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글로벌 유망주 '스카우터' 김범수 세마트랜스링크 파트너한국·미국서 에듀테크 창업 'VC 베테랑', 팔로우온으로 밸류애드
이종혜 기자공개 2020-07-13 07:42:13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9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혼의 젊음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순발력이 떨어지고 고집이 세지기 마련이다. 신체적 젊음을 관리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부단한 노력으로 영혼이 메마르고 굳는 것을 경계하는 일이다.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포착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에게 꼭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김범수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파트너(사진)는 영혼의 젊음을 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다. 평생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고 쌓아가고 있다. 김 파트너는 사고의 리듬을 20여년 가량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맞추고 있다.
◇ 성장스토리 : 삼성물산 사원서 창업가로, 종착지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김 파트너는 첫 사회생활을 삼성물산 정보통신사업부에서 시작했다. 해외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국내 기업에서 소싱하는 종합상사 사업모델로 초기의 휴맥스가 대표적인 제휴업체였다.
김 파트너는 이후 종합상사 모델로 창업에 도전했다. 이 실패를 통해 창업은 의욕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창업의 반대편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는 연습을 하면 더 나은 창업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김 파트너는 2000년 KTB네트워크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 벤처캐피탈 업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업계는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블랙먼데이가 온 시련의 시기였다. 국내 투자를 주로하며 펀드의 리스크 및 사후 관리부터 배웠다. 2001년 KTB네트워크가 베인앤컴퍼니 컨설팅을 받을 때 관련 태스크포스팀(TF)에서 일하며 큰 틀에서 벤처캐피탈 업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입사 3년 만에 KTB 네트워크의 실리콘밸리 현지법인 'KTB Ventures'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물산 입사를 위해 영어 실력을 쌓았던 게 큰 도움이 됐다. 벤처캐피탈 생태계의 교과서인 실리콘밸리의 모습은 당시 한국의 벤처캐피탈과 차이가 컸다. 김 파트너는 “실리콘밸리는 장기적인 기업 경영을 위한 법률 계약과 투자자의 신뢰도에 우선 순위를 뒀다"며 "모든 요소가 교묘하게 맞물린 정교한 시스템 속에서 '왜?'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실리콘밸리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2008년 김 파트너는 다시 한 번 창업에 도전했다. 한국의 사교육 노하우를 미국에 적용시킨 모델이었다. 한국의 메가스터디와 유사한 온라인 교육 강의를 제공하는 에듀테크 기업 ‘브라이트스톰’을 설립했다. 미국의 현직 교사들이 수학, 과학, 영어 등 동영상 강의를 서비스했다. 설립 후 강의 내용이 구글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미국의 교과 내용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의 요구도 충족시켰다. 참고서, 문제집, 사교육 등이 익숙치 않은 미국에서 등장한 1세대 에듀테크 중 하나였다.
창업 경험을 쌓고 그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돌아왔다. 2017년 가을 세마트랜스링크 파트너로 합류해 미국에서 초기 기업들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미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적임자였다. 미국의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재무적투자자뿐 아니라 멘토로서 공감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김 파트너는 두 번의 창업과 벤처캐피탈리스트 경험을 균형있게 갖춘 적합한 사람이었다.
◇ 투자 철학 : '경영진 맨파워'와 '역동성'서 답 찾아
김 파트너의 투자 철학은 무엇보다 맨파워다. 초기기업의 경우 어떤 이들이 모였는지, 어떤 컨셉을 가졌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맨파워가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대표 요인임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스펙이 좋은 플랫폼과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김 파트너가 보는 포인트가 바로 경영진의 역동성과 실행속도다. 수차례 투자를 통해 경험적으로 그 중요성이 증명됐다. 스펙 좋은 창업자들이 모였지만 실행 속도가 둔화돼 투자 당시 예상했던 마일스톤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김 파트너는 “투자를 실행할 때 역동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며 “좋은 창업자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행동에 옮겨 검증할 방법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는 투자를 하기 전부터 창업자와 긴밀한 관계 형성을 한다. 투자할 때는 창업자의 특장점과 해당 기업의 철학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 트랙레코드 1 : 고유 기술에 창업가 정신 깃든 '사운더블헬스'
사운더블헬스는 그와 세마트랜스링크의 철학이 녹아있는 기업이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송지영 대표가 창업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송 대표는 휴대폰과 반도체 장비 분야의 상품 기획, 전략, 운영 등에 11년 이상의 경험이 있다.
