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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존재감' 없는 국토부, 지난번과 다른 까닭은산은이 단독으로 딜 주도…판 바꾸는 한진그룹, 국토부 희망 조건에 '부합'

유수진 기자공개 2020-11-18 08:59:5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역할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작년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당시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산업은행과 함께 입찰후보 평가를 위한 채점표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딜에 개입했었다.

이번엔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딜을 주도한데다 항공업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한진그룹을 파트너로 확정해 사실상 국토부가 할 일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항공업계 '새판 짜기'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을 내심 기대하던 국토부 입장에선 한진그룹이 최고의 선택지란 해석도 나온다.

17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로 한진그룹을 낙점한 뒤에야 관련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지난 9월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국토부의 개입은 그보다 훨씬 뒤라는 의미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딜을 진행하며 한진그룹 측과 협의를 했다"며 "정확한 시점을 말하긴 어렵지만 그 이후에 국토부 등 정부에서도 M&A 관련 우려나 문제가 없는지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본입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작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 국토부는 금호산업, 산업은행에 이어 사실상 세번째 매각 주체나 다름 없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해 정량적 요소와 정성적 요소가 모두 담긴 채점표를 함께 만들었다.

특히 재무적 여력에 초점을 맞췄던 산업은행과 달리 국토부는 원매자가 전문성을 갖고 항공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정성적 요소에 중점을 뒀던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히 부실기업을 소생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항공업 전반의 발전을 위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이란 민간기업 M&A에 국토부가 나섰던 건 항공업이 국가기간산업 특성상 당국의 엄격한 관리를 받기 때문이다. 현행 항공법은 국적 항공사의 대표나 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를 경영상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간주해 국토부에 즉시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허락이 떨어져야 딜 클로징이 가능한 셈이다.

국토부가 중점적으로 살펴본 내용은 새 주인이 현행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지 여부다. 현행법상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의 항공사 소유와 운영, 외국인 임원 선임 등은 강력히 금지된다. 앞서 국토부는 미국 국적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는 이유로 진에어의 경영활동을 제재하고 면허취소까지 검토했었다.

이번에도 같은 작업을 실시했다. 다만 대한항공이 이미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오너일가는 이번 딜 진행 과정에서 항공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에 등장한 한진그룹이 국토부가 바라던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의 조건을 충족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초 국토부는 항공업계 새판짜기 작업을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새 주인을 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항공사들이 수년간 과열 경쟁으로 노선 확대에 나서며 작년부터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19가 덮치며 업계 전반의 상황이 악화된 건 맞지만 하락세는 이미 그 전부터 시작됐었다.

항공업계가 침체에 빠지며 입장이 곤란해진 건 국토부였다. 무분별한 항공면허 발급으로 공급과잉을 자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면허를 내준 국토부가 항공사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는 없었다. 대신 판을 뒤흔들어 줄 새로운 기업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진그룹은 이 같은 조건에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고,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하나로 합쳐지는 등 사실상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특히 국토부는 한진그룹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LCC들의 합종연횡도 예상하고 있다.

앞선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기로 LCC 3개사가 하나로 합쳐지게 됐다"며 "시장에서 기회가 되면 소규모 LCC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M&A가 진행될 수도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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