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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모니터/애플]포스트 잡스 시대 연 '장수' 비상근이사들③평균 근속연수 11.6년, 순탄한 경영승계 주도…국내선 6년 제한

원충희 기자공개 2020-10-19 08:22:1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6일 07: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나 비상근이사의 장기근속 및 겸직은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올 초 사외이사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된 박재완 이사는 오는 2022년 3월이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상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사외이사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되면서 2016년부터 활동해온 박 의장은 연임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사로 꼽히는 애플은 다르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이사회 의장직을 승계했던 아트(아서) 레빈슨은 지금까지 자리를 맡고 있다. 그는 2000년부터 애플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레빈슨 외에도 애플 이사회에 장수 비상근이사들이 여럿 있다. 앨 고어는 2003년부터, 안드레아 정은 2008년, 론(로널드) 슈거는 2010년, 수(수잔) 와그너는 2014년, 제임스 벨은 2015년부터 활동했다. 1인당 평균 근속기간이 11.6년이다. 비상근이사에 대한 임기제한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달리 말하면 애플은 장수 비상근이사들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을 수십 년 운영해봤던 경영진 출신들이 오래 근속하면서 애플의 경영 안정성을 주도해온 성과가 있었다. 애플처럼 총수 개념이 없는 기업일수록 장수 이사들의 중요성이 높게 평가된다. 장기근속 이사들이 빛을 발한 때가 최고경영자(CEO) 유고에 따른 경영승계 과정이다.

애플의 상징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2011년 8월 병세 악화로 CEO직을 사임한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이때 경영승계와 후계 체제 구축을 통해 영속성을 확보하고 주주들을 안심시켜야 할 업무를 주도하는 곳이 이사회다. 애플 이사회는 팀 쿡을 후임자로 결정하고 경영승계를 순탄하게 처리했다.

국내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외이사의 장기근속이 적절치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경영진과 밀착하면서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올 초 법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 연임제한을 걸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재계에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법을 만들어 시행한다며 반발했다.

*설명 : 2019년 12월 Air Lease 이사직 사임

애플 이사회 구성원들은 겸직에서도 국내 기업보다 운신의 폭이 넓다. 아트 레빈스 의장은 애플 이사를 맡으면서 2004년부터 구글의 이사직도 겸임했다. 물론 중도에 애플과 구글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2009년 사퇴하고 애플을 선택했다.

제임스 벨은 JP모건 체이스 등 3곳을, 안드레아 정은 웨이퍼를 비롯해 2곳, 론 슈거는 우버 테크놀로지 등 3곳, 수 와그너는 블랙록과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기업 간의 직접적인 이해상충이 벌어지지 않는 한 겸직을 허용한다.

반면 국내의 경우 상법으로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는 해당회사 외 2개 이상 다른 기업의 이사, 집행임원, 감사로 재직하는 것을 허용치 않고 있다. 미국보다 엄격한 선발기준으로 인해 인력풀이 좁아지면서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 자리는 대학 교수나 관료·정치권 출신 등 기업을 직접 운영해본 적이 없는 비경영자 출신의 몫이 됐다.

애플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사회가 충실한 감시를 위해 구조적으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돼 있다면, 기업경영 노하우가 풍부한 인사들이 이사회에 들어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연임과 겸직은 큰 문제가 아니다. 결국 사외이사·비상근이사의 거수기 논란은 임기와 겸직여부 보다 전문성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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