사운더블헬스는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음향 신호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하는 애플리케이션 ‘Privy(프리비)’를 서비스한다. 소리를 분석해 배뇨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별도 장비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핵심 경쟁력은 소리를 분석해 요속 검사와 동일한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기술력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료 목적으로 사용 허가도 받았다. 높은 진료비로 병원 문턱이 높은 미국시장에서 원격진료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원격 진료앱인 사운더블에게는 기회가 더욱 빨리 찾아오게 됐다. 향후 기침 소리등을 분석해 호흡기질환 등 다른 질병을 관리하는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파트너는 미국에 연고도 없이 맨몸으로 도전한 송 대표의 창업가 정신을 높이 샀다. 송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설립하기 전부터 해외 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김 파트너는 2018년 최초 투자에 이어 올초 팔로우온(후속투자)을 이어가며 사운더블헬스 확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사운더블헬스의 고유 기술과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세를 고려할 때 성공 가능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트랙레코드 2 : 역동성과 실행력 갖춘 '엠토노미'
엠토노미는 MIT출신 엔지니어들이 합류해 2018년 설립됐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에서 저작권과 송출권 등 관리에 데이터베이스화가 진행되지 않은 점을 파악해 문을 열었다. 트위터·스퀘어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가 함께 투자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콘텐츠 배포 시 DRM기술을 기반으로 안전한 파일 송부를 가능하게 하는 사스(SaaS) ‘몰튼(MOLTEN)’을 제공한다.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 기업이 각 지역, 장르, 출시연도, 타깃 연령 등 영화 메타데이터를 구축해 쉽게 배급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대용량 미디어 파일을 보안 유지하면서 온라인으로 전송, 송출하는 자체 기술을 갖고 있다. 법인 설립 직후부터 제품 구현을 시작해 여러 미디어 회사들을 유료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올해 칸느영화제에서 키노트 스피커로 발표하기도 했다.
김 파트너는 “엠토노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밸류체인에서 제작 이후의 컨텐츠 배포와 관리에 특화돼 있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시장성도 고려했지만 무엇보다 만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을 계속 보여주는 개발 속도에 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팀이면 그냥 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업계 평가 : 지식노동자의 숙명, 글로벌 정보 탐구
김 파트너는 '덕질'을 즐긴다. 특히 고교 시절부터 미국 스포츠 덕질을 해왔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스포츠 잡지(Sports illustrated)를 정기 구독할 정도였다. 미국에서 투자자와 창업을 모두 경험하며 '콘텐츠' 이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10년 간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HBO 등 미국 주류 콘텐츠 섭렵을 해왔다. 그는 "투자자라면 젊은 창업자들이 문화적으로 그들과 격차를 느끼지 않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언어도 중요했지만 미국 사회에서 놓쳐선 안될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박희덕 세마트랜스링크 대표 역시 그가 가진 컨텐츠의 힘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김 파트너는 미국에서 창업해 사업 개발, 기획 전략, 디지털마케팅, 경영 등을 두루 수행한 경험을 자산으로 갖고 있다”며 “ 국내 스타트업에 이 과정을 전달하고 밸류애드를 지원하는 파트너로서 적임자다”고 말했다.
세마트랜스링크는 투자 시 창업가의 ‘진실성(Integrity)’을 본다. 창업가가 하고자하는 바를 표현하고 그 가치를 실행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 대표는 “벤처캐피탈리스트도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김 파트너는 진실성을 갖고 투자한 기업들과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목표 : '초기투자·팔로우' 기업 밸류애드 돕는 스카우터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20여년이 넘은 김 파트너와 세마트랜스링크는 미국 초기 기업 투자를 3~5년 간 지속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16개 기업에 투자했고 누적 투자금액은 70억원 안팎이다.
특히 초기 투자는 경쟁이 심한 실리콘밸리에서 우수한 기업을 찾기 위한 일종의 스카우팅 전략이다. 이 가운데 검증된 기업에 상호주의에 입각한 벨류애드(value-add)를 위한 팔로우온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파트너는 현재 핵심 운용인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SETI-KIF창업투자조합IV'을 통해 부지런히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간 쌓아온 트랙레코드와 미국·글로벌 투자사들과의 네트워크 등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김 파트너는 “실리콘밸리는 대규모 자금과 뛰어난 창업자가 몰려 있어 경쟁이 심하다"며 "전통 강자가 아닌 해외 VC는 초기에 투자해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실리콘밸리 유명 VC들이 뛰어나긴 하지만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들을 단순히 모방하는 게 아니라 강점을 살려 우리 식대로 경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댄스댄스댄스'에서 밝혔듯 춤을 출 땐 잘추든 못추든 내 식으로 스텝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마트랜스링크와 김 파트너의 투자 전략은 영구적 베타(Permanent beta)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민첩하게 움직인다. 늘 테스트하고 개선하고 또 적응하면서 변화한다.
김 파트너는 "한국과 미국에서 초기 투자와 팔로우온을 통해 피투자기업의 성적표를 보면서 기존 전략을 복기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그의 지향점은 시드 투자를 통해 '흙 속의 진주'인 기업을 발굴해 밸류애드를 돕는 스카우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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