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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적자 딛고 공모채 도전…투심 향방은 [발행사분석]주유소 등 내수지위 견고…실적악화는 불안요인

이지혜 기자공개 2020-06-26 10:32:55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3일 14: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올 들어 두 번째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조달 여건은 그 사이 더 나빠졌다. 투자자들이 한층 까다롭게 회사채를 고르는데다 신용등급 상승 희망마저 멀어졌다. 1분기 대규모 적자를 본 탓이다. 투자규모를 줄이기도 어려워 재무부담도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의 무기는 사업안정성이다. 소수 정유사와 함께 국내 유류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주유소 시장 점유율도 업계 2위로 높아졌으며 고도화 비율은 업계 최상위권이다. 비정유부문 사업기반을 강화하는 점도 실적 안정성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시장 지위 탄탄…투자자 신뢰 요인

현대오일뱅크는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2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모집금액은 1600억원으로 만기구조는 3년물과 5년물, 10년물로 구성됐다. 대표주관사단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3곳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할 수도 있다.

자금용도는 만기도래 CP(기업어음) 차환이다. 7월부터 9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CP잔량은 모두 4000억원이지만 2500억원은 롤오버가 예정돼 있다. 실질적 CP잔량은 1500억원인 셈이다.

현대오일뱅크가 공모채를 발행하는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2018년부터 한 해에 두세 차례 공모채를 발행해 왔다. 올초 조달 성과는 우수했다. 모집금액 3000억원에 90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5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조달금리도 양호했다. 증액발행했는데도 불구하고 금리가 발행 당시 기준 AA0 등급민평보다 낮았다.

공모채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채권시장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현대오일뱅크는 2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무사히 발행했다. 콜옵션은 5년, 조달금리는 3.5%로 과거 발행했던 것보다 낮다.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안정성을 투자자들이 신뢰한다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SK에너지, GS칼텍스, S-OIL과 함께 국내 경질유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정제능력기준으로는 국내 4위지만 높은 고도화비율에 힘입어 생산 효율성은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또 종속회사, 합작회사를 통해 사업다각화 수준도 높였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윤활기유사업을,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로 석유화학사업을, 현대오씨아이로 카본블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300여 곳의 운영권을 인수해 주유소 점유율도 업계 2위로 도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내수시장에서 견고한 사업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덕분에 글로벌 경기변동에 대응력을 높였다”며 “안정적 수요기반을 확보했다는 점도 신용도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적자에 투자부담도…투심 향방에 주목

사업기반은 안정적이지만 1분기 현대오일뱅크는 고전했다. 1분기 연결기준 순손실 4622억원을 냈다. 하반기 실적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1분기 적자가 워낙 깊어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기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에 머무르거나 적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수년 동안 CAPA가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과거처럼 실적을 크게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총 투자규모가 2조7000억원에 이르는 HPC(탈황중질유 및 부생가스, Heavy feed Petrochemial Complex)와 폴리머 공정사업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밖에 SK네트웍스 주유소 사업권 인수부담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연결기준 투자소요는 올해 2조2000억원, 2021년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대규모 부족자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2022년 이후에야 잉여현금을 창출해 채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2015년 95%였지만 올해 1분기 말 142.7%로 꾸준히 높아졌다. 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26.8%에서 41.5%로 올랐다. 이익창출력에 비해 차입부담이 증가하면서 한국신용평가는 결국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 전망을 ‘AA-/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비록 신용등급 상향의 꿈은 멀어졌지만 AA급 공모채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풀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4월까지만 해도 AA- 발행사들은 공모채를 발행할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을 +60bp까지 설정했는데도 미매각 사태를 겪는 등 고전했다. 그러나 5월부터는 발행사에 따라 조달금리가 민평금리를 하회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AA0와 달리 AA-는 신용등급이 한 노치만 떨어져도 A가 되기에 투자자들이 좀더 깐깐하게 살피고 있어서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현대오일뱅크는 공모희망금리밴드를 놓고 주관사와 최후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설비경쟁력이 비교적 뛰어나 2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관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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