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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전액보상까지 했는데, 중징계에 '당혹' '내부통제 부실' 제재근거 불분명, 소송 가능성...사태수습 최선 노력 감안안돼 '불만 고조'

허인혜 기자공개 2020-10-12 08:00:31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8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액배상'이라는 전례없는 투자자 구제안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판매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판매사는 선제적 보상부터 전액배상, 가교운용사 설립 자금을 지원하고도 중징계를 통보받으며 허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징계 근거로는 명확하지 않은 '내부통제 부실'이 제재 배경이어서 징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등 법정다툼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직무정지' CEO 중징계 통보…제재심 장기화 전망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3곳이 라임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한 징계안 최종 조치서를 받았다. CEO 징계로는 '직무정지'가 통보됐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18조에 의거한 업무집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 조치다.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해임권고 바로 아랫단계로 최대 6개월간 직무가 정지되며 향후 4년간 금융사 임원 선임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29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판매사 징계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앞서 열릴 라임운용 펀드 관련 자산운용사 제재심이 개최 예정일이었던 15일보다 밀린 20일 열리게 돼 판매사 제재심도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수석부원장과 담당 국장 등 금감원 관계자와 민간위원 5인이 참여해 판매사의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당일 제재심으로 징계 수위가 확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서는 제재대상자의 의견진술과 열람권을 보장한다. 제재 대상자는 사전통지를 받은 뒤 제재심 위원들에게 제출된 서류와 부의예정안, 제재심에 제출된 서류를 열람하고 의견을 진술하도록 했다. 한국투자증권이나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소명절차 등에 따라 각각 세 차례의 제재심을 거친 선례가 있다.

금감원 고위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제재심을 개최하면 가벼운 징계의 경우 당일에 결정된다"며 "자산운용사 관련 제재심은 징계가 간단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사안이 명확해 빠른 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판매사 제재심은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앞선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최대 세 차례의 소명과 제재심까지는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고위급 관계자도 "징계 확정이 된 단계가 아닌 제재심 전 사전통지이기 때문에 소명 기회가 있고 심사 조정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제재심 의결이 끝난 뒤에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게 된다. 제재심 의결 자체는 법적 효력이 없지만 증선위와 금융위가 제재심의 결과를 완전히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

◇판매사 "전액배상·가교운용사 등 최선 다해…중징계 당혹"

징계 수위를 두고 금감원과 판매사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판매사와 사전통지 과정을 거쳤음에도 중징계를 최종 통보한 상황이다. 중징계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금감원은 하반기 들어 CEO 제재 의견서를 송부하는 한편 사모펀드 전수조사의 최종 책임자로 CEO를 명시하며 CEO 징계 타당성을 높여왔다.

판매사들은 적극적인 구제안에도 불구하고 중징계가 통보돼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라임운용 펀드 판매사들은 라임운용 펀드 부실이 터져나온 뒤 줄줄이 선제적 보상안으로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했다. 라임운용 펀드를 이관받아 운용할 가교 운용사 웰브릿지자산운용 설립도 판매사의 몫이었다.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우리은행,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하나은행, 케이비증권 등의 판매사 20곳은 50억원의 출자금을 모았다.

'전액배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권고안도 따른 상황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 라임자산운용 '플루토 TF-1호' 펀드 판매사 네곳은 8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투자금 전액 배상안을 받아들이고 100% 보상을 집행했다. 당시 판매사들은 일부 제재근거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우나 투자자 구제라는 대의 아래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소비자 구제 움직임에 따라 징계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중을 비쳐왔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라임펀드 투자자 구제가 배임이 아니라고 해석해주는 한편 적극적 배상을 계도한 바 있다. 금감원 고위급 관계자도 라임운용 펀드 구제 노력이 참작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내 제23조에도 '사후수습 노력 등을 고려할 때 정상참작의 사유가 있는 경우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해 뒀다.


