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09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현모 KT 대표의 최대 고민은 주가다. 얼마 전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너무 저평가 돼 있다고 토로했다. KT 시가총액은 20년째 내리막길을 걸은 끝에 6조원 안팎이 됐다. 코스피 43위다. 2000년 삼성전자보다 먼저 대한민국 시총 1위를 꿰찬 건 아득한 기억이다. 주주들의 원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그의 고민은 올해 유독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연초 맡은 CEO 자리가 주는 무게감은 차치하더라도 역사에 남을 급등장에서 KT가 철저히 소외됐기 때문이다. 국내만 봐도 네이버, 카카오가 시총을 2~3배 키워 50조원, 30조원 가치 기업이 됐다. KT가 시총 1위를 향해 달리던 1999년에 두 회사가 상장된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구 대표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시장이 지나치게 왜곡됐다고 했다. 넘치는 유동성 속에 성장주가 주목 받으면서 전통적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은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 3분기 매출 합이 KT 절반 수준인 것을 보면 그의 답답함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이런 의문도 들었다. 전통 기업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실적 장세가 펼쳐질 때 KT는 주인공이 될수 있을까. KT는 영업 적자에서 탈출한 2015년 이후 6년째 영업이익 1조1000억~1조5000억원 밴드에 갇혀 있다. 이마저도 '리즈 시절'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라 앞으로도 시장이 KT를 실적 우상향 기대주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성숙기 기업의 주가 부양책이 실적 개선만 있는 건 아니다. 꾸준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고배당주나 배당성장주로 탈바꿈할 수 있다. KT와 마찬가지로 통신사이면서 배당귀족(25년 연속 배당을 늘린 기업)인 미국 AT&T가 대표적이다. KT는 최근 5년간 배당총액을 늘렸고 지난해 순이익 50% 집행 정책을 정했다. 다만 이는 별도기준이고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40% 언저리에 그친다. 줄곧 60%를 웃도는 AT&T에 비하면 아직 박하다.
올해 구 대표의 행보를 보면 획기적인 배당 성장보단 성장주로의 변신을 택한 듯하다. 우회증자 방식으로 케이뱅크 정상화 의지를 드러냈고 분사를 통해 웹소설 플랫폼 기업 스토리위즈를 출범시켰다. 간담회에서 자회사 IPO 의지도 드러냈는데 카카오게임즈 덕에 재미를 본 카카오의 행보가 겹쳐진다.
아직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신사업만 떼놓고 봐도 선두권 사업자에 비해 두드러진 장점이 없다. 기존 통신 공룡 이미지를 벗는 건 더욱 쉽지 않다. 안타깝지만 구 대표에게 KT 주가가 왜 이렇냐고 묻는 주주들의 질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시총 1위였던 KT의 후퇴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제 2, 제 3의 삼성전자를 기다리는 국내 증시에 KT의 잠재력은 소중한 자산이다. 구 대표가 KT를 매력적인 대안으로 만들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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