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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지 않는 '성공 DNA' 안정환 BNK운용 부사장 [매니저 프로파일]프롭트레이더 출신, BNK운용 종합운용사 도약 계기 마련

김진현 기자공개 2020-07-01 13:10:4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9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골탈태'. 업계에서는 BNK자산운용이 2018년을 기점으로 확 바뀌었다고 말한다. BNK자산운용이 바뀐 결정적인 사건은 이윤학 대표가 안정환 운용총괄 부사장(CIO·사진)을 영입한 것이다.

소위 '주식 잘하는 매니저'였던 안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BNK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눈에 띌만큼 좋아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이들은 단순히 주식만 잘하는 매니저가 아니라 투자 운용업에 기본을 잘 배운 기초가 튼튼한 매니저라고 평가한다.

그는 경력 대부분을 프롭 트레이더로 지내긴 했으나 증권사에서 차근차근 기본기를 밟아왔다.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시절 신용분석팀에서 투자은행(IB) 부문을 두루 배울 수 있었다. 과거의 경험은 그가 BNK자산운용의 전체 운용자산을 총괄하는 CIO 업무를 맡는 밑거름이었다.

◇성장 스토리: 영어를 배우러 갔다가 투자에 눈을 뜨다.

안 부사장은 대학교 4학년 때 장래 진로를 결정했다.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졸업 직전 캐나다로 잠시 공부를 하러 다녀왔다. 취업준비생이던 4학년, 막연히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그는 영어라도 배우고 와서 취업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곳에서 만난 영국인 교수는 그에게 투자(investment)라는 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심도 깊게 생각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랄프(Ralph)라는 이름을 가진 교수는 어느날 그에게 "한국이 달러로 채권을 발행하는데 투자하면 어떨것 같아?"라고 물었다.

영어 실력을 늘리러 간 곳에서 받은 낯선 질문에 그는 머리를 맞은 것처럼 아찔했다. 경제학과를 다니긴 했으나 한번도 어딘가에 내 돈을 투자해서 돈을 벌어본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랄프는 투자로 많은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끊임없이 투자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나누며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밝히곤 했다. 안 부사장은 당시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돈으로 돈을 버는, 부를 창출하는 방식에 익숙지 않았던 그는 처음으로 새로운 세상을 봤다. 그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입 사원을 뽑는 기업이 거의 없었지만 마침 운이 좋게도 증권사에서는 신입사원을 뽑고 있었다.

그는 귀국하며 투자를 업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증권사 취업을 준비하던 그는 운 좋게도 당시 신입 채용을 늘리던 증권사에 발을 들였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투자한다

그는 "좋은 투자란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기업의 펀더멘탈이 좋지만 저평가된 회사에 투자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특히 그가 중요하게 보는 건 펀더멘탈이다.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10년간 수익률을 쌓다가도 하루 아침에 망해버리면 그간 쌓아놓은 수익률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저평가된 기업을 찾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호한다. 펀더멘탈이 뛰어난 기업은 재무제표만으로도 골라낼 수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대한 판단은 직감과 분석의 영역이다. 그래서 그는 직접 발로 뛰는 투자를 선호한다.

애널리스트로 처음 증권사 사회생활을 시작한 탓도 있다. 투자 업무를 배울 당시 '직접 보지 않은 곳'에 관한 보고서를 쓰는 건 금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직접 기업에 찾아가 보고 그 뒤 탐방노트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익혀왔다.

그는 기업을 볼 때 우선 사업보고서 등을 보고 펀더멘탈에 대한 분석을 한다. 이후 해당 기업을 직접 찾아가 탐방하고 의구심이 드는 부분에 대해 기업활동(IR) 담당자 등 회사 관계자와 문답을 주고 받는다. 문자와 숫자로 잘 포장된 기업의 재무제표 뒤에 남은 의구심을 해결한 뒤에야 실제 투자를 진행한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기업을 보고 투자하라고 강조한다. 그의 원칙이자 후배를 위한 조언이다. 그렇지 않으면 운 좋게 투자에 성공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이 아닌 요령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트랙레코드1: '잃지 않는 투자' 프롭 트레이더의 숙명

그는 증권사 입사 이후 훗날 프롭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 업무를 맡는다.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신용분석팀을 거쳐 운용사업부로 배치받은 그는 종금사의 고유재산 북을 활용해 주식 투자로 수익을 쌓는 업무를 한다.

당시 LG투자증권은 종금사였던 LG종금과 합병하면서 운용 북을 운영하는 프롭 트레이딩 업무가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였다. 회사 내 투자를 잘한다는 이들을 모아 운용사업부에 배치한 뒤 수익을 벌어들이라는 게 그에게 떨어진 지시였다.

프롭 트레이더는 고유재산으로 투자해 돈을 버는 일을 하기 때문에 언제나 긴장을 해야한다. 회삿돈을 잃는 순간 짐을 싸고 회사를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흐름과 관계 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해야만 하는 게 프롭 트레이더의 숙명이다.

다행히도 그는 소위 말하는 '대박' 투자 기회를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성과를 내며 짐을 싸는 일은 겪지 않았다. 프롭 트레이더로 꾸준한 성과를 내며 이후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프롭 부서를 세우는 데 기여한다.

