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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애플]창업자 쫓아냈던 회사, 삼성전자와 구조적 차이①7명 중 6명이 비상근이사…총수 없는 기업 vs 오너기업

원충희 기자공개 2020-10-15 08:26:16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3일 07: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삼성전자의 대표 경쟁사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쫓아내고 13년 만에 복귀시킨 것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6명의 비상근이사(Non-Employee Director)와 한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비상근이사가 절대다수를 갖고 이사회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상근이사 중심의 삼성전자와 차이를 보인다. 그 이면에는 총수 없는 대기업과 오너기업 사이의 구조적 간극이 있다.

애플의 이사회는 의장을 맡고 있는 아트 레빈슨을 비롯해 제임스 벨, 앨 고어, 안드레아 정, 론 슈거, 수 와그너, 팀 쿡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래 멤버 수는 8명이었으나 지난해 9월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사임하면서 7명으로 줄었다.

삼성전자의 이사회 구성원이 11명인 점에 비춰보면 애플의 이사회 멤버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구성원 비중에서도 두 회사는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가 상근 사내이사 5명, 비상근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데 반해 애플은 현직 최고경영자인 팀 쿡(Tim Cook)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이 비상근이사다. 양사 모두 이사회에서 비상근이사 수는 6명으로 동일하나 삼성전자는 사내이사가 5명, 애플은 한명 뿐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상법요건에 딱 맞는 수준으로 사외이사 수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상법과 시행령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회 총수의 과반으로 두도록 정했다.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가 한명만 더 많으면 된다. 사외이사는 약간의 수적우위만 있을 뿐 회사 내부사정을 사내이사만큼 잘 알지 못하는 탓에 이사회는 결국 사내이사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애플 이사회 구성원 및 위원회 현황

애플은 비상근이사가 이사회 구성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비상근이사 중심의 이사회는 위원회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 이사회는 △감사·재무위원회 △보상위원회 △이사후보추천 및 지배구조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만 있다. 각 위원회마다 구성원은 3명씩이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등 6개로 구성돼 있으며 각 위원회당 3~6명이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단출하다.

이사회가 비상근이사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사내이사의 위원회 참여가 제한적이다. 애플 CEO인 팀 쿡은 이사회에만 들어갈 뿐 어느 위원회에도 속해 있지 않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모든 위원회 수장도 비상근이사다.

삼성전자는 경영위원회가 사내이사로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2월 이상훈 의장이 사임하기 전까지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사외이사 의장 시대가 열린 지 2년이 채 안됐다.

비상근이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애플의 이사회 구조는 국내 기업의 시각에서 보면 이질적인 부분이다. 국내에선 사외이사 권한 강화 등 이사회 제도 개편이 시도될 때마다 나오는 반론이 회사 내부사정을 경영진만큼 알지는 못하는 비상근이사가 이사회 주도권을 잡고 의사결정을 건건이 간섭할 경우 경영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하지만 애플에선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자산규모 3300억달러(약 390조원), 시가총액 2조달러(약 2200조원)의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애플이 7명의 이사들로 운영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이사회-경영진 분리구조가 꼽힌다. 이사회에 사내이사가 한명만 있어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던 이유기도 하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오랫동안 정착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애플은 이사회 기능을 주주를 대신해 CEO 및 고위경영진을 감독하고 장기적 주주가치가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직 경영진의 이사회 진입을 배제한다. 다만 경영진과 너무 동떨어지면 경영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팀 쿡 CEO만 참여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정착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소유구조다. 애플은 1976년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로널드 웨인은 지분을 팔고 빠졌으며 스티브 워즈니악은 비행기 사고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복귀한 뒤 다시 퇴사했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 1985년 본인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창업자들의 지배력이 국내 재벌기업처럼 막강하다고 할 수 없다.

작년 말 기준으로 애플은 창업자들을 제치고 뱅가드(Vanguard, 7.72%), 블랙록(BlackRock, 6.77%), 버크셔 해서웨이(워렌 버핏, 5.82%) 등 기관들이 1~3대 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주주로는 이사회 의장인 아트 레빈슨(114만8712주)이 CEO인 팀 쿡(84만7969주)보다 더 많은 주식을 가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이 21.2%에 달하며 창업주 가문이 확실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애플이 총수 없는 대기업이라면 삼성전자는 명확한 오너기업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오너기업에서 벗어난 탈재벌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애플 이사회는 하나의 벤치마킹 사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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