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강한기업]파크시스템스, '원자현미경 원조' 글로벌 날개 편다①박상일 대표, 최초 사업화 '경쟁력'…경쟁사 브루커 맞서 시장 확대 속도
조영갑 기자공개 2020-09-07 09:16:44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3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자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AFM) 개발 및 생산기업 '파크시스템스'가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를 망라해 나노(nano) 계측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자현미경으로 측정이 불가능한 극미세 검측 시장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서다.AFM은 랩(lab)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광학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계측 장비다. 광학현미경이 시료를 수천배, 전자현미경이 수십만배를 확대해 보여준다. AFM은 한발 더 나아가 수천만배 수준으로 시료를 확대해 보여준다. 원자 지름의 수십 분의 일인 0.01나노미터(nm)까지 AFM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EUV(극자외선)을 활용한 노광기술이 반도체업계에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웨이퍼 단계 검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파크시스템스는 EUV 양산에 돌입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인텔, 마이크론, TSMC 등 글로벌 메이커와 손을 잡고 반도체 검측 AFM 장비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파크시스템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오랜 '개발 업력' 때문이다. 학문의 영역에 머무르던 AFM을 산업계로 처음으로 데뷔시킨 기업이다. 그 중심에 박상일 대표이사(사진)가 있다.
박 대표는 1981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미국 스탠포드(Stanford) 대학 응용물리학 박사를 취득한 업계 내 대표적인 '학자 CEO'다. 미국 유학 당시 캘빈 퀘이트(Calvin F. Quate) 교수 연구팀에서 원자현미경을 연구하면서 AFM의 활용가치에 주목했다. 캘빈 퀘이트 교수는 1982년 원자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석학이다.
퀘이트 교수에게 사사한 박 대표는 1988년 미국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세계 최초의 원자현미경 회사 PSI(Park Scientific Instruments)를 설립했다. 당시 나노 단위에 대한 개념이 낯설던 업계에 극미세 영역까지 눈으로 보여주는 원자현미경 제품이 나오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IT회사를 비롯해 코카콜라(coca-cola) 등 식품업계의 이목을 단번에 끌었다.
박 대표는 10년간 PSI를 이끌며 성장을 구가, 1997년 미국 검사장비 기업 Thermo Spectra(더모 스펙트라)에 회사를 매각하고 귀국했다. 파크시스템스를 설립하기 위해서다.
◇'미중 갈등' AFM 도입 中 기업, 파크시스템스로 선회
1997년 설립된 파크시스템스는 현재 AFM 원천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완전 비접촉 모드(True non-contact)' 기술이다. 캔틸레버(cantilever)라고 불리는 작은 막대기 끝의 미세한 탐침(probe)이 미세한 진폭을 통해 시료를 원자단위로 측정하는 원리다. 공기·진공·용액 안에서 측정이 가능하며, 높이·각도·거칠기 등 3D 이미징을 구현할 수 있다. 시료와 나노수준의 간극을 유지하는 비파괴검사라 검사과정에서 비용 절감도 장점이다.
이 기술은 최근 반도체 섹터의 각광을 받고 있다. D램의 단수가 점점 고도화되고, 소자 회로가 극도로 복잡해지는 추세에서 나노 수준의 3D 검측기술이 수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파크시스템스의 웨이퍼 AFM 검사장비인 NX-Wafer 장비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른다는 게 반도체업계의 설명이다.
NX-Wafer는 200mm와 300mm 웨이퍼 상 나노 단위의 결함(defect)을 자동 검출,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기존 검사장비에 비해 효율을 10배가량 올릴 수 있다. 유일한 경쟁사로 꼽히는 브루커(brucker) 대비 가성비와 성능도 월등하다는 평가다. 이미 인텔(intel), IBM, 마이크론(micron),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가 모두 고객사다.
업계에선 최근 삼성전자 향 공급이 진행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로 축을 옮겨가면서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극미세공정(EUV)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20나노급 노광공정에 AFM을 적용하고 있지만 향후 수년 내 5나노 이하 극미세 공정에 범용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파크시스템스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17억5000만원 규모의 2차 공급계약에 성공했다. 보통 NX-Wafer의 대당 가격이 옵션에 따라 17억~20억원에 형성돼 있는 걸 감안하면 1대가 실전배치 된 셈이다. 양산배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에도 공급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메이커는 기존 장비 진입장벽이 있어 다소 진입이 늦었으나 브루커의 제품과 견줘 성능,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화권 반도체 메이커 역시 기회의 땅으로 평가된다. 중국 대형 메이커 YMTC나 대만 TSMC 역시 파크시스템스의 고객사다. 최근 수율향상을 위해 AFM 장비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무역 분쟁 이후 중국 업체들이 성능, AS 등을 이유로 한국 장비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는데, 파크시스템스 장비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실적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파크시스템스는 2016년 매출액 245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매출액은 2017년 329억원, 2018년 418억원, 2019년 520억원 등 매년 30%가량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17년 60억원, 2018년 57억원, 2019년 80억원 등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매출액 310억원, 영업이익 53억원으로 집계됐다. 15%대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탄탄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해외 영업조직 관리가 비결로 꼽힌다. 수주잔고 역시 250억원으로 넉넉하다.
파크시스템스 관계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영역에서 AFM 시장의 저변을 지속적으로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화권 시장의 경우 최근 2~3년간 경쟁사(브루커) 대비 우리의 기술적 우위가 입증되고, 미중무역 분쟁이 겹치면서 AFM의 수요가 우리 쪽으로 몰리는 동시에 기존에 사용했던 기업들의 추가도입 역시 쇄도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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