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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칼바람 피한 신동빈 비서 '이일민·류제돈' 13년 오너 금고지기 역할, 기존보직 유임·물산 대표직 이동

최은진 기자공개 2020-09-11 09:10:39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8일 12: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서(秘書)는 '주요직책을 맡은 인물'의 기밀문서나 사무를 맡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일정관리나 잔심부름을 하는 게 아니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하는 조력자 겸 동반자다. 쏠린 권한이나 영향력도 크고 강하다. 그래서 비서에 아무나 올리지 않고 한번 선임되면 오래 유지된다.

롯데그룹에서도 비서의 역할은 꽤 중요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재산을 관리하고 지키는 역할까지 부여됐다. 오너일가의 자금관리를 담당하는 집사 역할을 한 것도 물론이다.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김성회 전 비서실장과 무려 24년을 동거동락했다. 김 전 실장에게는 '영원한 신격호 비서'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비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다. 이일민·류제돈 전무(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신 회장의 결단 하에 단행된 인사혁신에서 1950년대생이 물러나는 세대교체가 이뤄져지만 두 인물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보직을 유임시키거나 실무적인 역할로 이동시켰다. 비서실장에 젊은인물을 신규 선임하긴 했지만 이 역시 기존 비서들 라인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이일민 전무(왼쪽)·류제돈 전무(오른쪽)

이 전무, 류 전무가 신 회장을 보좌한 건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친인 신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확고하게 잡고 있던 시절에는 김 전 비서실장이 전권을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비서실에 신 회장의 영향권 내에 있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한창 세(勢)를 키워가던 2007년께 신 회장이 이 전무와 류 전무를 비서실로 불러들였다.

두 인물은 한살터울로 이 전무가 1959년생, 류 전무가 1960년생이다. 모두 롯데쇼핑 공채로 입사했고 2006년 각각 이사대우, 이사로 승진했다. 두 인물은 사돈관계로 얽혀있기도 하다.

이 전무와 류 전무가 동시에 비서실로 올라왔지만 역할은 각각 달랐다. 이 전무는 신 회장을, 류 전무는 신 명예회장을 보필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엔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서서히 신 회장에게 기울던 때로, 신 회장의 측근들을 비서실에 포진시키는 차원에서의 인사였다.

2015년 형제의 난이 발발하면서 비서실 권을 차지하기 위해 신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크게 격돌했다. 갑작스레 김 전 실장이 비서실장 자리에서 사임하고 신 회장이 그 자리에 이 전무를 투입했다. 신임 비서실장 자리에 앉은 이 전무는 공식적으로는 당시 총괄회장이던 신 명예회장을 보필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신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이 전무가 선임된 데에는 형제의 난을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한 신 회장의 의지가 있었다고 재계는 평가했다.

실제로 신동주 회장은 즉각 반발하며 이 전무를 해임시켰다. 이 전무는 비서실장에 신임된 지 불과 두달만에 내려왔고 이후 1년간 비서실장 자리는 총 세번이나 바뀌었다.

이 전무는 해임된 뒤 공개적으로 신동주 회장을 비판하고 항거했다. 해임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서실로 출근하면서 롯데그룹측과 함께 신동주 회장 측근들을 줄고소 했다. 이 때 갈등의 전면에 선 이 전무와 함께 싸워준 인물이 류 전무였다. 당시 호텔롯데 대표이사였던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도 힘을 보탰다.

비서실이 안정을 찾은 건 2017년 형제의 난이 비로소 신 회장 승리로 끝이 나면서다. 류 전무가 새로운 비서실장에 오르고 이 전무는 업무지원팀으로 자리를 옮겨 신 명예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신 명예회장이 병중에 있던 때였던 만큼 이 전무는 신 회장의 지시대로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이들 두 인물은 단순히 회장 및 명예회장을 보좌한 것만은 아니다. 이 전무는 신 명예회장의 자금관리를, 류 전무는 신 회장의 자금관리를 맡았다. 이 전무는 신 명예회장의 비밀금고까지 관리할 정도로 오너일가와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올해 롯데그룹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비서실도 교체인사가 발생했다. 신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비서 역할을 하던 이 전무의 거취에 관심이 몰렸다. 당초 롯데그룹은 이 전무가 다른 업무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 회장은 그대로 자리를 유임시켰다.

현재 이 전무는 기존 자리 그대로 재무실 내 업무지원팀에서 그룹의 전체적인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팀장직함과 같은 특정보직도 없다. 신 회장의 주문에 따라 개별적으로 움직인다.

류 전무 역시 세대교체 인사혁신을 피했다. 비서실장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전체 계열사의 자산 등을 관리하는 역할인 롯데물산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비서실장 자리에는 1971년생 정영철 상무가 앉았다. 류 전무와 같은 중앙대 출신으로 서로 돈독한 관계라고 전해진다.

최근 롯데그룹 인사기조는 1960년대 후반생들을 등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1960년생인 이동우 사장을 올리면서 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연쇄인사로 롯데지주에 있던 1960년생 임원이 계열사 등으로 이동조치 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1959년생인 이 전무가 롯데지주에서 같은 보직을 계속 맡았고 1960년생인 류 전무가 주요 계열사 대표직에 오른 건 그만큼 신 회장이 각별히 챙기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욱이 롯데물산의 경우에는 롯데월드타워 등 롯데그룹의 핵심자산을 관리하는 자리다. 결과적으로 이 전무와 류 전무 모두 그룹의 주요 자산 및 오너일가 자금 등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일민 전무는 현재 업무지원팀에서 예전에 맡던 업무인 그룹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류 전무는 롯데물산 대표이사직에 올랐다"며 "궁극적으로 그룹의 중요한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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