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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삼성전자]깐깐해진 주주들, 이사선임 잣대 '엄격'③국내·외 FI들, 눈높이 '쑥'…윤리·독립성 이슈로 반대표 적극

원충희 기자공개 2020-10-05 07:52:43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2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3월 열린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에선 색다른 일이 벌어졌다. 이상훈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두고 38.43%의 반대 및 기권표가 나왔다. 이듬해인 2019년 3월 정기주총에도 비슷한 일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28.59%의 반대표가 쏟아졌다.

삼성전자 주총안건 가운데 오너일가가 아닌 인물의 이사 선임안을 두고 30%를 넘나드는 반대표가 쏟아진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등기이사 안건은 기본적으로 9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두 이사의 선임안은 무엇이 특별했던 것일까.

이는 삼성전자의 경영 축이 이사회로 쏠리면서 구성원들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주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원 면면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했고 반대표를 던졌다.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이 수년째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힌 상황에서 누가 이사회에 들어가느냐가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 등기임원 '자격요건'도 상향

한 기업이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기업지배구조 한 전문가는 '주총에서 드러난 표심'을 지목했다. 창업주 일가에 속하지 않은 등기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찬반 대립이 불거지면 그 회사는 이사회가 경영 축을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사회가 요식기구라면 누가 이사로 선임되든 달라지는 게 없어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최근 몇 년 간 삼성전자의 주총결과를 보면 이사회 구성원 선임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확실하게 나왔다. 2018년과 2019년 정기주총에서 일부 주주들은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했고 반대표를 던졌다. 특이한 것은 반대의 주축이 재무적 투자자(FI)인 연기금이었다.

유일하게 삼성전자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2018년 주총에서 이상훈 사장 선임에 반대를 표했다. 2019년 주총에선 캐나다연기금,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등 외국계 연기금들이 박재완 전 장관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삼성전자 주총현황을 보면 등기이사 선임안건은 90% 이상의 압도적 찬성표로 통과됐다. 이런 관행을 깨고 연기금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그만큼 이사회 구성원의 자격을 중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슈, 전 정권 뇌물이슈 등으로 계속 검찰수사를 받고 재판에 휘말리는 상황 속에서 이사회 멤버들은 실제 경영체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장, 박 전 장관은 모두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될 정도로 무게감이 큰 인사였다.

연기금이 이사진 과실과 독립성 관련해 더 깐깐하게 보는 경향도 있다. 이상훈 사장이 반대표를 받은 이유는 사내이사(2009~2016년)와 경영지원실장(2012~2017년)을 지냈을 당시 뇌물공여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과거 의사결정 활동이 주주가치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했다.

박재완 전 장관의 경우 독립성 이슈가 뒤따랐다. 1996년부터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게 문제시 됐다. 성균관대과 산학협력단은 삼성의 직속 학교법인은 아니었지만 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으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삼성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위상 강화…'보는 눈'도 까다로워져

경영 축이 이사회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것은 사외이사의 입지 확대를 의미한다. 현행 상법과 시행령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의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되 구성원 총수의 과반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상근임원인 사내이사에 비해 경영사장에서 대한 정보 비대칭성에 노출된 사외이사에게 수적 우위를 줘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와 더불어 역대 정부는 국내 재벌기업의 고질적 문제로 여겨졌던 오너가의 독단경영, 족벌경영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사외이사제도 강화를 추진해왔다. 한층 높아진 글로벌 대기업과 투자자의 기대치를 맞추기 위한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삼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1위 기업인 탓에 전 방위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압력을 받았다.

확실히 변화는 있었다. 사내이사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는 공식이 깨지고 올 초 박재완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았다. 사외이사의 위상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의미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일환이다.


다만 사외이사 선정요건 및 과정에서 여전히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 경영진 간의 눈높이 격차가 있는 셈이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재선임 당시 과거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언으로 공격받았다. 그는 201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선 "(삼성전자)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과 노동환경 사이에는 통계적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규리 서울대 교수의 경우 신장내과 전문의로 삼성전자의 사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보니 여러 행적이 입방아에 올랐다. 과거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정직 처분을 받은 것은 물론 2017년 호암재단 사회봉사상 부문 수상이력, 삼성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지정 후원을 받았다는 점 등이 불거졌다.

또 다른 이슈는 서울대 교수 중용이다. 10여년 넘게 서울대 교수 재직자들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포함돼 있다. 박오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2009년 3월~2012년 2월)와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2012년 3월~2018년 2월)가 사외이사를 지냈으며 현재는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2018년 3월~2021년 3월)가 임기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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