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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삼성전자]'준법감시위'와 어색한 동거④법적지위·관계 모호…'옥상옥 vs 요식기구' 시각

원충희 기자공개 2020-10-06 07: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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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3일 10: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7개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통제하는 준법감시위원회의 법적지위는 무엇일까. 삼성 계열사 소속이 아닌 만큼 사내이사에 해당되지 않고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되는 사외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도 아니다. 등기·미등기임원이라기보다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준법의무 위반 감시활동을 하고 있는 외부 자문위원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기업의 핵심 의결기구인 이사회와의 관계가 애매하다. 혹자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우위성을 점치며 '옥상옥'이라 표현하고 또 다른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감형을 위한 '요식기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재판이 끝난 후에도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탓에 이사회와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 사상 초유의 준법감시기구 실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법조인, 시민단체 등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원장을 포함한 5인의 외부위원과 1인의 내부위원으로 구성됐다. 삼성의 7개 주요 계열사(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와 협약을 맺고 준법감시 활동을 하기 위해 지난 2월 출범한 조직이다.

구성은 삼성과 반대편에 있는 인사들 위주로 꾸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등 조정위원회를 이끌며 대척점에 섰던 김지형 변호사(전 대법관)가 위원장을, 평소 대기업의 부패범죄를 수사한 경험이 많은 봉욱 변호사(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경실련 사무총장 시절부터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지배구조, 경영권 승계, 노사관계 이슈를 꾸준히 비판해온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심인숙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학계 대표로 들어왔다.


준법감시위원회는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통제'를 자신의 역할로 정의한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최고경영진'이다. 삼성은 이미 계열사마다 상당한 수준의 내부고발시스템을 갖춰놓고 임직원 윤리문제 발생시 누구든 컴플라이언스 조직에 제보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나 준법최고책임자(CCO)가 책임지고 이를 처리하는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그러나 총수 일가와 그룹 고위직들이 연계된 사건에는 이 같은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 현재 삼성이 수사 또는 재판받고 있는 사건은 대부분 오너일가, 사장급 이상 고위직이 연루된 건들이다. 임직원들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은 철저하면서 정작 최고경영진은 그 시스템에 벗어나 있던 셈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외부·독립기구로 구성된 이유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출범 이후 총수나 CEO 등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핫라인을 설치하고 내부고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고 있다.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높은 사안을 직접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컴플라이언스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 개선을 권고하는 것을 역할로 정했다. 세부적으로는 경영권 승계, 내부거래, 후원금 지출 등을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높은 사안으로 꼽았다.

◇협약 근거한 외부·독립기구, 이사회와 관계 모호

문제는 이들 업무가 이사회와 중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회에서 결정한 기부금 출연 및 후원은 물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처럼 승계를 위한 M&A로 의심받을 경우 준법감시위원회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 상법상 주주총회 의결사항을 제외하고 모든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의결토록 법적권한을 부여받은 이사회의 결의를 법적근거 없이 협약에 의거한 자문위원들이 검사하는 격이다.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법규상 회사의 준법통제 업무를 맡는 상근임원은 준법지원인이다. 상장기업이 준법지원인을 임면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준법지원인 요건도 변호사 자격 혹은 법률학을 가르치는 조교수 이상의 직에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감사위원·준법감시인 또는 이와 관련된 법무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합산 10년 이상(법률학 석사는 5년 이상)인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준법지원인을 점검하는 준법감시위원은 이런 자격요건이나 선임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외부·독립적인 인사라는 점에서 사외이사, 감사위원과 성격이 비슷하나 주총을 통해 검증·승인을 받지도 않는다. 임명과 사임 역시 이사회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여러모로 법적지위와 등기·미등기이사와의 관계가 모호하다.

반대로 협약에 의거한 외부·독립기구인 탓에 실질적인 의결·집행능력이 있는지 의심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사회 의결과 달리 권고의 형태라 수용여부는 결국 각 계열사의 결정사항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총수의 의중에 달렸다. 준법감시위원회는 내부위원인 성인희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를 사측과의 연결고리로 삼고 회사가 불수용할 경우 언론·외부에 공개하며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나 그것은 여론전일 뿐 실제적인 효력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오너인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원회 요청을 대부분 수용했다. 대국민사과, 무노조 경영 철폐, 경영권 세습 포기 등을 선언하며 예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준법감시위원회가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와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어색한 동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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