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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주주에 의한, 주주를 위한' 사외이사 추천 [금융권 사외이사 활용평가]⑧후보군 160명 관리 불구 주주 입김...IT·소비자보호 전문분야 강화 필요성 노출

손현지 기자공개 2020-06-16 13:42:35

[편집자주]

최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DLF사태,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주류를 이뤘던 재무, 법률 뿐 아니라 IT, 소비자보호 전문성까지 갖춘 사외이사를 기용해 견제와 자문 역할을 두루 맡기고 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보고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1일 13: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 의석 증원을 앞두고 분주했다. 사외이사를 한명 추가로 뽑기로 했는데 대만 푸본금융그룹 측에서 추천 받기로 했다. 푸본은 작년 합류한 과점주주다. 우리금융 이사회 사무국은 푸본이 후보자 선정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자격요건이 명시된 국내 지배구조법을 정리해 송부했다. 이를 토대로 추천된 후보는 바로 장기간 푸본그룹에 몸담았던 첨문악 이사였다.

우리금융은 자격검증에 나섰다. 이사회사무국 실무자 3명은 준법부서 변호사들과 함께 첨 후보가 사외이사로서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고 최종적으로 영입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6인 체제(정찬형, 전지평, 첨문악, 박상용, 장동우, 노성태)를 완성했다.


현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의 역량을 역량진단표(Board Skills Matrix)를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유독 금융분야 전문성에 쏠린 형태다. 첨 이사는 대만 출신으로 네덜란드 ABN암로(AMRO)와 씨티은행 등 글로벌 리딩뱅크에서 근무한 '금융' 전문가다. 이미 2명(정찬형, 전지평) 이사가 있는데도 추가로 금융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한 셈이다.

금융분야 전문가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상 판단이 있었던 건 아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결국 사외이사 추천 주체는 과점주주"라며 "타 금융지주에 비해 역량진단표를 기반으로 이사진을 다채롭게 구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주주가 추천한 후보 1인>후보군 160인

우리금융 전신인 우리은행은 오래 전부터 주요 주주들에게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부여해왔다. KB금융이나 신한금융이 각각 2015, 2019년부터 주주들을 상대로 후보를 공모하는 제도를 도입해온 것 보다도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기조는 작년 1월 출범한 지주사로 그대로 옮겨갔다. 상장 주체가 바뀌면서 과점주주체제가 우리금융으로 이식된 것이다. 작년 초 기준 이사진 구성을 보면 주요 주주인 IMM PE(장동우), 한국투자증권(정찬형), 한화생명(노성태), 동양생명(전지평), 키움증권(박상용)이 추천한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비상임이사(배창식 이사)도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인물로 선임했다.


그러다보니 우리금융의 이사진들은 원소속 회사의 비즈니스나 경영전략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곤 한다. 주주들과의 거래나 관계 유지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단 얘기다

예컨대 작년 9월, 대만의 푸본금융그룹이 우리금융의 전략적투자자로 나서면서 내걸었던 조건도 '이사회 의석'이었다. 당시 손 회장은 우리카드를 지주사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고충이 있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지분을 지니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카드 지분을 6개월 이내 처분해야 하는데 오버행 우려를 해소하려면 전략적투자자를 찾는게 최선이었다. 그때 푸본그룹이 4%의 지분 매입의사를 밝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시 푸본은 과거 우리은행이 민영화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듯이 똑같은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다"며 "전략적 투자자가 절실했던 손태승 회장이 이를 승낙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향후 민영화에 대비해 상시후보군 160명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과점주주 추천제도 때문에 아직 활용도는 미약하다. 주주가 추천한 단 한명의 후보가 상시 후보군 160명 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셈이다.

이사회의 주인도 사실상 주주다. 현재 이사회 내 주주 대표자 비중은 78%에 달한다. 정원(9명) 중 사내이사(손태승 회장, 이원덕 부사장)를 제외하고 사외이사(6명)와 예보가 추천한 비상임이사(김홍태 이사)를 합치면 무려 7명이 주주 대표자인 셈이다.

◇겸직 이사 3명 '정찬형, 박상용, 노성태'…주주의견 '존중'

우리금융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이사회도 두개(지주, 은행)로 쪼개졌다. 현재 각각 6명, 5명의 사외이사들이 포진해있는데 그 중 3명(정찬형, 박상용, 노성태)이 양사 사외이사를 겸하게 됐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일부러 특정 3인에게만 겸직 권한을 준건 아니다.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사외이사 전원에게 겸직 '선택권'을 부여했을 뿐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업력이 짧은 만큼 타 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한 편이다. 타 금융지주가 은행-비은행 비율이 6대4 정도라면 우리금융은 출범 당시 9대1 수준이었다. 과점주주들에게는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포지션이 큰 은행 계열사의 경영도 관여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때문에 분리과정에서 사외이사들에게 의사를 물어 겸직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들의 선택은 나뉘었다. 정찬형(한국투자증권)·박상용(키움증권)·노성태(한화생명) 이사는 은행의 경영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나머지 전지평(동양생명)·장동우(IMM PE) 이사는 지주사만 감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IT·소비자보호 분야 필요성은 인지…완전민영화 전엔 '시기상조'

최근 우리금융, 우리은행 이사회 내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일단 잠재 사외이사 후보군(160명)에는 IT, 소비자보호 등 카테고리가 추가됐다. 전문성을 제고해 이사회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여성이사 선출 필요성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증권사 M&A, 디지털,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의 아젠다가 부각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다만 아직까진 후보풀을 기반으로 한 신규 이사 선출 작업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더이상 상장사가 아닌 우리은행에서 사외이사 선임시 활용하고 있는 정도다.

이는 추가 예보 잔여지분(17.25%) 매각 '대비' 차원의 전략이다. 최근 몇년새 민영화에 속도를 냈지만 아직까지도 완전 민영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자위는 올해나 내년 중에 예보 잔여 지분 매각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그간 예보의 매각과정을 돌이켜보면 한 주주 당 3~5%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한 표씩 부여했다. 현재 잔여지분이 18%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2~4개 주주가 더 충원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부응해 사외이사도 현재 6명에서 8~10명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보호·IT 전문가나 여성 사외이사까지 선임하게 되면 이사회가 비대해질 우려가 생긴다는 판단이다.

우리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ESG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사회를 다채롭게 구성하자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황"이라며 "최근 이사회 의사록에도 추후 매각 경과에 따라서 후보풀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남겨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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