때문에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금감원이 판매사의 구제 노력을 유도한 뒤 나몰라라한 처사'라고 말할 정도로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징계 수위도 이례적으로 높다. 금융사 CEO가 중징계 처분을 받은 선례는 2015년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했던 혐의의 정진석·이승국 동양증권 전 대표에게 내려진 해임요구와 2018년 배당사고의 책임을 물었던 구성훈 전 삼성증권 대표의 3개월 직무정지에 그친다.

라임펀드 판매사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와 제재심 규정상 사고 수습에 대한 노력을 하면 제재 감경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며 "실제 제재심에서 징계가 낮아지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전액배상 등 구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현직 CEO 징계를 포함해 징계수위가 높은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기업을 엄벌로 다스려야한다는 금융당국의 속내를 비친 게 아닌 지 궁금할 정도"라고 답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사기행각이라고 검찰과 금융당국에서도 보고 있으면서 CEO 중징계를 내리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답했다.

◇'6개월 직무정지·금융사 4년 재취업 불가'…행정소송 가능성

중징계가 예고된 CEO들은 징계 확정에 따라 직무 정지와 연임 불가, 금융권 재취업 제재 등을 받게 된다. 라임운용 펀드 판매 당시 재직한 CEO는 다섯 명이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와 김병철 전 대표, 나재철 대신증권 전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윤경은 KB증권 전 대표와 박정림 현 대표다.


박정림 대표의 거취는 안갯속이다. KB증권의 경우 라임운용 펀드 판매 당시의 CEO가 유일하게 현재도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박정림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말로 긴 시간이 남지는 않았지만 박정림 대표가 '포스트 윤종규'로 불릴 만큼 KB금융그룹의 중역으로 꼽혀온 만큼 중징계는 뼈아프다. 2019년 1월 취임한 박정림 대표는 그간 긍정적인 실적과 무탈한 경영으로 연임에 무게가 실렸다. KB증권 대표를 이어가지 않더라도 KB국민은행 대표 등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평을 받아왔다.

따라서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가능성도 점쳐진다. 행정소송(징계 취소소송)을 낸다면 우리·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행정불복의 근거로 '내부통제 부실' 규범의 부정확성을 들 가능성이 높다.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이 주장해온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내부통제 표준 규정 위반'이 법적으로 모호하다고 항변해 왔다. 증권사의 경우 은행보다 내부통제 규정에 저촉되는 부분이 적다는 게 금투업계의 의견이어서 긴 법정다툼이 예상된다.

행정소송을 진행한다면 우리금융 회장의 선례와 마찬가지로 직무수행과 연임이 가능해진다. 금융업계에 조예가 깊은 법조계 관계자는 "집행정지 결정을 받는 경우 당연히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발생이 정지되므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가능하다"며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면 법리상으로 행정처분 자체의 효력발생이 정지되므로 연임 결정의 법적 장애요소는 없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CEO들은 퇴임했지만 당분간 금융권 재취업이 어려워진다. 이미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나재철 전 대표는 법적으로는 직무 유지가 가능하다. 금융투자협회는 금융사가 아닌 민간 유관단체로, 제재 규정에는 금융회사 취업 만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다만 중징계를 받은 금투협회장이라는 심리적 부담은 남는다.

CEO 징계가 내려지면 아랫단의 임직원들도 줄지어 징계를 받게 된다는 점도 금융투자업계는 우려했다. 판매사 관계자는 "아무리 전임 CEO라 하더라도 일단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면 남아있는 임직원들도 징계를 받게 된다"며 "또 임기를 마친 대표라도 명예롭게 남는 편이 금융사에게는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임원 징계와 별도로 기관 징계도 예정돼 있다. 기관 징계는 기관경고와 업무정지, 인허가 취소 등이다. 금투업계에서는 인허가 취소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실상 사모펀드 판매를 금하는 일부 영업정지 정도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큰 여파는 없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다만 신규사업 진출을 금하는 기관 경고는 발목을 잡는다. 기관 경고를 받을 때에는 향후 1년간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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