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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컨버전 시대]막무가내 민원·심의제도에 인허가 지연 '속수무책'주무관청, 합의 종용 개발지연…심의 면피수단 전락, 통폐합 필요

신민규 기자공개 2020-06-16 08:59:42

[편집자주]

국내 디벨로퍼(developer) 업계에서 용도변경(컨버전, Conversion)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엽적인 의미의 용도전환에서 나아가 기능을 상실한 노후공간을 필요에 따라 새롭게 탈바꿈하는 현상 자체를 아우른다. 도시개발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급격한 인구감소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소비, 재택근무 증가는 도심 공간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용도지정을 하던 낡은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이 디벨로퍼 사례를 중심으로 '컨버전' 아이디어의 격랑 속으로 들어가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5일 07:1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디벨로퍼는 개발 인허가 단계에서 한번쯤 '민원'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관련 규정이 없더라도 민원이 들어오면 주무관청에서 당사자간 합의를 종용하는 식으로 나와 인허가가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각종 심의제도 역시 주무관청의 면피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라 기댈 곳이 못된다. 담당 공무원이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도 심의위원회에 넘겨버리기 일쑤다. 심의위원의 말 한마디에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프로젝트의 설계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불가피했다.

막무가내식 민원과 면피성 심의제도는 국내 디벨로퍼가 가장 극복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업계에선 해외 사업자가 국내 개발에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로 꼽기도 한다.

최근 분양을 마친 A 디벨로퍼는 인허가 단계에서 개발부지에 인접한 학교 측으로부터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 건축물의 규모나 위치상 학교의 협의를 구할 필요가 없었지만 주무관청은 협의를 받고 오라고 돌려보냈다.

인허가 지연은 디벨로퍼 입장에선 고스란히 금융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자칫 수년째 사업이 표류하면 개발 타이밍도 놓칠 수 있다.

디벨로퍼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기만 하면 무조건 합의부터 하고 오는게 이제는 불문율처럼 자리잡았다"며 "결국 학교 측에서 요청하는 것들을 들어주는 식으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개발이 종료된 후에도 디벨로퍼는 민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B 디벨로퍼는 호텔 개발을 마친 이후 인근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민원을 받았다. 호텔의 위치가 아파트의 일조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주변 일조권 보장은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려한 요소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디벨로퍼는 아파트 주민에게 일정한 보상을 치르고 민원을 처리했다.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판단을 피하는 주무관청의 태도는 개발사업 전체를 엎을 정도로 타격을 미치고 있다. 중소규모의 개발 사업장에서 전문 '꾼'들이 민원을 제기할수록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각종 심의제도 역시 주무관청의 면피성 수단으로 전락했다. 개발사업을 하려면 건축심의나 도시계획심의를 거쳐야 한다. 건축심의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 인허가에 앞서 도시미관, 공공성 확보 등을 따져보는 것이다.

전문 심의위원회 제도는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모두에게 '윈윈'이 될수 있지만 현실에선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 디벨로퍼 상당수는 담당 공무원들이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범위도 심의위원회에 넘겨 판단을 유보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는 "심의위원이 전문성은 있겠지만 개발사업에 대해 책임감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심의위원은 의견만 개진할 뿐인데 담당 공무원이 심의 결과라고 준수를 요구하면 사업자와 설계자의 기존 의도가 한순간에 묵살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인허가를 조건으로 지자체가 도를 벗어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행위도 근절해야 할 행태로 꼽힌다. 규정에도 없는 부담금을 내라든지 없는 도로를 놓아달라는 내용을 조건으로 밀어넣으면 개발사업자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선 심의자체가 길어지는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많다고 보고 심의 통폐합을 꾸준히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각종 영향평가를 비롯한 심의제도를 합쳐 신속한 인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해야 장애요인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수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사무국장은 "협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인허가 조건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라며 "심의제도 역시 개발사업자 입장에선 시간이 돈인데 통합심의로 신속하게 인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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