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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분기 최대 적자, 규모보다 타이밍이 문제다 [Earnings & Credit]국제 유가 폭락, 역대급 영업적자 기록…2차전지 투자, 크레딧 하향 압박

양정우 기자공개 2020-05-18 13:38:3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업적자 1조7752억원. SK이노베이션(AA+, 부정적)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발(發) 수요 위축 속에 산유국의 증산 갈등까지 겹쳐 국제 유가가 폭락한 탓이다.

역대급 적자 규모보다 우려되는 건 중장기 재무구조의 훼손이다. 국내 정유사는 국제 유가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더라도 다시 공고한 신용도를 되찾아왔다. 하지만 이번 적자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나쁘다. 신성장동력 2차전지에 올인하면서 투자 자금을 공격적으로 투하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은 성장 여력이 높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후발 주자 SK이노베이션이 수익 궤도에 올라설 시기를 속단하기 어렵다. 캐시카우 정유 사업이 예전같지 않은 가운데 신사업 개척 부담이 누적되면서 크레딧 하방 압력이 가중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속 최대 적자 '1.8조'…달라진 사정, 2차전지 투자 부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영업적자가 1조7752억원에 달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적자다. 매출액(11조1630억원)도 전분기(11조7885억원)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 사업 부문에 걸친 재고평가손실이 1조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올들어 국내 정유사의 고전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지난 1분기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가 불발되는 시련을 겪었다. 국제 유가는 하루 낙폭 기준으로 걸프전 이후 최대 폭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사가 미리 사둔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평가손실이 수천억원 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여겨졌다. 여기에 정제마진도 국내 정유업체의 손익분기점(배럴당 4달러 안팎)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 이어졌다.

다만 국제 유가 폭락은 때마다 찾아오는 악재다. 원유와 석유제품의 수급, 재고 추이, 투기적 거래, 세계 경기 변동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유가가 흔들린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정유 산업도 그 때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다시 우수한 신용도를 회복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정유사의 실적 부침은 산업의 고유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과거와 동일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속단할 수 없다. 무엇보다 기존 정유 섹터가 아닌 2차전지 사업을 신사업으로 삼고 공격적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2차전지 키우기'는 올인 수준이어서 배터리 증설 투자에 매년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흑자 실적 때도 FCF 마이너스 흐름…순차입금 껑충, 하향 요건 충족

분기 최대 적자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2차전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LG화학 등 선두권을 쫓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공격적 투자에 집중하는 시점이다. 그간 정유 사업의 현금 창출력에 기댈 수 있었으나 올해 들어선 흑자 전환이 요원한 상황에 처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2차전지 시장에서 아직 매출 규모가 경쟁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적자가 각각 6845억원, 3112억원으로 집계됐다. 당분간 흑자 전환보다는 외형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설비투자에 조 단위 뭉칫돈을 투하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예정한 연간 자본적지출(CAPEX)는 총 4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60% 가량을 배터리와 분리막 설비 증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2021~2022년엔 미국 제2 공장까지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1조2693억원)였을 때도 대규모 투자 탓에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 1조9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순차입금 규모(2018년 말 3조4954억원→6조5589억원)가 대폭 늘어난 배경이다. 올해는 역대급 적자 속에서 2차전지 투자를 속행하는 만큼 차입 부담이 가중되는 게 불가피하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하향 요건으로 '순차입금/에비타(EBITDA) 3배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하향 트리거는 이미 지난해(3.1배)부터 충족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8조7379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EBITDA는 마이너스 1조4675억원에 달했다. 향후 연간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등급하향 기준을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2차전지 시장, 경쟁 치열…SK이노베이션, 흑자 전환 시기 미지수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의 성장 여력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이 시장을 노리는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 SK이노베이션은 결코 호락호락한 시장에 뛰어든 게 아니다.

세계 2차전지 시장은 한국과 일본, 중국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파나소닉을 필두로 일본 업체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더구나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 기업이 세계 선두권이어서 협업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 중국 업체는 기술력이 뒤지지만 정부의 지원 공세와 거대한 내수 시장이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LG화학이 선두권에 진입한 가운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추격을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영업 전선을 빠르게 늘리면서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의 점유율을 4.6%(지난해 기준)까지 확보했다. 공격적 설비투자 덕에 수주물량을 빠르게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외형 성장의 속도만큼 흑자 전환의 시기도 빠르게 다가올지 미지수다. 초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2차전지 시장의 경쟁이 과열된 것도 문제다. 한동안 정유 사업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2차전지 사업에서 현금 유출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다른 정유사보다 크레딧 하향 압박이 한층 거셀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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