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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포스코의 부생발전 합병 노림수, '온실가스 비용'포스코에너지 발전소 흡수합병, 정부 무상할당량 증가 효과

구태우 기자공개 2020-06-03 09:47:0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경영 효율화'와 '책임경영 체제 확립' 등을 들 수 있다. 기업의 분할과 합병이 항상 효율성 때문에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매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기업을 분할하는 경우도 있고,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에는 이익이 동반돼야 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포항·광양제철소 내에 있는 포스코에너지 소유의 부생가스 발전 부문을 떼어 흡수합병했다. 포스코와 포스코에너지로 이원화돼 있던 부생가스 발전 부문을 통합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는 게 분할의 표면적인 목적이었다. 당시 흡수합병은 지난해 9월 마무리됐다. 포스코에너지가 9년 동안 운영한 290MW 규모의 부생가스 발전소는 포스코 산하에 놓이게 됐다.

부생가스 발전소 흡수 합병으로 포스코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얻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포스코는 정부로 부터 받는 온실가스 무상할당량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부생가스로 인한 전력까지 재활용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출처: 포스코에너지

부생가스 발전소는 부생가스를 연소한 동력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부생가스는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코크스 가스와 고로가스, 전로가스 등이 있다. 철강업은 본래 자연 상태의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해 철을 뽑아내고 가공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석탄과 유연탄이 들어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부생가스가 발생한다.

이 부생가스는 '가스터빈-배열회수보일러-스팀터빈'을 거쳐 전력에너지로 바뀐다. 생산체계가 일관제철소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부생가스 발전소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현대제철은 한국중부발전과 합작한 현대그린파워를 통해 부생가스 발전소를 운영한다. 포스코는 과거 포스코에너지에서 운영한 부생가스 발전소를 지난해 흡수합병했다.

포스코가 10년 여 동안 별도로 운영한 부생가스 발전소를 흡수합병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된다는 점에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5억3600만톤까지 줄이는 방안을 목표로 잡았다.

내년은 '온실가스 감축 3차 계획기간(2021년~2025년)'에 들어가는데, 정부의 무상할당량을 줄이고 탄소배출권 거래를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선물거래 비중을 늘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것이다.


부생가스 발전소는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비용을 줄이는데 획기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부생가스 발전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친환경 발전방식이었지만, 환경비용은 여타 발전과 비교해 많았다. 부생가스는 1차 연소된 에너지로 액화천연가스(LNG) 등보다 에너지 효율이 30~40%로 낮다. 이 때문에 여타 발전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부담이 높다.

발전업계는 발전 방식의 특수성과 친환경성을 반영해 온실가스 무상할당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환경부는 이를 수용했다.

철강사는 부생가스 발전소에 판매되는 온실가스는 배출량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포스코는 연간 7300만톤 안팎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포스코의 부생가스 발전소는 연간 배출량 규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포스코에너지의 부생가스 발전소는 발전업으로 분류돼 있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여타 산업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 발전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감축 목표치도 상대적으로 높게 잡힌 탓이다.

그런데 부생가스 발전소가 포스코에 흡수합병되면서 발전업에서 철강업으로 바뀌었다. 포스코에너지에 있을 때보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포스코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61억원의 탄소배출권 처분 이익을 인식했다. 이는 탄소배출권 잉여분을 시장에 판매해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여타 철강사와 비교해 온실가스 무상할당량이 높다. 조강생산량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 규모 또한 크다. 이는 배출량(GF, Grand-Fathering)을 기준으로 무상할당량을 할당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배출효율(BM, Benchmark) 기반으로 무상할당량을 배정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시설에 더 많은 무상할당량이 배정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부생가스 발전소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효율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합병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부생가스 발전소의 증설을 통해 발전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부생가스 발전을 통한 온실가스 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포스코는 탄소배출권의 선물거래 비중이 높아질 것을 예상해 포스코에너지로부터 부생가스 발전소를 흡수합병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구조 개편의 '운용의 묘'를 활용해 환경비용을 낮췄다는 평이다.

이 같은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이다.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은 재무구조의 변화와 추가 비용을 야기한다. 사업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기업에 득이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경쟁력이 약화되고 기업가치가 낮아진다. CFO는 사업구조 개편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의 CFO는 전중선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이다. 전 부사장은 철강업종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극한의 비용 절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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