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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시프트(shift)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공개 2020-11-09 11:37:07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6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한때 공룡이 지구를 말그대로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약 6500만년전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한순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다란 공룡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여러 설명이 있으나 소행성 충돌로 인한 이론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공룡들은 직접적인 폭발로 인해 혹은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햇빛이 차단된 지구에서 굶어서 혹은 얼어서 죽었을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선 엄청난 에너지원이 필요했겠지만 공룡의 큰 덩치로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수십만년전 10여종의 호모(homo)가 살았고 그 중 한 종이 살아남아 인류의 유일한 인간종이 되었다. 아주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바로 주인공이다. 몇번의 빙하기, 치명적인 질병, 셀수없이 많은 전쟁 등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을 이어왔다.

침팬지와 형제 자매였던 인간은 생물학적 우수성 때문에 현재와 같은 발전을 이룩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환경에 대한 적응 과정에서 우수한 개체나 종이 살아남고 그 종은 계속해서 생존하고 번식한다는 적자생존의 원리다.

#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공을 이뤘던 분야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라져간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노키아가 그랬고 코닥이 그랬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토인비는 '오만(hubris)'이란 단어를 "과거에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우상화함으로써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노키아는 여전히 건재하다. 화웨이 뒤를 이은 세계 3위의 5G통신장비업체다. 결국 살아남는 기업 혹은 강한 기업은 변화에 잘 대응하는 기업이다.

# '백년 기업' 두산이 또한번 변화에 나섰다. 맥주업체에서 중공업기업으로, 이번에는 친환경 에너지원 공급자(Provider)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두산 시프트(shift)'라고 부를만 하다. 두산의 변화 역시 외부의 충격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짙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된 탈원전·석탄 정책에 두산그룹은 직격탄을 맞는다. 두산중공업이 정부 정책으로 휘청거리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다. 탈원전·석탄 정책의 시시비비와 상관없이 두산그룹 리더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라는 글로벌 흐름에 올라탈 준비를 했어야 했다.

# 두산그룹은 그린에너지와 상관없는 모든 사업체를 매각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솔루스, 모트롤 BG, 네오플럭스, 두타몰, 클럽모우CC까지 모두 매물화했다. 조만간 밥캣마저도 매각할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소 연료전지(두산, 두산퓨얼셀)와 해상풍력·가스터빈(두산중공업) 등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라는 밑그림을 착실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제성과 안정성, 친환경을 강조한 소형모듈원전(SMR)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는 모습이다.

# 정지한 차를 움직이려면 반드시 그에 준하는 새로운 에너지의 유입이 필요하다. 기업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바꿔 말해 외부의 매우 큰 충격이 필요하다. 그게 정보든, 사람이든, 환경이든, 문화든 관계없다.

성공의 길만 걸어온 두산의 리더들도 새로운 외부 충격이 두려울 것이다. '완전히 무너지는게 아닐까'라고 몸을 사릴 수 있다. 흔들리고 넘어지는 과정을 통해 완전히 다른 시야에서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안되면 커다란 '공룡'과 같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평소라면 확인할 수 없는 밑바닥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또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것을 수용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일 뿐이다. 같은 선상에서 새로운 에너지의 유입이 될 수 있는 리더의 변경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10년 후 두산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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