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6월 29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인도네시아 취재를 갔을때였다. 현지 진출한 시중은행 담당자 대부분이 KB국민은행을 향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냈다. 국민은행이 지분(22%)을 투자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이 부실위기에 처했다는 논리였다.당시 현지 은행권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2대 주주인 국민은행이 추가 지분 매입 여부를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인도네시아 진출 초기 부코핀은행 인수를 검토했지만 이내 접었던 경험도 덧붙였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우리·하나·IBK기업은행이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부코핀은행의 건전성 지표들이 최근 악화됐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2018년(6.67%)과 2019년(5.99%) 당시 인도네시아 은행권 평균 2%대에 비하면 우려되는 수준이었다. 자본비율도 2018년 13.41%, 2019년 12.59%로 업계 평균(23.40%)에 한참 못미쳤다.
한국에 돌아온 뒤 국민은행 글로벌 담당 임원을 만나봤다. 막상 당사자의 반응은 덤덤했다. 오히려 자신있는 목소리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는 뷰, 시각에 따라 100만원 짜리 상품도 50만원에 살 수 있다"며 "물론 메이저 뱅크에는 못미치지만 부실로 낙인 찍힌 여타 은행과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부코핀은행의 고객 기반은 탄탄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뿌리는 협동조합이다. 운송조합, 지방건설공제조합 등의 연합체로서 대출 포트폴리오도 수도·전기·가스와 관련된 유틸리티 기업들의 점유율이 상당하다. 인도네시아 특성상 공과금을 모든 은행들이 받지 않는 점을 고려했을 때 네트워크 부문에서 장점을 지닌다.
자산 규모도 뒤처지지 않는다. 약 8조7000억원(BUKU3등급)으로 중대형 은행에 속한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은행의 현지법인 대부분을 능가하는 사이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2000억원 수준이다.
한 가지 문제는 기업금융 노하우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부코핀은행은 담보가 있고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면 대부분 대출을 내줬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대기업 대출 몇 군데에서 굵직한 부실 위험이 부각됐고 이는 NPL비율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을 제대로 쌓고 리테일(소매금융)이나 중소기업(SME) 쪽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좋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가치있는 은행을 좋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업의 가치는 누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2억달러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부코핀은행 주가가 시가총액(약 2000억원)대비 역대 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부코핀은행의 가치를 알아본 건 KB 뿐이다. 리테일에 강점이 있는 국민은행의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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