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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팔까 말까'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딜레마'⑧입찰제안서에 우발채무 포함, 제 값 받기 '주력'

이아경 기자공개 2020-09-14 10:30:1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0일 1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빠르게 이행할 방법으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부각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매각 시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직접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미 팔린 다른 계열사들과 비교하면 매각 추진 속도가 다소 더딘 편이다. 성장 동력을 내놓은 만큼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오는 22일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지분가치는 대략 6000억원 정도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하면 1조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CC를 팔아 약 1200억원을 먼저 차입금 상환에 썼고, 추후 유상증자를 통해 1조3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남은 재원은 두산중공업이 자체적으로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이미 자산을 잇따라 팔아 만든 현금을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쏟기로 했고, 남은 현금을 지원받으려면 추가적인 증자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나 오너 일가가 추가로 유상증자를 고려했다면 애초에 유상증자 규모를 더 키워서 한 번에 진행했을 것"이라며 "남은 작업은 두산중공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산그룹은 예비입찰을 앞두고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매각 자체는 기정사실화됐지만 공식적으로 아직 매각을 인정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지난 4일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설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안의 일환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이 말을 아끼는 이유는 여전히 팔기에는 아까운 핵심 계열사기 때문이다. 그룹 내 가장 이익 기여도가 높은 두산밥캣은 매각 대상에서 뺐지만 두산인프라코어 자체도 매년 3조 이상의 매출과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다.

지난해 별도 매출액은 3조1022억원, 영업이익은 1728억원을 기록했다. 대주주가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한 두산퓨어셀은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2211억원, 영업이익은 194억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인프라코어의 매각을 결심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매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법인(DICC)은 2015년 굴착기 3526대를 팔아 매출액 3390억원을 냈으나 2019년에는 1만5270대를 판매하며 매출액 1조2536억원을 찍었다. 특히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지난 2분기에는 중국에서만 매출 5275억원을 올리며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의 절반보다 많은 8390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정부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을 반영해 내년 중국 굴착기 시장 전망을 24만대로 상향한 상태다. 내년도 환경규제 강화에 힘입어 꾸준한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를 따내며 중동으로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두산그룹의 딜레마는 두산인프라코어 입찰제안서에서도 나타난다. 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을 통해 DICC 소송 관련 우발부채 처리안을 포함한 입찰 제안서를 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의 재무적투자자(FI)들과 75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소송에 대한 우발채무가 반영되면 인수가는 2조원 이상으로 치솟는다. 현재 원매자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인수 매력을 더 떨어뜨리는 조치를 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두산중공업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자구안 이행까지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며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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