼아 회사를 키워가겠다는 포부였다.

실제로 팬오션은 하림그룹에 편입된 이후 전담 조직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곡물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과거 곡물을 수송했던 경험을 살려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식용·사료용 곡물을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으로 판매·유통하며 공급 및 운송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축산업에 필요한 사료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원료 운송비 절감,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 등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다만 아직 곡물사업이 팬오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4679억원 중 12%에 해당하는 2956억원이 곡물사업에서 발생했으나 29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올 1분기엔 32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그룹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키워낼 의지가 있는 사업인 만큼 국내 주요 곡물 수요 기반을 토대로 전세계로의 판매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팬오션은 이번 지분 인수가 세계시장 진출을 앞당기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제 곡물유통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메이저와의 관계 강화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터미널 확보는 우리나라 식량자주권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생산국에서 국내로 곡물을 운반해 올 수 있는 물류 및 유통시설이 확보돼 직접 구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의 공급불안으로 인한 곡물가격 급등 시에도 필요한 곡물을 해외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팬오션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국내 최대 곡물 수송 선사로서 이번 사업 진출을 통해 곡물 트레이딩 사업 역량 강화 및 그룹사와의 시너지 증대를 예상한다"며 "곡물 운송 영업력 강화 및 미주 서부 지역에서의 운항 효율성 제고 효과 또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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