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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리포트]한국 철수 닛산, 불매운동 탓? 오래전부터 '궁지'국내서 영업적자 10년이상 완전자본잠식, 글로벌시장 당기순손실 7조 넘어

김경태 기자공개 2020-06-01 08:05:43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9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닛산이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2004년 국내에 법인을 만들며 야심차게 진출한 뒤 16년만에 퇴각한다. 닛산은 지난해 여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전부터 국내에서 손실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가 시원치 않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까지 겹치면서 전략 재편과 구조조정을 위해 국내에서 발을 뺀다.

◇불매운동 전 이미 한국서 적자…11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우치다 마코토 닛산차 사장은 이달 28일 일본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 한국닛산은 2020년12월말 부로 한국시장에서 닛산 및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알렸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일본 본사로부터 조만간 글로벌 사업 재편이 있을 수 있다는 언질을 받기는 했지만 철수 결정에 관해 들은 것은 최근"이라며 "외부 발표 등을 준비할 정도의 겨를만 주어졌다"고 말했다.

닛산은 2004년 '한국닛산'을 만들며 국내에 진출했다. 올해 내로 철수하게 되면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린 지 16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된다. 한국닛산은 올해 말 영업은 종료하지만 기존 닛산과 인피니티 고객들을 위한 차량의 품질 보증, 부품 관리 등의 애프터세일즈(AS) 서비스는 2028년까지 8년간 제공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배경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꼽힌다. 당시 닛산뿐 아니라 도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수입차 역시 불매운동 대상에 포함됐고 판매량이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불매운동은 닛산이 한국을 떠나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최초의 원인이자 전부로 보기는 힘들다. 닛산은 불매운동 이전부터 한국시장에서 고전했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볼 수 있다.

한국닛산은 2017년 회계연도(2016년4월~2017년3월) 226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그다음 회계연도에도 영업이익이 적자였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140억원을 기록해 3년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매출은 210억원으로 전년보다 25.6%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4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19년 회계연도(2019년4월~2020년3월) 감사보고서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불매운동을 고려할 때 실적이 더 악화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출처: 감사보고서, 기준: 별도, 단위: 백만원, %

또 닛산이 한국닛산의 재무구조 개선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한국닛산은 2009년3월말부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처했다. 그 후 2019년3월말까지 11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했다. 이 기간에 한국닛산의 자본금은 100억원으로 동일하게 유지됐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은 해외법인이 누적된 손실로 재무구조가 악화하면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추가로 자금을 출자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현지 법인은 수혈받은 돈을 운영 자금 등으로 사용하며 반전을 노린다.

하지만 한국닛산의 경우 장기간 완전자본잠식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없었던 셈이다. 한국시장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내부적으로도 큰 기대가 없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미 경영 악화를 경험하고 있는데 불매운동을 퇴각의 명분으로 삼고 경영 실패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출처: 감사보고서, 기준: 별도, 단위: 백만원

◇당기순손실 7조 상회, 글로벌시장 전략 재편

닛산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거두는 성과가 신통치 않다는 점도 철수의 한 원인이다. 닛산은 우치다 마코토 사장이 기자회견을 하던 이달 28일 2019년 회계연도(2019년4월~2020년3월) 실적을 발표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작년 매출(Net sales)은 9조8788억엔으로 10조엔 선이 깨졌다. 전년 동기보다 14.6% 급감했다. 영업이익(Operating income)은 -404억엔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Net income)은 -6661억엔으로 역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한화로 약 7조7000억원에 달한다.

출처: 닛산, 단위: 백만엔, %

닛산은 작년 회계연도 초기부터 부진이 심화했고, 지난해 9월에는 부품 생산 및 제 3세계 수출 목적의 차량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닛산 트레이딩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역대급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닛산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 전략을 다시 짜기로 했다.

앞서 이달 27일 닛산과 미쓰비시, 프랑스 르노로 구성된 자동차 3사 연합은 지역이나 분야를 나눠 선택과 집중을 하는 중장기 협업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서 닛산은 중국·북미·일본에 자원을 집중하고 르노가 유럽과 미 북아프리카를 중점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닛산은 인도네시아 공장의 문을 닫기로 했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 폐쇄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럽과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도 사업을 축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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