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각오 보여라…산은, 쌍용차 변화 압박 '원칙주의자' 이동걸 회장, 작심 발언…추가 자구안 불가피 전망
김경태 기자공개 2020-06-18 09:10:13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7일 1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자동차 자금 지원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언급한 이순신 장군의 말(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이다. 그는 "돈만으로는 기업을 살릴 수 없다"고도 하면서 쌍용차에 작심 발언을 했다.
그간 쌍용차는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이 쌍용차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현 상태로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결국 지금까지의 자구안을 넘어서는 고강도 대책이 불가피하게 됐다.
◇기안기금 지원 사실상 선 그어, 신규 자금 지원 '원칙' 강조
산은은 이날 현안에 대한 온라인 브리핑에서 쌍용차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 구조조정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최대현 부행장은 쌍용차가 기간산업안정기금에 포함되냐는 질의에 대해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코로나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는 회사들을 지원하는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쌍용차는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 부행장은 쌍용차에 지원하기 위한 전제를 언급했다. 우선 책임 주체가 의지를 가져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 있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회사가 지속 가능한지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두 가지 전제가 충족된다면 정부와 협의를 거쳐 지원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쌍용차의 최대주주는 인도기업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다. 산은은 쌍용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채권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의 책임 없이 산은이 자금 지원에 나서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또 쌍용차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대규모 적자를 지속한 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산은은 쌍용차 지원 문제에 대한 언급을 통해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무턱대고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부행장은 오는 7월 만기가 도래하는 쌍용차의 채무 900억원의 만기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1분기말 쌍용차 단기차입금 중 산은이 빌려준 돈은 운영자금 200억원과 시설자금 700억원이 있다.
하지만 산은이 대출해준 자금의 만기 연장만으로는 쌍용차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쌍용차의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이 3942억원이다. 산은 외에 국내 금융사 중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으로부터 각각 87억원, 150억원을 차입했다.
외국계 대주로는 JP모간,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있고 총 2068억원을 빌렸다. 이중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차입금은 JP모간 899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BoA 299억원 등 총 1668억원이다. 문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을 51% 초과해 보유한다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줬다는 점이다. 마힌드라가 주식을 매각해 지분율이 떨어지면 차입금을 바로 갚아야한다.
최 부행장은 현재 쌍용차 최대주주의 추가투자를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달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외국계 차입금에 대해서도 마힌드라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걸 회장, 작심 발언…'고강도' 구조조정 압박
이 회장은 그간 쌍용차 문제에 대해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하는 등 작심 발언하면서 쌍용차에 압박을 가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자구안보다 더 강력한 자체적인 노력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현재 노사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걸 내려놓고 진지하게 솔직하게 협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제가 보기에는 쌍용차가 살려고만 하고 진지하게 모든 걸 내려놓고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속 가능성'과 '생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쌍용차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돈만으로는 기업을 살릴 수 없다"며 "마치 산은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며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쌍용차가 자동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마힌드라 체제에서 2016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경쟁력을 잃었다는 점도 있다. 쌍용차는 2014년까지만 해도 수출 판매가 내수 판매보다 많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내수 판매가 더 많아졌고, 이런 기조가 고착화됐다.
쌍용차가 미래 자동차 및 모빌리티 시대 준비에도 뒤쳐져 있다는 점도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등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내로라하는 자동차 기업 중에서도 노키아처럼 쓰러지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쌍용차는 아직 내연기관 차량 생산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코란도 기반의 전기차 'E100(프로젝트명)'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출시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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