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시대, 도전과 응전]삼성·LG·롯데 지켜본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과제'정공법' 외쳤던 2년 전 개편안과 큰 틀 차이 없을듯…지주사 전환은 '글쎄'
박기수 기자공개 2020-10-16 11:17:20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11: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가 곧바로 인적분할했고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투자부문을 합병해 롯데지주를 탄생시켰다.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됐다. 다만 보유하고 있던 금융회사인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은 모두 매각했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새롭게 부임한 LG의 젊은 총수 구광모 회장의 선택은 정공법이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8.8%를 상속받으며 약 72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의 상속세를 여지없이 납부하기로 한 것이다. 애초 업계는 공익재단 출연이나 지분 상속을 최소화하는 등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묘수를 쓸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었다. 구 회장은 5년간 분할 납부 방식으로 납세 중이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란은 지리멸렬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1996년 불거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의혹을 시작으로 2015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합병비율 논란까지 정·재계의 눈총과 우려를 샀다. 삼성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에 대한 논란은 기업이 가장 기피한다는 불확실성 그 자체였다. 올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대해 작심한 듯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한다. 경영권 승계로 더 이상 논란 없도록 하겠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현대차그룹만 남았다. 국내 10대 대기업집단(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농협) 중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 가장 업데이트가 없는 곳은 현대차그룹이었다. 이제 동력이 생겼다. 업계가 지목하는 '회장' 정의선이 풀어야 할 선결 과제는 지배구조를 개편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오너 일가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지배구조 개편은 곧바로 도마에 오른다.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는 코로나19와 무관하게 활발하다. 정공법은 시장의 환영과 존경을 받는다.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은 금융회사 포기를 의미한다.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회장 정의선(사진)의 선택은 "정공법"을 외쳤던 2년 전 제시했던 방편과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감대다.
◇2년 전과 큰 변화 없는 지배구조도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던 것은 2018년 3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것이 골자였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합병 비율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미국계 주주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글로벌 자문사들도 반기를 들었다. 현대차그룹은 개편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개편안을 내놓고 55일이 지난 5월 21일의 일이었다.
2년 전과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도는 큰 변함이 없다. 네 개의 순환출자 고리(△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 △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 △모비스-현대차-글로비스-모비스 △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는 여전히 존재한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도상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도 높다.
다시 한번 2018년 개편안이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2년 전 계획을 철회할 때 현대차그룹이 밝혔던 입장도 개편안을 '보완'하고 '개선'한다는 것이었지 전편 개편을 외친 사실은 없다. 작년 정 회장은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관건은 양 집단이 만족할 수 있는 합병비율을 산출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 포기하면서까지 지주사 전환? "회의적"
업계 일각에서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예측 중이다. 예컨대 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의 투자 부문을 인적 분할·합병해 홀딩스를 세우는 식이다. 다만 이경우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금융사들의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롯데지주가 롯데캐피탈을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금융사를 품을 수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라는 또 다른 기업집단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짙다. 현대차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또 자동차 판매에서 금융사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 메이커의 전속금융사의 존재 유무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 입장에서 체감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최고재무관리자(CFO)인 김상현 전무가 올해 3월 말 현대카드 등 그룹 금융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합류한 점 등도 눈 여겨 볼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스스로 금융사 없는 미래를 그리고 있지는 않다는 증거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사 없는 완성차그룹을 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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