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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마이클 조던은 어떻게 나이키를 먹여 살리게 되었는가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20-07-06 14:02:45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6일 13: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락다운이 한창이던 지난 4월 19일, ESPN이 제작한 10부작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이하 라스트 댄스)가 ESPN 채널과 미국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당연히 미국 내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에피소드별 공개 당일 평균 시청수가 560만명을 넘어서면서 과거 모든 ESPN 다큐멘터리들의 기록을 깬 것이다.

국내에서의 반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다큐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5월 11일부터,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조던의 전성기 시절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던 많은 이들에게도 마치 복음서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조던이 “나이키 농구화의 모델로, 그저 한때 잘 나갔다던 농구선수 아저씨”인 줄 알았다는 젊은 층들도 많았다.

이 다큐가 이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타이밍이다. 원래 NBA 파이널이 열리는 6월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스포츠 리그가 중단되고 TV 시청시간이 급격히 느는 것을 보고 4월로 앞당겨졌다. 흥행의 관점에서만 보면 그야말로 ESPN와 넷플릭스에게 코로나19가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조던의 가장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인 나이키는 코로나19로 인해 정반대의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의 분기 매출이 63억 달러(약 7.5조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의 102억 달러(약 12조원) 대비 무려 38%나 감소했다. 온라인을 통한 직접 판매가 75%나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채널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도매 매출의 급감을 막지 못했던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그런 와중에도 나이키에서 별도의 사업부문으로 관리하고 있는 조던 브랜드가 성장을 지속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나이키가 사업부문별 실적을 분기별로는 발표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2020 회계년도 전체 도매 매출 300억 달러(약 36조원) 중 조던 브랜드만 유일하게 전년 대비 15% 성장한 36억 달러(약 4.2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힌 것이다.

러닝화, 농구화, 축구화, 트레이닝화, 스포츠웨어 등 기타 사업부문들이 모두 전년대비 최소 1%에서 최대 17%까지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어떻게 조던 브랜드만 혼자 성장할 수 있었을까. 업계에서는 <라스트 댄스>가 만들어낸 ‘조던 신드롬’으로 인해, 코로나19의 악영향이 본격화 된 지난 3월에서 5월까지의 분기에도 조던 브랜드 제품의 매출이 성장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렇게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은 나이키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조던 브랜드의 시작과 그 성장 과정에서 조던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는 <라스트 댄스>의 5번째 에피소드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다큐에 따르면 1984년 대학생으로 농구계에서 주목받던 루키였던 조던은 당시 NBA 공식 스폰서였던 컨버스나 세계적인 브랜드였던 아디다스와의 스폰서쉽 계약을 체결하는데 실패했다.

마이클 조던의 생애와 업적을 그의 마지막 시즌 우승 과정을 중심으로 풀어낸 다큐 더 라스트 댄스

대신 육상화를 주로 만드는 신생회사였던 나이키에서 조던을 원했으나 정작 조던은 끝까지 내키지 않아 했다. 조던의 가능성을 본 나이키는 기존 스타 플레이어들보다 2배 이상 많은 25만 달러(약 3억원)라는 거액을 배팅한다. 그리고 육상화를 위해 개발된 신기술인 에어솔(Air Sole)을 도입한 별도의 농구화 라인을 만들면서 에어 조던(Air Jordan)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기로 한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출시 4년차에 300만 달러(약 36억) 매출을 목표로 했는데, 출시 1년만에 약 1억 2600만 달러(약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에어 조던은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과 문화가 되었고, 아직까지도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를 통해 13억 달러(약 1.6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번 조던이 단지 이름만 빌려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큐는 조던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한 많은 일들의 대표적인 사례로 1990년 하비 겐트 선거와 관련된 논란을 보여준다. 하비는 조던의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역사상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 후보였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조던이 공개적인 지지를 하지 않고, “공화당원들도 농구화를 산다”(Republicans do buy sneakers, too)는 농담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큰 이슈가 된 것이다.

하비가 결국 낙선하자 조던의 그런 입장에 대한 흑인 팬들의 비난이 이어진 것은 당연했지만, 조던은 “나는 신념을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농구선수”라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도 그 사건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엇갈리지만, 그로인해 조던 브랜드는 정치적인 이슈와 절연될 수 있었고 나이키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런 나이키의 조던에 대한 믿음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이 악몽 속에서 조던 브랜드가 나이키에게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면서 보답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의 종말이 논의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나이키가 지난 5월말 서울 가로수길에 국내 두 번째 조던 브랜드 스토어인 ‘조던 서울’의 문을 연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7QgWlurzU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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