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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통큰배당'에 의결권자문사 분할 동의할까 [스튜어드십코드 발동]3년간 2.1조 배당안, 자문사 반대명분 약화…'현금유출 우려' 미지근한 반응도

이효범 기자공개 2020-10-19 08:04:24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6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배터리부문 물적분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안을 내놓으면서 의결권자문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동안 물적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LG화학이 주주가치 훼손을 보완할 배당안을 내놓은 만큼 물적분할에 반대할 명분이 더욱 약해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자사주 소각보다 더 큰 주주환원...KCGS 권고안에 쏠리는 눈

LG화학은 향후 3년간(2020년~2022년) 보통주 1주당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안을 최근 발표했다. LG화학의 보통주는 7059만2343주다. 현금배당액을 연간 1만원으로 책정하면 7059억2343만원에 달한다. 3년간 배당액은 2조1177억7029만원이다. '최소' 1만원이라는 조건을 단 만큼 3년간 배당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같은 배당안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LG화학 물적분할 안건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경감시키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이 소각 가능한 자사수는 36만7683주다. 지난 15일 1주당 종가인 63만7000원을 기준으로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금액은 2342억1407만원이다.

LG화학의 1년간 배당규모가 자사주 소각 규모의 3배에 달한다. 이처럼 물적분할 안건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주주가치 훼손에 우려에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의결권 자문사들도 찬성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반대할 명분은 더욱 약해졌다. LG화학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방안보다 더 큰 주주환원책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LG화학 지분 10% 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주총의 캐스팅보트로 꼽힌다. 의결권자문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다.

시장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LG화학 물적분할을 두고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안건에 반대하는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길이라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분할이 오너일가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20년 1분기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결과를 지난 4월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의안분석 대상 기업 중 단순물적분할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8개였다. 안건 상정 사유는 사업부문 분할 후 매각, 사업 전문성 및 기업가치 제고 등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해당 안건들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배당수익률은 1% 중반대…현금유출 동반 배당에 '갸우뚱'

하지만 LG화학의 주주환원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도 있다. 배당수익률로 따지면 큰 규모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1주당 1만원의 현금배당을 적용해 전일 종가 기준 산출한 배당수익률은 1% 중반대에 그친다. 가이드라인을 갖고 찬반을 결정하는 기관투자가들과 달리, 개인주주들의 찬성표를 이끌어 낼 유인으로 충분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 물적분할 발표 이후 주가가 빠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라며 "LG화학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안한 배당정책에 따르면 제시한 배당수익률이 1% 중반 수준이라 물적분할 발표 이후 주가 하락을 만회할만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현금배당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LG화학이 물적분할 후 상장 수순을 밟으려는 궁극적인 배경은 투자금 확보다. 배터리부문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막대한 시설투자(CAPEX)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에비타(EBITDA) 대비 2배 이상의 규모로 시설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구조다. 2019년 시설투자 중 배터리부문의 시설투자만 3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시설투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막대한 시설투자가 불가피한 가운데, 물적분할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규모 현금유출을 동반한 배당을 실시하는 것으로 두고 일각에서는 의문부호를 떼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이 이번 물적분할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서 배당을 증액한다면 반길 일이지만 LG화학 입장에서 보면 현금 유출이 발생한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에 비해 자사주 소각은 기업 내에서 직접적인 현금 유출 없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주주와 기업이 윈윈(win-win)하는 방안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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