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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회장, '과학재단'에 해외법인 주식 넘겼다 800억 규모 무상증여, 계열사 매각으로 현금화 가능성

최은진 기자공개 2020-07-15 10:06:07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3일 10: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경배과학재단이 재원마련 통로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의 지분을 연일 매각하며 곳간 바닥을 드러낸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재단을 내부적으로 들여다 본 결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해외법인 지분을 무상증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무상증여한 지분 규모만 8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서 회장은 아모레G 우선주를 무상증여 하는 방식으로 사재출연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법인 지분을 넘겼다는 점은 꽤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서경배과학재단이 해외법인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현금화 할 지 주목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있어 공익재단은 공익사업 비히클이기도 하지만 그룹 지분을 떠받치고 있는 주주이기도 하다. 수천억원의 지분을 출연해 만든 재단이 든든한 그룹 내 버팀목이다. 향후 승계를 위한 절세용도로도 점쳐진다.

여러 공익재단 가운데서도 서경배과학재단은 가장 늦게 창립됐음에도 서 회장이 적극적으로 지분을 증여하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다음으로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의 지분을 많이 소유한 재단으로 꼽혔다. 물론 다른 재단과 다르게 우선주 형태로 증여했기 때문에 경영상의 영향은 없었다.

서경배과학재단은 신진 과학자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2016년 설립됐다. 서 회장이 3000억원의 사재 출연을 약속하며 주목 받았다. 기초 생명과학 연구를 지원한다는 선행이 회자된 것은 물론 아모레G 주식을 증여하며 주주로 편입시켰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서 회장은 첫 무상증여로 아모레G 우선주 4만주를 넘긴 데 이어 매년 추가 증여를 했다. 이를 재원삼아 서경배과학재단은 거의 매달 아모레G 주식을 장내매도하며 현금화 했다. 보유주식이 고갈될 무렵 서 회장이 또 다시 증여하며 빈 곳간을 채워주는 형태였다.

서경배과학재단이 출범한 이후 서 회장이 무상증여한 아모레G 주식수는 총 54만주 정도다. 재단 출범 후 마지막 무상증여가 이뤄진 날까지 아모레G의 평균 주가가 11만5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경배과학재단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총 620억원 정도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7월 현재기준으로 서경배과학재단은 아모레G 우선주를 총 3만9215주, 지분율 0.29%를 소유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연일 주식을 내다 팔며 현금화 했다.

아모레G말고는 이렇다 할 기부금이나 자산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주식을 매도한 데 따라 자산이 바닥날 법도 하다. 그러나 서경배과학재단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최근 공시된 서경배과학재단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서 회장으로부터 해외법인 주식을 무상증여 받으며 곳간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서경배과학재단의 총자산은 876억원이다. 전년 31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확대됐다. 같은기간 13억원 늘어난 부채 때문이 아니다. 주식 및 출자지분이 27억원에서 870억원으로 증가한 게 주요한 배경이었다.

출처 :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

서 회장은 지난해 6월 말 서경배과학재단에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홍콩 소재 자회사인 '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 주식 1390만주를 무상증여했다. 주식가치는 총 789억원이다. 재단 설립후 3년간 아모레G 우선주를 무상증여한 규모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는 중국·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베트남·프랑스·일본 등 17개 국가에 있는 화장품 판매 해외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해외 지주사이다. 사실상 아모레퍼시픽 해외사업의 전진기지로 2010년 설립됐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가 나머지 10%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장부가는 총 1886억원이다. 장부가는 자산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는한 보통 투자금액으로 산정한다. 이를 기반으로 따지면 '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의 투자금은 총 2100억원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해외 비상장사인만큼 서 회장이 무상증여를 하면서 자산평가가 이뤄졌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의 가치가 투자금 대비 상당히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해외 사업의 전진기지인만큼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이 성장한 데 따라 '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의 가치도 함께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 회장이 무상증여한 지분율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꽤 통큰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더욱 주목되는 점은 향후 서경배과학재단이 '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아모레G는 상장주식인 만큼 시장에서 자유롭게 팔며 필요할 때마다 빠르게 현금화가 가능했다.

반면 '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는 해외 비상장법인인만큼 유동성이 떨어진다. 계열사로 매각하거나 서 회장의 다른 특수관계인에게 매각하는 방안이 활용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계열사 자금이 재단에 투입되는 셈이다.

현재 서경배과학재단이 현금화에 활용하는 아모레G 주식이 거의 고갈상태인 만큼 '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의 현금화를 위한 정리작업이 빨라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 내부 관계자는 "'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는 해외 지주사 격으로 자사가 90%를 쥐고 있고 나머지는 서경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라고 보면 된다"며 "해외 법인의 구심점으로 전진기지로 쓰이는 주요거점이기 때문에 제 3자가 소유하거나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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