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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인사혁신]신동빈 회장은 왜 이동우 대표를 선택했을까학연지연 타파, 기성세대와 단절…완전히 새로운 사업 발굴 특명

최은진 기자공개 2020-08-24 12:15:14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0일 13: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76센티미터에 훤칠한 키, 올백으로 잘 빗어 넘긴 머리 스타일, 깔끔한 정장에 붉은색 행커치프로 마무리 한 패션센스. 신임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동우 사장은 요샛말로 '댄디가이(dandy guy)'다.

그는 외적인 스타일과 감각적인 취향으로 그룹 임원들 사이에서 멋쟁이로 소문난 인물이다. 그러나 그게 다 였다. 외적인 스타일 외 그룹에서 그다지 주목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소위 엘리트 코스라고 불리는 그룹 일을 맡은 적도 없다.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문에서 한평생 근무하며 현장경험을 쌓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지도 않았다. 건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던 롯데그룹에 학연으로 들이밀 처지가 못됐다. 52세에 계열사 대표이사로 첫 발탁되기는 했지만 요직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다만 유달리 '의전'에 능했다는 평가는 있다. 학연지연은 아니더라도 오랜 백화점 생활을 하며 우군이 꽤 많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거칠고 공격적인 언행으로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염색갑질' 논란이 언론에 공개되며 큰 지탄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이런 면모를 강한 추진력과 에너제틱(energetic)한 이미지로 평가하기도 했다. 염색갑질 사건을 무난히 넘기고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까지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랬던 그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옆자리를 꿰찰 거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단행한 이례적 조기인사에서 엘리트 코스만 탄탄하게 걸어온 황각규 부회장의 자리를 대체할 인물로 꼽혔다는 점도 놀랍다는 게 내부 평가다. 여러 후보군 가운데 이 신임 대표가 있기는 했지만 최종후보명단에서까지 부각되는 인물도 아니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선택은 이 대표였다. 황 부회장의 빈자리를 채울 인물로 부회장급 인사는 물론 BU장들까지 여러 고위 인사들이 거론됐지만 의외의 인물을 선택했다. 특히 신 회장은 주변 여러 고위임원들의 조언도 모두 물리칠 만큼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해진다.

신 회장이 픽(Pick)한 이 대표는 그 세대 중년 남성들, 특히 롯데그룹 임원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미국 유명 오토바이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다닌다거나 패션이나 예술 등 감각적인 취향들에 몰입하는 점들이 눈에 띄었다. 이 대표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선글라스와 헬맷을 장착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그의 사진들을 여러장 볼 수 있다. 스피드를 즐기는 바이크 애호가다운 면모다.

그간 롯데그룹 임원들은 넥타이에 정장이라는 정형화 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이 롯데그룹에 출근하면 넥타이와 정장 차림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 정도였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롯데그룹의 임원문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는 걸 부정하긴 어렵다.

롯데그룹 내부 관계자들은 신 회장이 단순히 나이보다도 이 대표의 젊은 감각을 높이 산 것으로 평가한다. 혁신에 대한 갈증을 기존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인물을 기용하면서 채워보겠다는 판단이었다는 얘기다. 롯데그룹이 하고 있는 사업 이외의 신성장 모델이나 전략 등을 펼치기 위해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 색깔이 분명한 인물을 발탁했다고 풀이된다.

결국 신 회장은 부친 시절 만들어진 관성에서 벗어나고 기성세대와의 단절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할 학연지연이 없던 이 대표를 등용한 것도 완전히 새로운 인물,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을 통해 신 회장 스스로도 나름의 혁신을 이룬 셈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이 대표에게 기존에 하던 사업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같은 맥락으로 황 부회장이 맡던 각 계열사의 인수합병(M&A) 업무도 각 BU장에게 넘겼다. 지주는 현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BU와 계열사에 맡겼다.

신 회장이 이 대표를 선택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온라인'을 들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전년도 수준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은 오히려 더 늘렸다. 한자릿수에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 비중을 15%로 크게 늘린 덕분이다.

신 회장이 강조했던 옴니채널을 안착시킨 것도 공으로 인정된다. 올 초 선보인 신개념 매장인 메가스토어는 반년도 안 돼 서울에 3곳을 추가로 열었고 울산에 첫 지방 점포 개장도 앞두고 있다. 신 회장이 메가스토어를 방문해 '재미있다'고 말한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도 이 대표가 의전을 하며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는 후문이다.

롯데그룹이 내밀하게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에서도 이 대표는 성과를 냈다. 롯데하이마트는 부진점포를 통폐합 시키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뿐 아니라 창사 20년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폐점점포를 인근 로드숍에 통합하는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의 구조조정도 주목받았다.

결국 트렌드를 잘 읽으면서도 기성세대와 얽히지 않고, 롯데그룹의 최대 관심사인 옴니채널과 구조조정에서 동시에 성과를 낸 인물로 이 대표가 꼽히며 혁신의 적임자로 선택받게 됐다. 또 최근 신 회장이 현장에 있는 임원들과 빈번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현장통'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실 이동우 대표는 임원들과 원만한 관계였으나 정규코스를 밟은 인물도 아니고 강한 성격으로 논란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의외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며 "그러나 그런 지점들이 오히려 신동빈 회장의 눈에 들 수 있었던 계기였고 특히 염색논란 같은 위기 상황도 잘 헤쳐나왔던 부분도 긍정적으로 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사장급' 인사를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앉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인사에서 지주와 계열사, 그리고 BU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뉜 것과 함께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지주 내 임원들을 계열사 현장으로 내보내고 역할도 신성장 발굴로 축소했다. 기존에 하던 계열사 시너지 업무나 대형 M&A 발굴 및 검토는 BU장에 넘겼다. 신성장 사업 발굴은 지주, 현업은 BU 및 계열사로 구획을 명확하게 나눈 셈이다. BU중심의 계열사 독립경영에 힘을 싣는 조치다.

이렇게 되면 지주에 굳이 부회장급 인물이 앉을 이유가 없어진다. 오히려 사장급 인사가 지주 대표이사에 앉으면 보다 더 편안하게 계열사와 소통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간섭에서도 자유로울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롯데그룹 고위 임원은 "이번 인사로 지주 역할이 기존 사업이 아닌 새로운 사업 발굴이라는 데 초점을 뒀고 나머지 현업은 BU와 계열사가 맡았기 때문에 황각규 부회장의 역할 전부가 이 대표에게 넘어갔다고 보긴 어렵다"며 "사장급 인사를 앉히면서 지주의 힘을 빼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신 회장에게 선택받은 이 대표는 어떤 기분일까. 더벨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매일같이 계속되는 회의 때문에 너무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처음 맡는 그룹업무인데다 아예 조직을 새롭게 세팅해야 하는 만큼 분주한 상황인 듯 보인다. 지주 대표이사로 신임된 소감을 묻는 질문엔 "이제 처음 하는 상황이니 나중에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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