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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 투자전략 점검]'통 커진' 아모레퍼시픽, 투자기조 변화하나②소극적 외부 투자로 본업만 점점 둔중, '1조 현금' 활용 과감한 M&A 가능성은

전효점 기자공개 2020-09-02 08:29:11

[편집자주]

온라인과 기술 기반으로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맞춰 리테일, 식품, 패션, 뷰티, 콘텐츠 부문의 유통 대기업들은 유관 영역의 중소기업 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수년간 주요 유통 기업들의 타법인 투자 현황과 투자 방식, 투자 성과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유통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는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또 그간의 노력이 얼마나 성과로 가시화됐는지, 실패한 투자와 성공한 투자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31일 08: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외부 투자에 있어서 소액을 다수 스타트업에 집행하면서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린 파이낸싱(Lean Financing)' 전략을 차용해왔다. 반면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브랜드 확보에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차라리 사내 스타트업 제도와 스타트업 소액 투자 등을 활용해 내부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이같은 '저비용 저위험' 투자는 신규 브랜드를 키우는데도, 기존 브랜드를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는 결과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같은 결과물은 최근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투자 기조의 변화 필요성을 자성하는 배경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수백억원 규모의 호주 화장품 회사 인수합병에 나섰다. 십여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외부 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시장은 그룹이 오랫동안 지속해온 소극적인 외부 투자 정책을 전환해 1조원 이상의 현금 보유고를 활용한 과감한 혁신에 나설지 기대를 걸고 있다.

◇역설적 결과 낳은 린 전략, 태평양 시절 '트라우마?'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린 전략'은 상대적으로 대부분의 투자 여력을 그룹 계열사를 통한 본업에 집중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계열사 투자는 대부분 자체 유통망, 다시말해 고정자산을 확대하는 데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본사 밖에서는 다수 스타트업에 소규모 시드 투자를 뿌려두는 스몰벳(Small-bet) 전략을 차용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스몰벳 전략은 대부분 실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대부분의 실패에서 조금 잃었고, 일부 성공조차 조금 벌었다. 스몰벳 전략 자체가 실패시 위험을 낮췄지만, 성공의 결실을 극대화하는 전략 역시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그룹 본업에 긍정적인 외부 충격을 주기도 어렵고, 성공한다고 해도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투자가 된 것이다. 이른바 린 파이낸싱은 민첩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코 민첩하지 않은 결과로 귀결됐다.

LG생건의 경우는 반대다.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구조는 핵심 브랜드, 꼭 필요한 고정자산 위주로 가볍게 가져갔다. 반면 회사 밖에서 과감한 브랜드 및 사업체 인수합병을 통해 본업 사업구조를 변화시키는 충격을 가하면서 진화해나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보수적 투자 행보는 과거의 쓰라린 경험에서 기인한다.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은 1990년대 초반 본업인 화장품 외에 보험, 증권, 금융, 건설 등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다가 실패해 화장품을 제외한 기타 사업을 모두 정리해야 했던 아픔이 있다.

서경배 회장은 태평양 시절 이후 화장품 사업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1년 ‘아닉 구탈’을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올해까지 대형 인수합병 시장에 발을 담그지 않고 있다. 그간 그룹 밖의 타 법인에 50억원을 초과하는 투자를 단행한 것도 손에 꼽힐 정도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주요 계열사 타법인 출자 내역을 보면 최근 수년 간 단일 기업에 대해 추진한 대형 투자라고 할만한 것은 작년 미국 밀크메이크업(Milk Makeup) 사례가 거의 유일하다. 그룹은 지난해 밀크메이크업에 추가 출자까지 총 243억원을 투자했다. 그외 비교적 큰 투자는 같은 해 TBT펀드에 101억원, 미국 소재 벤처 투자사 펀브룩(Fernbrook)에 43억원을 투자한 경우다.


◇호주 래셔널그룹에 500억 통큰 베팅, 투자 전략 전환점?

보수적인 아모레퍼시픽그룹에도 최근부터 분위기에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분기점은 3월 단행한 호주 래셔널그룹 투자다. 지분 절반(49%)을 확보하기 위해 500억원을 투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현지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맞춤형 화장품 사업에 노하우가 있는 래셔널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이를 기점으로 투자 기조의 변화도 예고됐다.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래셔널그룹 투자 직후 "앞으로도 미래 성장을 위한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유망 기업 인수·합병 및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 지분 확보를 넘어 인수합병 시장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의미였다.

올해 상반기 말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대형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풍부한 여력을 갖춘 상태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자산 포함)은 무려 1조2500억원을 웃돈다. 차입금 2000억원을 차감해도 1조원 이상의 순현금이 남는다.

업계에서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보유 현금을 활용해 국면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여느때보다 높아졌다며 기대감이 높다. 오랜 기간 소극적 투자 기조로 누적된 현금을 과감하게 활용해 어려워지는 본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래셔널그룹 지분 투자는 이같은 시장의 기대감을 한층 더 높이는 사건이 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그간 소규모 스타트업 투자에 초점을 맞춰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수합병을 비롯해 다른 형태의 투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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