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차기 리더는]'칠전팔기' 강명석 후보, 이번엔 행추위 맘 잡을까[숏리스트 후보 분석]40대 임원 '신기록', 내부 지지 확고…관료선임 관행에 번번이 고배
손현지 기자공개 2020-10-08 07:30:36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6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장 숏리스트(압축후보군)에 오른 강명석 전 수협은행 상임감사(사진)는 벌써 세 번째 도전이다. 수협은행이 독립분사하기 전 부터 패기 있게 수협은행장에 도전했지만 관료출신 선임 기조에 밀려 번번이 낙선했다.수협 내부적으로는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이다. 주요 보직을 두루 섭렵하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강 전 감사가 수협은행장직에 오르느냐의 문제는 이번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내부출신 인물을 허용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강 전 후보는 대표적인 '수협 토박이'다. 경상남도 진주 출신으로 부산수산대 수산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수협에 입사했다. 진주지점장, 상호금융 부부장, 신용기획부장, 해양투자금융부장, 전략기획 이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경영성적표도 화려하다. 2003년 신용기획부장 시절엔 해양 수산전문은행의 특수성을 살려 신용사업 순익을 두배 이상(550억원→1042억원) 늘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05년에도 신설된 해양투자금융부를 맡아 첫해 약정고 6139억원, 사업수익 59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협은행이 해양투자금융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데 기여했다.
수협은행 한 관계자는 "강 전 감사는 젊음과 패기, 업무추진력이 탁월한 인물"이라며 "수협 최초로 40대의 젊은 나이에 임원직을 달며 연륜 있는 임원들과 원활한 소통을 이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영능력을 증명하듯 승진도 탄탄대로였다. 그가 처음 임원으로 발탁된 2006년, 그의 나이는 45세였다. 당시 주요 상임이사직(기업고객본부, 경영지원본부, 경영전략본부)을 잇따라 수행했다. 일반적으로 40대 중반에 부장직을 다는 금융권의 관행을 감안하면 수협 내에서 '파격적'인 인사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강 전 감사가 수협은행장직에 처음 도전한 것도 이 무렵이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009년으로,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신용사업)에서 분사되기도 전이었다.
당시 강 전 감사는 수협 신용사업 대표이사 후보 공모에 지원했고 이사회 내 최종 후보자로도 낙점됐다. 그러나 조합장들의 표심을 얻지 못했다. 최종 총회에서 찬반투표를 진행했는데 반대표(52명)가 찬성표(32명)보다 많았던 것이다.
조합장들은 재공모를 통해 예금보험공사,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인 이주형 전 행장을 선택했다. 수협은행의 경영을 안정시키는 데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판단이었다. 강 전 감사는 낙선한 뒤 잠시 수협을 떠나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이사, 법무법인 율려 경영법률고문, 금융결제원 비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낙선 아픔을 딛고 2015년수협에 복귀했다. 당시는 수협은행이 54년만에 중앙회로부터 분리되는 사업구조 개편 조짐을 보였을 때다. 그는 노량진수산 대표를 거쳐 수협은행 초대 상임감사로 활약하며 재기를 노렸다.
2017년 3월 개최된 수협은행장 선임 공모에 또 다시 지원했다. 당시 강 전 감사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다. 수협은행 노조 중심으로 그간 관피아 인사 반대 기류가 확산됐던 것이다. 수협중앙회에서도 관피아 인사 추천 시 주주총회에서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며 첫 내부출신 수협은행장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내부 지원도 상당했다. 유일한 내부출신 후보 경쟁자였던 강신숙 수협중앙회 상임이사도 강 전 감사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후보자 지원을 자진 철회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강 전 감사는 당시 관료 출신으로 상징되는 이원태 행장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다.
이러한 기세 속에 1차 후보자 면접에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빨간 넥타이를 매고 면접장에 등장했으며 당시 면접관들에게 수협에 전문성이 있다는 것을 피력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정부 측 행추위원들은 '적합한 자격을 갖춘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수협은행장 선출을 위한 후보 재공모를 시행했다. 1, 2차 후보 지원자 공모에는 도전장을 냈던 강 전 후보는 마지막 3차 공모에 도전하지 않았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3년 전에도 정부 측 행추위 위원들의 반대가 심했던 인물"이라며 "올해는 내부 출신 경쟁자들도 여럿 있는 터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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