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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보다 더 뭇매 맞는 네이버 제휴 모델 규제우회 논란에 금융권 반발…제판분리, 플랫폼 종속 우려

성상우 기자/ 원충희 기자공개 2020-07-31 12:30:10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희보다) 카카오뱅크에 카카오페이까지 있는 카카오가 더 걱정 아닐까요."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 28일 열린 서비스 밋업에서 금융업 라이선스를 왜 취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제휴 모델을 추구하는 네이버보다 금융업에 직접 뛰어든 카카오를 금융회사들이 더 걱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다.

실제로 금융권의 성토는 카카오보다 네이버에 더 쏠려있다.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회사·빅테크·핀테크와 금융산업 발전방향' 토론장에서는 "카카오가 네이버에 가려서 면피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좀 더 크고 선배기업이란 점도 있으나 핵심은 금융사들이 주장하는 '동일행위, 동일규제'다.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증권사를 인수하는 등 금융권에 직접 들어와 플레이어로 뛰는 카카오는 기존 금융사들과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플랫폼 파워에 대한 경계심은 나타내면서도 금융업 자격유무를 논하는 '정당성' 시비는 걸지 않고 있다.

반면 네이버에 대해선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내세워 정작 책임을 피해간다는 인식이 있다. 인·허가 없이 미래에셋대우와의 제휴만으로 기존 금융사업의 대부분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표적 규제산업으로 꼽히는 금융업에서 규제는 회피한 채 이익만 취하는 형태가 아니냐는 불만이 금융권 전반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더 깊게 들여다보면 금융권 반발의 기저에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플랫폼기업에 종속될 수 있는 우려다. 금융협회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은 제판(제조-판매)분리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금융상품 제조회사보다 판매채널이 더 힘을 갖는 구조가 됐다"며 "네이버, 카카오도 등 거대 플랫폼기업이 판매채널 역할을 대체하면 금융사들의 협상력은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펀드를 만드는 자산운용사보다 펀드를 파는 은행·증권의 협상력이 더 우위에 있으며 대형화 된 보험대리점(GA)에 보험사들이 휘둘리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플랫폼 파워를 앞세워 금융상품 채널을 장악할 경우 기존 금융사들은 상품 납품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설득력 있다.

금융업 진출을 막 시작한 네이버파이낸셜로서는 제대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장벽에 부딪힌 형국이다. 최 대표가 오프라인 기자간담회를 주최한 배경에도 이런 요인이 숨겨져 있다. 그는 밋업 행사 전에 "화상(온라인)은 한계도 있다"며 "온라인은 상호공감이 형성된 상태에서 가볍게 보는 건데 처음보고 생소할 때는 오프라인으로 보는 게 좋을 듯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사들의 파트너'임을 유독 강조했다. 기존 금융업에 네이버의 기술과 데이터를 조합하는 이상적인 형태라고 해명했다. 금융사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 이들을 새로운 플랫폼과 연결해준다는 의미다. 통장·보험·대출 등 일련의 금융상품을 내놓으면서도, 금융기관로서 받아야 할 규제는 모두 회피하고 있다는 기존 금융사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행보다.

ICT업계 관계자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기존 금융권의 저항인 듯 하다"며 "정보통신기술 기반 플랫폼의 등장으로 기존 금융서비스들의 영업방식 변화는 결국 맞딱뜨려야할 일로 플랫폼을 적절히 이용하면 새로운 고객기반을 창출할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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