LS그룹이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증권)의 프롭 트레이드 부서를 만들 때 LG투자증권 운용사업부 인력을 대거 데려갔다. 당시 운용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송맹근 앱솔루트자산운용 대표를 주축으로 안정환 부사장 등 핵심 인력을 이트레이드증권에서 데려갔다.

약 4년간 이트레이드증권에서도 '잃지 않는 투자'를 하던 안 부사장과 송 대표는 직접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해 2014년 앱솔루트투자자문을 세운다.

◇트렉레코드2: '망가진' GS운용, 심폐소생 '주역'

2015년 GS자산운용은 BNK금융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비은행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긴 했지만 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GS그룹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였지만 실패한 회사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사명만 바뀔 뿐 회생은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암울한 BNK자산운용의 경영환경은 2018년 이윤학 대표가 합류하면서 크게 바뀌었다. 이 대표는 곧바로 과거 LG투자증권에서 함께 일했던 안 부사장에게 주식운용총괄을 맡아달라며 설득해 합류시켰다.

업계에서는 안 부사장 합류가 BNK자산운용의 수익률 개선과 운용 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당시 Equity운용 총괄을 맡았던 안 전무는 합류 이후 연 5%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절대수익형 사모펀드 '고(GO)' 시리즈를 앞세워 투자자 자금을 유치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프롭 트레이더로 유명했던 안정환 전무에게 투자를 배우려는 매니저들의 합류도 이어졌다. 규모가 커지면서 매니저들 간의 시너지가 나면서 전체적인 펀드 운용 성과가 개선됐다. 매년 적자를 거두던 회사도 흑자로 돌아섰고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운용만 가능했던 단종 자산운용사였던 BNK자산운용은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이 대표는 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주식 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등 전체 운용 총괄 임무를 맡겼다. 과거 증권사 신용분석팀에서 부동산 PF, 메자닌, 기업 대출(론) 심사 등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걸 아는 선배 이 대표가 안 부사장에게 전체 운용총괄을 맡겼다.


◇업계 평가: '성공 DNA' 지닌 될성부른 떡잎

업계에선 안 부사장이 '성공 DNA'를 갖췄다고 평가한다. 프롭 트레이더로 첫 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의 첫 투자는 소위 말하는 '대박'이었다. 조선주 붐이 시작되기 전 리서치와 현장 탐방을 통해 확신을 갖고 투자한 뒤 큰 수익을 거뒀다.

당시 그는 현대중공업 등 조선주에 투자해 투자금액의 5배 가량을 벌어들였다. 안 부사장도 당시를 LG투자증권 근무 기간 중 최고의 수익을 거둔 해로 기억한다. 초기에 성공을 거둔 뒤 부진에 빠지는 '소포모어 징크스'에 걸릴 법도 했지만 그가 이후 꾸준한 성과를 기록하면서 그가 가진 값진 성공 경험을 눈여겨 보는 이들이 많았다.

잘 나가던 프롭 트레이더 안정환은 앱솔루트투자자문 창립맴버로 또 한번의 성공을 거둔다. 앱솔루트투자자문을 세울 때도 법인을 세운 뒤 고유계정을 운용해 창립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자문사 설립 이후에는 고객 계좌로도 연 50%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해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함께 근무했던 송맹근 앱솔루트자산운용 대표는 안 부사장에 대해 "펀드 매니저가 소싱을 잘하는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고 데이터나 정보에 대한 올바른 판단으로 투자를 잘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안 부사장은 그 둘을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와 함께 근무해본 이들은 투자도 잘하지만 화합하는 능력이 좋다고 평가한다. 권위적이지 않고 '친한 형'같은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후배들이 먼저 회식에 오라고 말할 정도다. 따르는 이들도 많다. 그가 BNK자산운용에 합류하자 함께 일하고 싶다며 따라온 후배들도 상당수다.

◇향후 계획: 고객에게 돈 벌어줄 수 있는 회사 '목표'

안 부사장은 BNK자산운용이 더 큰 회사로 크길 바란다. 종합운용사 전환 인가를 취득하는 등 이미 한차례 성장했지만 더욱 더 큰 회사로 나아가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고객과 회사 모두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적접한 운용절차 안에서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고객에게 돈을 벌어줘야 한다. 프롭 트레이더 출신인 그가 보기엔 펀드매니저의 업무도 다르지 않다. 돈을 '깨먹는' 순간 고객이 외면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야 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고객을 위해서라도 '돈을 번다'는 목표를 갖고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글로벌 금리가 제로금리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이상 개인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만으로는 부의 증대를 이뤄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수요에 맞는 상품을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종합운용사 인가를 취득했으니 앞으로 다양한 상품을 늘려갈 방침이다. 다만 무작정 수익률을 좇다보면 사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컴플라이언스 강화에도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실제로 BNK자산운용은 운용 인력의 10%정도가 컴플라이언스 인력일 정도로 컴플라이언스에 힘을 싣고 있다.

고수익을 좇으면서도 안정적인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운용역들은 자유롭게 투자 계획을 세우고 컴플라이언스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중간 지점을 찾는 방식으로 운용을 해오고 있다.

안 부사장은 "적법한 운용절차 안에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고객에게 돈을 벌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고객이 수익을 내달라고 돈을 맡겼는 데 부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기다려달라고 말하면 언제든 돈이 빠져나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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