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열전]'균주 등록 허가제', 시장 지각변동 일으키나⑩6월 효력 발생·가이드라인 작업…과거 승인 건 전수조사 가능성도
최은수 기자공개 2020-05-29 08:12:57
[편집자주]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보톡스를 대명사로 만든 미국 엘러간의 아성을 한국 바이오텍들이 무너뜨릴 차비를 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한 상태다. 글로벌 퍼스트인 클래스 의약품을 로컬 기업이 극복한 유례없는 사례다. 이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품질 및 균주 논란 등 내홍의 흔적도 역력하다. 더벨은 보톡스 시장을 통해 본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시장 진출 현황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8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달 4일부터 규제기관에 신고의무만 있었던 보툴리눔 톡신 균주등록제도가 허가제로 바뀐다. 톡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허가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정부 당국에서 균주 등록 및 관리 과정에 대한 사정(査定)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간 톡신 균주는 극독이라 매우 위험한 데 비해 국가적 관리 체계는 미비하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업계에선 관련 법 개정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보고 있다. 강화되는 규제가 비단 신규 등록업체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수 있다. 4월부터 소급적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76조가 개정·시행된 것이 이같은 판단의 근거다. 일각에선 당국이 머지않아 기존에 등록을 마친 균주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할 것이란 가능성을 제기한다.
◇허가제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통합관리'·'적정성' 핵심
보툴리눔 톡신 균주 등록·관리 체계가 내달부터 전면 개편된다. 2018년 2월 20일 발의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톡신 균주를 보유하기 위해 기존엔 신고만 하면 됐던 것이 허가제로 바뀌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 선진국일수록 톡신을 비롯한 병원체 관리감독이나 규제가 까다롭다. 다만 각국의 관리 체계를 놓고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균주 관리 기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에는 생물테러병원체를 보툴리눔균, 탄저균, 페스트균을 포함해 총 8종으로 명시했다. 이에 보툴리눔 톡신을 포함한 생물테러위험병원체를 신규로 보유하려면 사전에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를 위반하고 균주를 보유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도록 한다.
법 시행 이전인 만큼 허가제의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보건복지부 등은 이른 시일 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개정된 법에 맞는 제반 과정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균주 및 병원체 관리 체계를 갖춘 미국을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엄격한 관리체계를 갖춘 국가로 손꼽힌다. 균주를 미국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국(FDA)에 등록할 때 균주 출처, 등록자 및 균주를 사용할 기업의 전문성, 균주 등록자의 범죄·정신감정 등의 이력까지 모두 따진다.
미국은 균주 등록 및 관리와 관련한 통합 전산 시스템까지 구축한 덕에 모든 주정부와 중앙정부도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다. 보툴리눔 톡신의 경우 1그램으로 100만명이 사망할 만큼 독성이 강하다.
미국의 사례를 참조했을 때 국내 균주 허가제 또한 범부처별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균주 신고 내용에 대한 적정성 검토 등을 포함해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허술한 균주 관리 체계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감염병 예방과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은 사회 통념과도 맞지 않는다"며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맹독 중의 맹독인 톡신 균주를 제도권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곧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급적용' 골자 약사법 76조 개정…전수조사 가능성도
업계에선 이번 개정안이 균주의 신규 등록을 원하는 회사에만 해당된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허들이 높아지기 전 균주 등록을 마친 업체에도 관련 법률을 적용할 근거 조항이 최근 마련돼 시행중이기 때문이다.
약사법 76조는 식약처장이 해당 규정을 시행하기 전 균주 허가를 받았다 해도 거짓이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경우 허가를 취소하는 것을 명문화한 법이다. 다만 그간 과거에 발생했던 부정 사례를 처벌할 조항이 없었는데 올 4월 7일 약사법 76조의 부칙 제3조(허가취소 등에 관한 적용례)가 개정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제76조 부칙에 따르면 과거에 허가·변경허가, 승인·변경승인, 등록·변경등록, 신고·변경신고를 완료했다 해도 부정한 방법으로 진행했을 시 이에 대한 취소와 처벌을 할 수 있다. 6월 이전 신고를 통해 균주 등록을 마치고 허가를 받은 업체라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업계에서 개정된 약사법을 두고 우려가 커지는 까닭은 균주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업체가 사실상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톡신 균주 도입 출처와 염기서열을 모두 공개한 업체는 제테마뿐이다.
기존 등록을 마친 업체들의 신고 내용은 해외와 비교하면 부실하다. 균주 기원을 기재한 서류를 제출할 때 균주 획득 경위에 대한 자세한 기술 없이 균주가 발견된 물건이나 위치만 기재해도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탓이다. 기존 신고를 마친 일부 기업들은 균주 출처 및 기원을 '토양', '부패한 통조림', '축산 농가의 소 분변' 등 구체적이지 않게 기재한 경우도 있다.
업계에선 유독 국내에만 보툴리눔 톡신 기업이 다양하게 등장한 원인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간단한 신고 절차가 한몫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그 동안 톡신 균주가 암암리에 암시장을 통해 거래가 됐기 때문이란 의혹도 꾸준히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법 개정에 발맞춰 기존 톡신 보유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영업 기밀을 이유로 균주 출처를 비공개로 두기엔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만큼 톡신 시장의 신뢰도와 안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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