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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바이오기업 적대적 M&A 주의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7-01 10:04:39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1일 10: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 제록스가 휴렛패커드(HP)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다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단하는 일이 일어났다. 자사의 코로나19 대응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양사의 주가가 출렁이는 바람에 가치평가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글로벌시장 전반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불확실성 때문에 M&A가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면 적대적 M&A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가 관심의 초점이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미팅에서 미국 정부가 독일의 백신회사 큐어백(CureVac)을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해 큰 소동을 일으켰다. 트럼프가 큐어백에 미국 이전을 제안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당황한 큐어백은 트위터를 통해 황급히 그를 부인했다. 큐어백은 백신을 전세계를 위해 개발하고 있으며 특정 국가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도 발표했다. 트럼프를 만난 것으로 알려진 CEO는 교체되었다. 이 사태에 불안을 느낀 EU집행위원회는 큐어백에 8000만 유로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코로나가 발생시키는 폐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독일 비온텍(BioNTtech)도 비슷한 관심을 받고 있다. 항암제 개발회사인 비온텍은 2019년에 빌게이츠재단과 HIV/TB 연구개발협약을 맺은 회사로 유명하다. 주소가 ‘금노다지광산 12번지’(An der Goldgrube 12)인 이 회사에 중국의 상하이복성의약(Fosun Pharma)이 1억2천만 유로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 중 4400만 유로가 비온텍의 주식을 인수하는 데 쓰였다. 비온텍은 2019년 10월에 나스닥에 상장했다.

바이오산업에 외국자본이 진출하고 나아가 적대적 M&A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EU와 독일 정부는 최근 바이오산업을 국가안보와 연계시킨 외국인투자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종래 통신, 에너지, 방위산업 등이 국가안보와의 관련성 때문에 특별한 보호를 받아왔는데 이제 바이오, 로봇, 디지털보안과 인공지능 분야도 그에 포함된다.

2016년에 독일의 산업용 로봇 제조회사 쿠카(Kuka)를 중국의 한 가전제품 제조회사(Midea Group)가 45억 유로에 인수하면서 독일에는 이미 경보가 발령된 바 있다. 쿠카는 1898년에 설립된 유서깊은 회사다. 글로벌 3위다. 중국이 인수한 다음 해에 250명이 해고되었다. 쿠카사건 이래로 독일 정부는 전략산업에서 발생하는 M&A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확대해왔다. 이제 10%(종래 25%) 이상 지분투자가 기준이고 가장 큰 경계 대상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개정 외국인투자규제법에 의하면 독일 정부는 특정 M&A가 ‘공공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것 대신 ‘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

바이오를 위시한 새 전략산업뿐 아니라 상장기업 전반이 적대적 M&A 가능성에 민감해져 있다. 미국의 로펌들은 새삼스럽게 포이즌 필(Poison Pill)에 대해 자문하느라 분주하다. 포이즌 필은 1982년에 처음 등장해서 약 30년 동안 가장 강력한 경영권 방어장치로 활용되다가 헤지펀드 행동주의와 기관투자자의 부상으로 활용이 거의 중단되었던 장치다. 최근 의결권자문회사들도 포이즌 필에 대해 ‘원칙 반대-코로나 예외 인정’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2019년에 피크를 찍은 헤지펀드 행동주의는 당분간 소강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록스와 HP 양쪽의 주주였던 칼 아이칸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기업들의 형편이 어려운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거나 구조조정과 M&A를 독려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신규 유동성을 지원하게 될 채권금융기관들이 행동주의에 못지않은 경영개입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기업들이 새로운 종류의 행동주의자들에 대비하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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