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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리스트 뉴스타트]'아시아의 페이팔' 설계자 서일석 모인 대표소프트뱅크벤처스서 창업 노하우 축적, '해외송금 플랫폼' 추진 원동력

박동우 기자공개 2020-07-28 07:58:06

[편집자주]

벤처캐피탈리스트는 투자기업 발굴과 자금 집행, 밸류업 등을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다. 벤처투자업계가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창업과 컴퍼니빌더 등으로 진화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펀드 운용 경험에서 우러난 철학과 전문 지식을 접목해 활약 중이다.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 창업가들을 만나 삶과 비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7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송금 서비스에 특화한 모인을 장차 '아시아의 페이팔'로 키우는 비전을 설계했습니다. 투자심사역 시절에 다진 경영 기본기와 조력자 네트워크를 동력으로 삼아 사세 확장을 지휘 중입니다."

서일석 모인 대표(사진)는 미국의 최대 온라인 간편결제 기업인 '페이팔'처럼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해외 송금 앱을 종합 금융 서비스 플랫폼으로 개편해 아시아 권역 이용자들의 일상에 파고들겠다는 지향점을 제시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 시절에 대해 "예비 창업가의 마음가짐으로 훈련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기술 역량과 신생기업 발굴 경험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로 진화한 비결이다.

◇ VC서 스타트업 흥망성쇠 학습, 창업 시행착오 예방

서 대표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건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컴퓨터공학 전공을 살려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했다. 4년간 R&D를 이어가면서 그의 머릿속엔 전문성을 살려 창업의 길로 뛰어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사업을 기획하고 회사를 경영하려면 무엇을 준비할지 막막했다. 창업의 기초를 익힐 시간이 필요했다. 우연히 고교 선배로부터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투자심사역을 뽑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의 마음을 안고 벤처캐피탈로 향했다.

2011년 대기업을 나와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심사역으로 변신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새롭게 출발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학습한 덕분에 모인을 차렸을 때 시행착오를 피했다.

서 대표는 "제3자의 입장에서 신생기업을 분석하면서 경영진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며 "벤처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생리를 이해하고 창업가의 기본기를 다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에 몸담은 경력까지 포함하면 벤처 투자가로 5년을 보냈다. 30건가량의 딜(deal)에 자금을 베팅했다. 클래스팅, 딥서치 등 모바일 업종의 신생기업이 그의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기억에 남는 투자 사례는 '버즈빌'이다. 힘들게 딜을 성사한 만큼 회사가 빠르게 성장해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 광고를 얹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광고를 누르면 제휴사의 포인트를 주는 사업 모델이 소비자에게 호응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매력적인 회사인 만큼 지분을 최대한 매입하고 싶었다. 신주 인수 외에도 세컨더리 투자를 추진했다. 게임사 위메이드 관계자를 설득해 구주를 확보했다. 버즈빌은 2013년 시리즈A 라운드에서 받은 투자금을 모멘텀 삼아 일본·대만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었다.

◇ 블록체인 기술로 돌파구, 법인 거래까지 정복 목표

투자업계에서 기른 창업자의 안목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시점은 2015년이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유망 사업 발굴 경험을 함께 갖춘 그를 눈여겨본 데일리금융그룹이 러브콜을 보냈다. 전략총괄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개인 자산을 통합 관리해주는 서비스인 '브로콜리'를 기획한 주역으로 활약했다.

자신감을 얻은 서 대표는 2016년 핀테크 스타트업 모인을 세웠다. '해외 송금에 특화한 모바일 플랫폼'을 주력 사업으로 선정했다. 심사역 시절 만난 창업자들이 건넨 조언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짰다.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라'는 당부를 염두에 뒀다.

사업 아이디어는 2000년대 미국 유학 당시 느낀 불편에서 출발했다. 가족이 부쳐준 생활비를 받는 절차가 까다로웠다. 계좌에 돈이 들어오기까지 사나흘이 걸렸다. 10%를 웃도는 수수료율도 흠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지만 해외 송금 서비스는 달라진 게 없었다.

모인은 블록체인 기술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여러 은행을 거치지 않고 수취인의 계좌를 직접 연결했다. 업계 평균대비 90% 저렴한 수준에서 수수료를 책정했다. 국제결제시스템망(스위프트)을 연계한 기존 금융권 송금 서비스와 차별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편의성에 주목한 소비자들이 호응이 이어지면서 서비스 대상 국가도 늘어났다. 현재 미국·중국·일본·싱가포르·호주 등 30개국에서 모인 앱을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송금 수요의 팽창과 핀테크 업종의 장기 성장을 확신한 벤처캐피탈들이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섰다. 지금까지 32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김시완 디캠프 투자실장 등과 끈끈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 게 힘이 됐다.

현재 개인을 넘어 법인간 송금 처리까지 사업 전선을 넓힐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 4월 미래에셋대우의 앱에 해외송금 솔루션을 시범 탑재하면서 첫 단추를 뀄다.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30억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 개시를 검토 중이다.

서 대표는 "법인간 송금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로드맵의 연장선 위에 있다"며 "벤처투자업계에서 얻은 경험과 네트워크, 파트너십을 매개로 모인의 글로벌 송금 서비스 입지를 단단하게 다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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