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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계열사 이사직, 이동우 아닌 실무임원 승계 롯데, 에프알엘 강희태·엑셀레이터 서승욱 선임…특정인물보다 실무진 중용

최은진 기자공개 2020-09-25 09:21:04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3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공석이 된 계열사 이사 자리는 지주사 대표이사 바통을 넘겨받은 이동우 사장이 아닌 실무임원들이 채워졌다. 이 사장이 황 부회장의 역할 전부를 이임받을 것이란 시각과는 대치되는 행보다.

롯데그룹이 지난달 단행한 인사로 황 전 부회장은 이달 1일부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 자리를 이어받은 인물은 이동우 사장이다. 이사 선임 주주총회는 내달 8일 열린다.

표면적으로 황 전 부회장의 뒤를 이 사장이 이어받는 형태기 때문에 전반적인 모든 업무를 이임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롯데지주에서는 이 사장이 황 전 부회장이 맡던 업무 전부를 맡게 됐다. 롯데지주는 그간 황 전 부회장이 전략·재무·커뮤니케이션을, 송용덕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법무·경영개선을 맡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황 전 부회장의 역할 전부가 이 사장에게 넘어간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황 전 부회장이 맡던 계열사 간접 경영 역할이 이 사장이 아닌 BU장에게 넘어가는 등 지주 자체의 역할이 상당부분 축소됐다는 얘기다.

황 전 부회장은 그동안 공식, 비공식적으로 계열사 경영에 관여했다. 전략 및 재무 업무를 쥐고 있었던 만큼 계열사가 중심이 돼야 할 굵직한 인수합병(M&A)이나 투자 건도 황 전 부회장이 총괄했다. 일부 계열사에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까지 참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업무 일부를 황 전 부회장이 위임하는 형태였다. 신 회장은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대표이사 직함까지 갖고 있다. 계열사 구석구석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황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권한을 위임받아 일부 계열사 이사회 및 경영에 참여했던 셈이다.


하지만 황 전 부회장이 맡던 계열사 이사 자리는 이 사장이 아닌 실무임원에 넘어갔다. 유니클로 사업을 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기타비상무이사에서 황 전 부회장이 내려오고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선임됐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신 회장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상당히 챙기는 사업이다.

강 부회장을 선임한 이유는 연관된 사업을 하는 실무임원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롯데쇼핑은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49%를 쥐고 있는 주요주주다. 실질적으로 유니클로의 한국사업을 총괄 책임지는 역할이 롯데쇼핑에 있는 셈이다. 지주측 임원보다는 롯데쇼핑 임원이 앉는게 더 자연스러운 게 사실이다.

황 전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자리하던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엑셀레이터에는 서승욱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상무가 자리했다. 이 역시 이 사장이 아닌 그의 체제 하에 있는 임원인 서 상무가 선임됐다는 데 주목된다. 설립 이래 줄곧 황 전 부회장이 앉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주 감시자의 직급이 실무선으로 크게 낮춰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역시 실질적으로 업무를 하는 실무진에게 권한을 주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경영혁신실은 이 사장 휘하에 있는 조직으로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한다. 롯데엑셀레이터가 벤처투자를 하는 계열사인 만큼 같은 업무를 하는 지주 실무진에게 이사회 참여도 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총괄역할을 하는 이 사장이 아닌 임원에게 이 업무를 맡겼다는 것도 그만큼 현장 및 실무임원을 중용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진다.

이를 감안할 때 롯데그룹은 서서히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월 인사가 단순 문책성 인사교체가 아닌 경영구도를 변화시키는 혁신으로 해석된다.

신동빈-황각규라는 막강한 인물 아래 돌아가는 경영구도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의 전문성 및 독립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차원이다. 지주 및 특정 임원에 대한 영향력과 권한을 BU-계열사-실무임원 등으로 배분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동우 사장에게 황각규 부회장의 업무 전부가 이관된 듯 보이지만 오히려 지주의 역할이나 힘이 많이 축소된 것으로 보는게 맞다"며 "황 전 부회장이 맡던 계열사 관여 등에 대한 권한이 사라졌고 지주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나머지는 BU 및 계열사들이 담당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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